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넥슨 창업주 김정주 대표, NXC 지분 전량 매각
입찰 유력 후보로 중국 최대 게임사 텐센트 부상
中 정부, 2010년부터 게임 산업 본격 육성
게임업계 "게임 주권 中에 넘어갈 것" 우려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의 매각설이 돌며 한국 게임산업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넥슨의 유력 입찰 후보로 중국 최대 게임사인 텐센트가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게임 강국’ 한국의 위상이 중국시장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게임업계에선 넥슨의 매각설을 두고 ‘갑작스럽다’면서도 국내 1위 게임기업의 매각 가능성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넥슨 매각설이 3일 불거진 가운데 중국 게임사의 한국 게임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그래픽=허지은 기자

3일 게임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대표는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했다. 김 대표가 보유한 67.49%과 유정현 NXC 감사(29.43%), 김 대표 개인회사인 와이즈키즈(1.72%)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전량이 매물로 나왔다. 매각 규모는 10조원으로 국내 M&A 진행 건 중 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넥슨 매각설은 게임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심지어 직접 당사자인 넥슨코리아 측에서도 예측하지 못 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정주 대표→NXC→넥슨 일본 법인→넥슨코리아’로 연결되는 지배구조 탓에 김 대표의 NXC 지분 매각에 대해 정보 접근이 늦은 것으로 풀이된다.

넥슨 관계자는 “(매각 소식은) 오늘 아침 기사를 보고 처음 접했다.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라며 “어디서 어떻게 나온 얘기인지 출처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넥슨 관계자는 “아직 어디로 매각될 지, 매각 자체가 성사될 지도 알 수 없어서 내부적으로도 함구하라는 분위기”라며 “윗선에서도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10조 대어' 넥슨…”국내선 품을 회사 많지 않다”

넥슨 지배구조는 ‘김정주 대표→NXC→넥슨 일본 법인→넥슨코리아’로 연결되고 있다. 김 대표는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NXC 지분 전량(98.64%)을 매물로 내놓고 이르면 다음달 예비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그래픽=이석인 기자

넥슨의 매각 규모는 대략 8~10조원대로 점쳐지고 있다. 2011년 일본 증시에 상장한 넥슨의 시가총액은 2일 종가 기준 1조2626억엔(약 13조원)으로 NXC가 보유한 지분(47.98%) 가치만 해도 6조원을 넘어선다. 여기에 NXC가 보유한 계열사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이 더해지면 10조원을 넘는 국내 최대 M&A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10조원은 국내 게임업계에서 어느 정도 규모일까.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7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10조 8945억원이다. 국내 게임시장 전체와 넥슨 매각 대금이 맞먹는 셈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내 게임사 보다는 해외 게임사의 인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매각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이를 감수할 만한 회사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인수 가능성이 있는 회사로는 중국 1위 게임사인 텐센트나 2위 넷이즈(NetEase), 미국 EA게임즈가 거론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모바일 게임 선두업체인 넷마블과 최근 콘텐츠 사업을 강화 중인 카카오게임즈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당장 10조원의 자금력을 갖춘 회사가 국내에 많지 않다. 네이버 정도가 가능성이 있겠고, 카카오의 경우 보유 현금이 많지 않다고 알고 있다”며 “10조원 딜이면 사실 엄청나게 큰 딜이라서 국내 IT기업들이 단독으로 하기엔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국내보다는 해외 게임사의 인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며 “주관사로 나선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 역시 외국계 IB여서 해외 자본에 인수될 거라는 합리적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 텐센트, 넥슨 인수 나서나…’시너지’ 효과 기대감

텐센트는 해외 게임사에 대한 공격적인 인수·투자 전략으로도 유명하다. '리그오브레전드'로 유명한 미국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한 데 이어 핀란드 수퍼셀을 10조원 빅딜로 인수했다. 국내에서도 넷마블, 크래프톤(블루홀), 카카오게임즈 등의 대주주로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그래픽=허지은 기자

이런 상황에서 텐센트는 넥슨 인수의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텐센트는 중국 최대 게임사일 뿐 아니라 지난해 매출 기준 글로벌 게임사 중에서도 1위에 오른 ‘게임 공룡’이다. 한국 뿐 아니라 외국 게임들에 공격적인 인수·투자 정책으로 유명하며 특히 중국 내에서 이미 서비스 중인 넥슨 게임이 많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텐센트는 중국 최대 게임사이자 지난해 매출 기준 글로벌 게임사 중에서도 1위에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에 따르면 지난해 텐센트는 매출 181억달러를 올려 액티비전블리자드, EA게임즈, 닌텐도 등을 제치고 글로벌 1위 게임사로 도약했다.

텐센트는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국을 포함해 해외 게임들에 적극 투자하거나 M&A를 통해 통째로 인수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클래시오브클랜’, ‘클래시 로얄’로 유명한 핀란드의 수퍼셀은 2016년 10조원이라는 거액에 텐센트에 매각됐으며 ‘리그오브레전드’로 유명한 라이엇게임즈 역시 2015년 텐센트가 지분 100%를 사들이며 텐센트 자회사가 됐다. 그밖에도 액티비전블리자드, 유비소프트, 에픽게임즈를 비롯해 국내에선 넷마블, 크래프톤(블루홀), 카카오게임즈의 지분을 확보해 대주주로 등극했다.

텐센트는 현재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2'를 비롯해 '블레이드앤소울', '알투비트', '크로스파이어' 등 한국 게임사가 개발한 게임의 중국 내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그래픽=허지은 기자

현재 텐센트가 서비스 중인 넥슨 게임은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2’, ‘피파온라인4’ 등이다. 특히 던전앤파이터의 경우 지난해 중국에서 매출 1조1495억원, 영업이익 1조637억원을 올리며 사상 최대 매출을 다시 썼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규모가 거의 맞먹다보니 이익률이 92.53%에 달할 정도다.

업계에선 텐센트가 넥슨을 인수할 경우 기존 서비스 중인 게임과 더불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텐센트가 넥슨을 포함한 한국 게임에 관심이 많다는 점 ▲평소 공격적인 인수·투자를 해왔다는 점 ▲10조원 ‘빅딜’을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금력이 풍부하다는 점 등이 그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 치고 올라오는 中, 정부 주도로 글로벌 1위 도약

중국은 글로벌 게임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음향디지털위원회 등이 발간한 ‘2017년 중국 게임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게임 시장 규모는 309억 달러로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중국의 게이머 숫자는 약 5억8300만명으로 2021년까지 7억명으로 늘어나 향후 게임업계에서의 영향력도 더 커질 전망이다.

중국 게임 산업의 고속 성장의 배경엔 중국 정부가 놓여 있다. 2005년 중국 정부는 게임을 ‘전자 헤로인’이라고 명명하고 게임의 과몰입 방지를 위해 온라인 게임을 3시간 이상하면 경험치 획득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5시간 이상 게임을 하면 경험치와 아이템 획득을 하지 못 하게 하는 등 강도 높은 규제를 펼쳐 왔다.

그러나 2010년 게임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본 중국 정부는 180도 바뀌었다. 중국은 규제 정책의 패러다임을 자율규제로 전환하고 자국 게임 업체에 직접적인 혜택을 제공하며 게임 산업 키우기에 공을 들였다. 특히 중국에 진출하려는 외국 게임사에게는 판호를 받도록 해 시장 진출을 통제하며 자국 기업에 직간접적 혜택을 제공했다.

중국 정부의 전략은 적중했다.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게임업체 상위 10개 중 중국기업 2개가 이름을 올렸다. 1위는 텐센트, 6위는 55억달러 매출을 올린 넷이즈가 차지했다. 정부 주도의 강력한 육성 정책과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서는 기업, 7억명을 넘보는 게임 유저들까지. 중국의 게임 영토 확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 게임업계 “넥슨, 게임·IT업계 산증인인데...” 

김정주 NXC 대표는 1994년 12월 넥슨을 설립했다. 세계 최초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시작한 넥슨은 이후 20여년동안 한국 게임산업의 역사의 산 증인으로 자리매김했다./사진=연합뉴스

넥슨 매각설에 대해 게임업계에선 아쉽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넥슨은 1994년 창립돼 20여년동안 국내 게임산업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 산증인이기 때문. 1990년대 후반 세계 최초로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바람의 나라>, <크레이지 아케이드>, <메이플 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수많은 히트작을 탄생시키며 2000년대 한국 게임의 위상을 높인 주역이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넥슨 매각은 국내 게임 산업에도 상징적인 충격을 줄 것 같다”며 “김정주 대표가 경영이 어려워지거나 넥슨의 순위가 떨어지거나 해서 매각을 결정한 게 아니라 1위 기업인 상태에서 매각이 되는 셈인데, 그 자체로 많은 해석과 우려를 낳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넥슨의 텐센트 매각설과 관련해서는 한국 게임 주권을 중국에 빼앗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거대한 중국 시장을 고려하면 중국 게임사와 협력해 국내 기업이 우회적으로 중국에 진출할 수 있는 활로를 찾아야하겠지만 그와 동시에 자본 유출, 인재·기술력 유출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기범 삼정KPMG 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거대 자본력을 가진 중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국내외 유망 게임사의 지분 일부를 확보하거나 M&A를 하며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며 “한국에게 중국은 거대한 잠재 시장이지만 자본 종속과 인재 및 기술력 유출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실제로 중국의 IP 무단 도용은 심각한 수준으로 중국 수출 시 저작권 보호를 위한 IP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중국 정부 게임 관련 정책 방향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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