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싼타페 TM 인스퍼레이션 뽑은지 5개월 만에 등장한 가격도 착한 팰리세이드
포드 익스플로러, 인피니티 QX60, G4 렉스턴과 비교 해보니…
팰리세이드(왼쪽)와 싼타페 TM 인스퍼레이션.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한국스포츠경제=권혁기 기자] 차를 바꾸려고 마음 먹은 것은 올해 초였다.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 둘째를 계획하고 있던 터라 타고 있던 아반떼 MD는 작게만 느껴졌다. 총각 때부터 몰았던 아반떼 MD도 좋은 차였다. 주행 능력도 준수했고, 무엇보다 높은 연비가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자 사정은 달라졌다. 기저귀 가방에 아이 짐, 어른 짐을 싣고 나면 유모차를 실을 수 없었다. 꾸역꾸역 없던 공간까지 찾아내 1열 보조석까지 짐을 실으면 사이드미러가 보이질 않았다. 뒷자리는 분명 3인승인데 카시트를 놓자 2인승으로 변했다.

신차를 알아보는 일은 언제나 기분 좋은 과정이지만, 걸림돌도 있다. 이상하게 차를 살 때면 내 주변 사람들은 다들 영맨(영업사원)이 되는 것 같다. '이 차가 좋다, 저 차가 좋다'를 듣다보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주변엔 외제차를 타는 사람이 많았다. 독일 3사 중 아우디 A6, 일본 인피니티 Q60, 혼다 CR-V 오너, 미국 포드 익스플로러, 링컨 MKX를 몰던 이들이 조언(?)을 해줬다. 줏대란 없다가도 생기는지 '흔들리지 말고 시승을 해보고 생각하자'고 다짐하고 큰 SUV부터 섭렵했다.

팰리세이드. /사진=권혁기 기자

◆ 익스플로러부터 G4 렉스턴까지 7인승 SUV 시승

먼저 포드 익스플로러는 시승 신청을 하자 집 앞까지 차를 가져왔고 2시간 동안 어디든 가고 싶은데를 갈 수 있게 했다. 승차감은 매우 훌륭했다. 다운사이징 엔진이 유행하는 요즘, 2.3 에코부스트 엔진은 연비에도 좋고 배기량에 따른 보험료도 적을 터였다. 앞차와 간격을 자동으로 유지하고 잠재 충돌 위험을 경고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및 제동 보조 기능도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레트로가 유행이라지만 과거형에 가까운 실내 디자인은 아쉬움을 자아냈다. 익스플로러의 최대 장점은 완벽하게 탑승 가능한 3열에 있다. 기자와 와이프, 카시트를 2개 놓더라도 2명이 더 탈 수 있다는 셈이 나왔다. 함께 시승한 아내도 그 점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단, 이 모든 것은 내가 기름을 넣지 않은 시승 차량에 한한 것이다. 익스플로러의 공인연비는 7.6㎞/ℓ다. 자동차 커뮤니티에는 고속 주행시 10㎞/ℓ까지 나온 오너가 있다고 하는데 시내 주행시 3㎞/ℓ가 나온다는 차주도 있다. 경유가 아닌 휘발유 차량에서 3㎞/ℓ는 치명적이었다.

익스플로러와 마찬가지로 7인승인 QX60은 일본 닛산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트에서 만든다는 점이 기대감을 높았다. 서울 강남 을지병원 사거리에 위치한 매장에 갔다. 정식 시승 신청을 한 게 아니라면 동네 한바퀴를 돌아볼 수 있다. 외형, 내부 디자인 모두 합격점이었다. 특히 실내는 고급스러움을 뿜어냈다. 운전석 착좌감도 매우 좋았다. 그런데 쏘렌토에도 있고 싼타페에도 있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없었다. 인터넷 사진으로 봤던 1열 좌석 후방 모니터도 보이질 않았다. 직원에게 물어보자 "일본 내수용이나 미국 수출용에는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니, 6000만 원짜리(물론 1000만 원은 기본 DC) 차에 ACC가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 그리고 왜 우리나라는 차별하나요?"라고 하자 직원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고민해보겠다며 매장을 나왔다.

현대자동차 싼타페 TM이 매우 잘나오자 기아자동차는 쏘렌토 더 마스터를 출시했다. 동일한 첨단사양이 포함된 등급이었다. 싼타페 TM과 고민이 됐다. 싼타페 TM은 생산 초기라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문제점이 제기되던 시기였다. 오르막길 주행시 RPM만 상승한다는 얘기도 있었고 야간 후방카메라 밝기가 매우 어둡게 보인다는 지적도 있었다. 결국 쏘렌토로 마음이 기울어져 가계약까지 했으나 에바가루 이슈가 본격적으로 터지면서 결국 취소했다.

싼타페 TM이 최선이라 생각하고 G4 렉스턴을 타보기로 했다. 느낌상 크기는 익스플로러급이었다. 파워트레인 LTE 2.2 EURO6 디젤 엔진과 벤츠 7단 미션이 적용돼 힘이 느껴졌다. 그러나 QX60과 마찬가지로 운전보조 시스템이 없었다. 최종 선택지는 싼타페 TM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프레스티지 모델 4WD 2.0 디젤 7인승에 파노라마 선루프까지 풀옵션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사실 싼타페 TM을 시승했을 때 와이프가 파노라마 선루프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했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아내에게 '하늘'을 선물해 준 것과 마찬가지였다. 출고 일정을 기다리고 있는데 인스퍼레이션 출고 소식이 전해졌다. 직원의 연락이 왔다. 모델을 변경하겠느냐는 것이었다. 당연히 하겠다고 했고, 차를 인도받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기존 아반떼를 팔고 한 달이나 더 기다려 7월 말, 싼타페 TM 인스퍼레이션 화이트 크림 풀옵션 차량을 받았다. 고급 나파 가죽이 적용된 버건디 퀄팅 시트, 패들쉬프트, 1열 차음 윈도우 글래스, 듀얼 머플러, LED 안개등 등 기존 프레스티지 모델에 없던 것들이 추가돼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실제로 가입했던 2개의 싼타페 TM 카페 내 프레스티지 오너들은 "현대차에 뒤통수를 맞았다"며 분개했다.

항상 셀프 손세차를 하며 차를 애지중지 끌고 다녔다. 아내와 아들도 마음에 들어했다. 3열을 펼 일은 거의 없었으나 추석 연휴에 부모님, 할머니, 고모까지 모시고 안성 팜랜드에 가고자 3열을 활용했다. 어머니와 고모가 앉으셨는데 불편함이 없다고 하셨다. '그래, 7인승을 선택한 건 신의 한 수였어'라고 생각했다.

◆ 팰리세이드, 배신감마저 들게 한 출고가

그런데 얼마전 팰리세이드 출시 계획을 접했다.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가격을 듣기 전까지는. 사실 팰리세이드가 올해 말 출시 예정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현재 기아자동차 모하비가 4138~4869만 원, 현대차 맥스크루즈가 3151~4417만 원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모하비는 대형 SUV라는 점에서 차량 구매 대상 후보에는 있었지만 가격 문제, 맥스크루즈는 첨단사양 없는 싼타페의 롱바디 버전이라는 점에서 메리트가 없었다. 또 싼타페 TM의 고급사양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런데 팰리세이드 2.2 디젤이 3622만 원에서 시작해 4408만 원이 될 줄을 몰랐다.(싼타페 2.2 디젤은 3348~4295만 원)

11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고안로 엠앤씨웍스에서 진행된 팰리세이드 출시 행사에 참석했다. 현대자동차 SUV 라인업의 새로운 플래그십 팰리세이드는 외모부터 크고 잘생겼다. 싼타페 TM은 셀프세차장에서 천장 부분에 물을 뿌리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팰리세이드는 까치발을 들어야 겨우 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싼타페 TM의 전고(접지면에서 가장 높은 부분까지의 높이)는 1680~1705㎜, 팰리세이드는 1750㎜다. 그만큼 헤드룸(앉았을 때 머리와 천장 사이) 공간이 보장됐다.

가장 눈여겨 본 부분은 3열이었다. 7인승을 고집했던 이유는 가족 때문이었다. 이제 곧 태어날 둘째까지 생각하면 7인승은 필수였다. 팰리세이드의 3열은 익스플로러보다는 미흡했다. 익스플로러 3열은 팝업 싱킹 시트다. 3열 시트가 접혀 차량 바닥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깊이가 있기 때문에 앉았을 때 안락함을 준다. 팰리세이드 3열은 그냥 접혔다 펴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앉으면 무릎이 솟아오르게 되고 레그룸(앉았을 때 다리가 놓이는 공간)도 100% 만족스럽지 못했다. 싼타페 TM 3열보다 미묘한 차이로 크긴 했지만 성인 남성이 장시간 탑승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다만 싼타페 TM은 3열을 폈을 때 후방 트렁크 공간이 172리터인 반면, 팰리세이드는 28인치 캐리어 2개 또는 골프백 2개가 들어가는 용량을 자랑했다. 트렁크 공간은 후방 추돌시 3열 탑승자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넓을수록 좋다.

팰리세이드에 장착된 2.2 디젤 엔진은 싼타페 TM과 동일하다. 3.8 가솔린 엔진은 제네시스 G90 심장과 같다. 팰리세이드를 몰았을 때 느낌은 싼타페 TM과 큰 차이가 없었다. 스티어링휠 구조도 싼타페 TM과 똑같아 스위치들을 조작하는데 어색함이 없었다. 센터페시아는 현대의 수소차 넥쏘와 유사했다. 싼타페와 달리 전자식 변속 버튼이 있었다.

팰리세이드는 플래그십 SUV답게 와이드 형태의 12.3인치 네비게이션이 탑재됐다. 지도를 보면서 그날 예정된 야구나 축구, 농구 경기 일정을 체크할 수 있고 날씨도 확인이 가능했다. 윈드쉴드 타입의 HUD(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싼타페와 같았고 계기판은 확 달라졌다. 싼타페는 버추얼 클러스터 LCD 슈퍼비전 계기판인 반면 팰리세이드는 아날로그 방식의 계기판이다. 가운데 7인치 컬러 LCD를 넣었는데 방향지시등을 작동시키면 이곳을 통해 후측방 카메라(BVM) 영상이 보여진다.

전체적인 소감은 나중에 출시된 차량답게 싼타페보다 발전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착한 가격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같은 값이라면 다홍치마라고 팰리세이드는 싼타페, 익스플로러, QX60, G4 렉스턴, 기아 카니발 구매를 고려했던 예비 오너들을 고민에 빠뜨릴 전망이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올해 7월 싼타페 TM 인스퍼레이션을 산 입장에서 '졌다'.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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