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독립성·투명성 강화 위한 수탁자책임위원회, 제 역할 못해...독립적 운용기관 필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작년 7월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결정하고,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및 투명성 확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7가지 세부 원칙도 세웠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지기 위해 연금을 운용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제고하고 주주권 행사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등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신의성실 의무를 다하기 위한 수탁자 책임 원칙이다.

국민연금은 이를 통해 기금의 장기 수익을 제고하고 정치경제 권력으로부터 주주권 행사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독립성 측면에서 이해상충 방지 정책을 제정해 보다 독립적인 기금운용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투명성 측면에서 수탁자책임활동 지침을 통해 주주권 행사 정책의 사전공개, 활동내역 공시 등을 실시하고 있다. 기업들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고 시장을 통한 점검을 가능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지난 3월 국내 상장기업들의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 공개했다. 대상기업은 코스피 상장사 89개, 코스닥 상장사 7개로,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10% 이상이거나 국내 주식투자 포트폴리오 중 투자비중이 1% 이상인 기업이었다.

국민연금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찬반의견이 갈리고 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국민연금이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재계에선 기업의 경영권 침해, 관치경영 등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재계와 일부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독립성이 증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와 의결권 사전공시는 국가가 일반 사기업의 경영권에 개입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으로부터 위탁운용 자금을 받는 민간 기관투자자들 역시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힘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의 관리 및 운용에 대한 의사결정은 국민연금법에 의해 규율되고 있다. 기금의 운용계획을 비롯한 성과평가 등의 주요 사안은 근로자 대표와 지역가입자 대표, 사용자 대표, 유관 정부기관 등이 참여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심의, 의결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금의 관리와 운용 사업을 관장하되 그에 따른 업무를 공단에 위탁해 투자 전문가로 이뤄진 기금운용본부에 맡기고 있다.

최근 신설된 수탁자책임위원회 역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수탁자책임위원회는 국민연금이 기존의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 권한과 기능, 구성 등을 주주권 행사와 ESG 정책까지 커버할 수 있는 위원회로 확대해 만든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소위원회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위원은 "수탁자책임위원회가 정책과 집행의 분리라는 지배구조 설계의 기본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정책을 만들고 이를 감독해야할 위원회가 개별 주주권 행사까지 결정할 경우, 이해상충 문제를 피해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별 주주권 의안의 결정은 연금자산의 장기 성장이라는 수탁자책임논리보다 정치논리로 결정될 개연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위원회가 철저히 대표성을 기본으로 전문성을 반영해 구성되기 때문에, 기업과 근로자, 정부 관련 위원들은 (자신들이) 대표하는 진영의 이해관계에 충실하게 행동한다는 사실이 올해 주총 경험에서도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정재규 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국민연금이)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영향력 하에 있다는 인식을 부정할 만한 제도적 근거가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연금 운용에 있어 독립성과 전문성을 함께 확보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기금운용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미국 연방노동조합처럼 의결권 행사절차를 완전히 분리해 자문기관에 의결권 행사 자체를 위임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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