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희의 골라인] 2019 코파 아메리카가 '골 가뭄'에 시달렸던 진짜 이유
[심재희의 골라인] 2019 코파 아메리카가 '골 가뭄'에 시달렸던 진짜 이유
  • 심재희 기자
  • 승인 2019.07.0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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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넬 메시는 2019 코파 아메리카에서 단 1득점에 그쳤다. /연합뉴스
리오넬 메시는 2019 코파 아메리카에서 단 1득점에 그쳤다.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심재희 기자] 8경기 14골. 경기 평균 1.75골. 흔히 말하는 '짠물 축구'가 펼쳐졌다. 8일(한국 시각) 끝난 2019 코파 아메리카 8강전부터 결승전까지 나온 득점 기록이다. '공격 축구'에 능한 남미 팀들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믿기 힘들다. 남미 국가들의 화려한 기술과 함께 멋진 골을 기대했던 팬들은 대부분 "재미 없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토너먼트 첫 판이었던 8강전 4경기 가운데 셋이 0-0 이후 승부차기로 마감됐다. 준결승전 두 경기에 나선 네 팀 중 두 팀이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실제로 이번 브라질 대회는 2016년 미국 대회(22골), 2015년 칠레 대회(19골), 2011년 아르헨티나 대회(17골), 2007년 베네수엘라 대회(36골), 2004년 페루 대회(23골), 2001년 콜롬비아 대회(20골)와 비교해 토너먼트 골 수치가 매우 적었다. 개인 기록도 흉년이다. 월드 클래스 골잡이가 수두룩했지만 4골 고지를 점령한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단 1골에 그친 가운데, 브라질의 에베르통과 페루의 파울로 게레로가 3골을 마크하며 '쑥스러운 득점왕'에 올랐다. '골 가뭄'이 심했다. 왜 그랬을까.
 
가장 큰 이유는 상향평준화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형성했던 2강 체제가 확실히 깨지고 춘추전국시대가 찾아왔다. 준결승전에 오른 칠레를 비롯해 8강에서 탈락한 콜롬비아와 우루과이가 공수 모두 탄탄한 모습을 보였고, '언더독'으로 평가 받았던 페루는 결승전에 진출했다. 8강에서 여정을 마감한 파라과이와 베네수엘라도 만만치 않은 전력을 자랑했다.

 
대부분의 남미 팀들이 '밸런스'를 잘 지켰다. 과거처럼 공격에만 치중하지 않았다. 기본 전형을 갖추고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맞춤형 전략의 완성도가 매우 높았다. 개인 능력이 출중한 아르헨티나가 조별리그부터 내내 고전한 점, 우승을 차지한 브라질도 화끈한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꽤 크다. '남미 쌍웅'으로 불리는 두 팀이 못 한 것이 아니라 다른 팀들이 철저히 대비해 개인기 열세를 시스템과 임기응변으로 만회했다고 봐야 옳다.
 
남미는 19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확실히 유럽보다 한발 앞섰다. 공격 축구가 대세를 이루는 환경 속에서 개인기를 기본으로 많은 득점에 성공하면서 승승장구 했다. 브라질이 최초로 월드컵 3회 우승을 이루면서 줄리메컵을 영구 보유하게 됐고, 1970~2000년대 초반에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월드컵을 자주 거머쥐면서 세계 축구를 이끌었다. 하지만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조직력을 앞세운 유럽의 기세에 눌렸다. 탄탄한 시스템과 전형 및 전술 변화를 거듭하며 진화한 유럽축구에 밀려 월드컵에서 조연으로 전락했다.
 
이제 더 이상 남미 팀들이 '공격 앞으로'를 외치지 않는다. 시스템이 개인기보다 훨씬 더 중요해진 현대축구에서 '공격 앞으로'는 독이 되기 십상이다. 남미 국가들도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전제를 깔고 승리를 위해 함께 연구하고 조직적으로 그라운드를 누빈다. 골이 많이 터지지 않아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었겠지만, 승리를 위한 팀 전체의 싸움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골 가뭄'이 그 어느때보다 심했던 2019 코파 아메리카가 그래도 재미 있었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