내용요약 "부동산신탁, 높은 수익성에 고유영역 지켜지는 업권"

[한스경제=김서연 기자] 10년 만에 ‘새로운 플레이어’의 진출이 허용된 부동산신탁사 신규 인가 신청이 마감된 가운데, 농협금융지주, 대신증권, 한국투자금융지주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부동산신탁업 시장은 아직은 규모가 작지만, 신탁업이라는 고유한 영역을 지켜나가면서 높은 수익성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신탁은 부동산 소유자에게서 권리를 위탁받은 신탁회사가 해당 부동산을 관리·개발·처분하고 그 이익을 돌려주는 사업이다. 부동산신탁사는 이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는다. 지난해 영업이익 6705억원, 당기순이익 5047억원에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3.7%로 수익성이 좋은 업종이다.

28일 부동산업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26~27일 이틀간 부동산신탁업 예비인가 신청서를 접수한 결과, 총 12개사가 부동산신탁업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눈에 띄는 참가자로는 농협금융지주, 대신증권 등이 꼽힌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 및 외부평가위원회 심사를 거쳐 내년 3월중 최대 3개사를 선정해 예비인가를 의결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수의 업체가 인가를 신청한 만큼, 예비인가 심사에 3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계획, 이해상충방지체계, 대주주 적합성을 중점 심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특히 차입형 토지신탁에 대해 적극적이고 유연한 진입정책을 활용할 것을 권고한 상태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수탁받은 토지에 택지조성, 건축 등의 사업시행 후 임대 분양하는 개발사업을 하면서 사업비 조달을 사업주가 아닌 신탁회사가 하는 신탁방식을 뜻한다.

부동산신탁업 예비인가 신청 현황. 표=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 2009년 이후 신규진입 없었던 부동산 신탁시장

부동산신탁사는 2009년 이후 신규진입 없이 11개사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에 금융위는 부동산신탁업을 현재 경쟁이 충분하지 않은 시장으로 평가, 지난달 말 부동산신탁업에서의 경쟁을 제고하기 위해 신규인가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부동산신탁업의 수익성 및 건전성 지표는 매우 양호하다. ROE은 ▲2014년 12.0 ▲2015년 15.8 ▲2016년 22.9 ▲2017년 23.7로 꾸준히 상승 중이다.

수익성은 높은데 경쟁도는 타 업권에 비해 낮다. 토지신탁을 비롯한 타 업권의 시장집중도지수(HHI·Herfindahl-Hirschman Index)를 보면 차입형토지신탁(2478)>은행(1675)>손해보험(1367)>토지신탁 이외 신탁(1288)>관리형 토지신탁(1236)>카드(1163)>생명보험(994)>증권(752)>자산운용(649) 순으로 나타났다. HHI지수는 각 참가자들의 시장 점유율(%)의 제곱의 합으로 계산하는데, 수치가 높을수록 집중도가 심하고 낮을수록 경쟁이 심하다는 걸 의미한다.

◆ 농협금융지주, 부동산신탁업 출사표

이번 부동산신탁업 예비인가를 신청한 곳을 보면 금융권에서는 농협금융지주가 부동산신탁업 진출을 밝혔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이미 부동산신탁사를 보유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도 지난달 부동산신탁업계 5위 아시아신탁의 지분을 인수했다. 신한금융은 이번 인수로 부동산서비스 사업라인을 보강해 향후 그룹사와 연계한 시너지를 확대할 방침을 밝혔다.

농협금융은 애초부터 신탁사를 인수하기보다 새로 인가를 받는 쪽을 염두에 뒀다고 밝혔다. 농협금융은 지난 7월 100% 출자 자회사인 NH농협리츠운용을 출범해 부동산 투자신탁에 발을 들였다. 농협금융은 이번 예비인가에 농협네트웍스와 공동으로 신청서를 제출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부동산신탁 사업 자체가 워낙 호황이다보니 프리미엄 인수금 등이 높아지는 부분도 있었고, 처음부터 (신탁사) M&A(인수합병)은 검토를 하지 않았다”면서 “금융위 인가 방침이 나왔을 때부터 신규인가 쪽으로 전략을 세웠다”고 밝혔다. 농협금융지주 전체 그림을 봤을 때도 신탁사를 갖추고 있는 것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SK증권은 바른자산신탁(가칭)의 주주로 참여했다. SK증권 관계자는 “기존 부동산 관련 사업들과 시너지 발생을 기대하는 부분이 있고 부동산 신탁 자체가 수익성이 좋은 영역이어서 인가를 신청했다”며 “그동안 부동산 관련업을 하면서 꾸준히 준비해왔고 예비인가 심사 평가 항목들을 보면 기존에 해왔던 것을 담은 부분이 많이 겹쳤다”고 밝혔다.

대신증권은 단독 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부동산 신탁 쪽에도 그룹 내에서 (수익성의) 한 축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고, 4년 전부터 (신규 진입을) 노렸다”면서 “추후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이 예정돼 있어 심사항목 중 어디에 집중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농협금융과 함께 부동산신탁 시장에 참여가 점쳐졌던 우리은행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지분 10%를 가졌다.

◆ 이들은 왜 부동산신탁업에 뛰어드나

부동산신탁업은 수익성도 보장되는 영역인데다, 진입장벽이 있어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예비 진출자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신탁사는 아직 고유영역이 지켜지고 있어 비교적 수익성이 지켜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자동차 대출이 꼽힌다. 자동차 금융시장에서 은행의 점유율은 낮은 수준이었으나 비대면 채널과 금리 경쟁력을 업고 파이를 꾸준히 키워나가는 중이다. 그는 “요즘 신탁은 예전처럼 ‘심부름값’이라는 말로 작은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다”며 “재개발 이슈 등으로 외형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자동차 대출은 캐피탈사의 전유물이라고 생각됐었는데 요즘은 오토론을 은행에서 다 하면서 고유영역이 허물어졌지만 신탁사는 (그 영역이) 지켜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부동산신탁사 대표이사는 새로운 플레이어들의 출사표를 ‘위협’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업계 수준이 상향평준화 될 것으로 내다봤다. 새로 진출하게 될 신탁사들이 초반엔 ‘수업료’를 내며 부동산신탁 시장에 자리를 잡으려고 고군분투 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생기는 가격 경쟁과 서비스 경쟁이 장기적으로는 신탁업에서 발전 동력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11개에서 14개로 신탁사가 늘어나면 이익이 21%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신탁사 11개를 합쳐야 자본이 3조원이 안 되는데 이익률이 높으니까 다들 달려든다”고 말했다. 이어 “신탁사는 11개 밖에 없고 진입장벽이 있어서 신탁업을 하는 사람들이 (신탁업 외에) 다른 업계를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다”면서도 “(기존 신탁사들은) 금융회사와는 다른 배경을 갖고 있으니 지주 등 금융 쪽에서 들어오면 업계 전체 수준이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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