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30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했다. 지난해 다수 개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을 야기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측은 이 같은 금감원의 결정을 막기 위해 내부통제의 실효성 미비 등을 이유로 최고경영진(CEO)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두고 치열하게 다퉜으나 결국 금감원의 사전통보대로 중징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손태승 회장의 연임과 함영주 부회장의 차기 회장 도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다만 금감원의 이번 심의결과는 법적 효력이 없어, 추후 금감원장 결제 또는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및 금융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제재내용이 최종 확정된다.

금감원은 30일 오후 개최한 제3차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하나은행 및 우리은행에 대한 DLF 불완전판매 등 관련 부문검사 결과 조치안을 심의한 결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대해 업무의 일부정지 6개월 및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또한 해당 기업의 임직원에 대해 정직 3개월 및 주의 등의 결정을 내렸다. 특히 손태승 회장에겐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함영주 부회장에겐 '문책경고 상당'의 결정이 내려졌다. 지성규 하나은행장에겐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 조치가 결정됐다.

일반적으로 금융사 임직원에 대한 제재는 경징계인 ‘주의’와 ‘주의적 경고’, 중징계인 ‘문책경고’, ‘직무정지(정직)’, ‘해임권고’ 등 5단계로 구성된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해당 임원은 남은 기간에 대한 임기 수행은 가능하지만 연임은 할 수 없다.

손태승 회장의 경우 이미 지난해 말 그룹 내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단독 후보로 추천받음에 따라 사실상 연임이 결정됐지만, 아직 주주총회를 통해 회장 연임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으로 인해 향후 거취를 장담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함영주 부회장 역시 현재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이 금융위 의결을 거쳐 확정될 경우 차기 회장 도전이 불가능해진다.

제재심의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심의대상이 다수의 소비자 피해를 발생시키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중요사안인 사실 등을 감안해 이날 회의를 포함, 그간 3차례에 걸쳐 회의를 개최했다"면서 "법률대리인을 포함한 다수의 회사측 관계자들과 검사국의 진술, 설명을 충분히 청취하는 한편, 제반 사실관계 및 입증자료 등을 면밀히 살피는 등 매우 신중하고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재심의위원회는 금융감독원장의 자문기구로서, 이번 심의 결과의 법적 효력은 없다. 때문에 추후 조치대상별로 금감원장의 결재 또는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및 금융위원회 의결이 있어야만 제재 내용이 최종 확정된다.

통상적으로 금감원의 제재처분이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을 거쳐 당사자에게 통보되는데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손 회장의 연임 여부는 금융위의 손에 달린 셈이다.

물론 손 회장을 비롯해 은행들이 이번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는 방법도 있다. 중징계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하는 한편,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소송을 통해 최종 판결이 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은행의 입장에서 금융감독당국과 소송전을 벌이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일각에선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그룹 차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손 회장 스스로 직을 내려놓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함 부회장 역시 손 회장과 유사한 시나리오를 예상해 볼 수 있지만, 그룹 내 부담을 주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란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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