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추효주 A매치 3경기만에 데뷔골
콜린 벨 감독 선수 선발 철학 덕에
대학생 선수로 대표팀 발탁돼 활약
추효주 추가골. 9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하계올림픽 베트남전에서 2-0을 만드는 추가골을 넣는 추효주(가운데).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제게 항상 자신감을 심어준다.”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공격수 추효주(20ㆍ울산과학대)는 콜린 벨(59) 감독의 특징과 관련해 “실수해도 좋다고 강조한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추효주는 강지우(20ㆍ고려대)와 더불어 대학생 선수로 여자축구 A대표팀에 발탁됐다. 9일 제주에서 막을 내린 2020 도쿄 하계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두 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3일 미얀마와 1차전(7-0 승)엔 교체, 9일 베트남과 2차전엔 선발로 뛰었다. 특히 베트남전에선 후반 7분 2-0을 만드는 추가골까지 기록해 한국의 3-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추효주가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그라운드를 누비며 기량을 증명한 배경엔 벨 감독의 뚝심이 자리한다. 지난해 10월 부임한 벨 감독은 “대표팀 문은 누구에게나 항상 열려 있다”는 말과 함께 선수 선발 과정에서 남다른 철학을 보였다. 대표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선수라면 대학이든 WK리그든 소속 리그에 관계 없이 선발했다.

그렇게 기회를 얻은 선수가 추효주다. 벨 감독은 지난해 12월 2019 동아시아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앞두고 처음으로 추효주를 대표팀에 발탁했다. 이미 19세 이하(U-19) 대표팀(10경기 4골)에서 두각을 보였던 추효주를 단숨에 월반시켜 가능성을 실험했다.

콜린 벨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추효주는 지난해 12월 15일 대만과 동아시안컵 2차전에서 마침내 A매치 선발 데뷔했다.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긴장하지 않고 잠재력을 뽐냈다. 두 달 뒤 그에게 다시 한번 대표팀 기회가 찾아왔다. 벨 감독이 어김없이 그를 불러들여 도쿄올림픽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 활용했다. 선발 출전한 베트남전에서 마침내 대표팀 마수걸이 골을 신고했다. 벨 감독의 신뢰에 A매치 데뷔골로 보답했다.

벨 감독도 추효주의 경기력에 만족했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을 보면서 팀 그리고 선수 개별적으로 인상이 깊었다. 그때 봤던 선수 중 추효주가 골을 만들어냈다. 앞으로도 실력을 증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어린 선수들이 기회가 왔을 때 잡도록 독려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본지와 만난 추효주는 “A매치 첫 골을 세 경기 만에 넣었다. 꼭 넣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렇게 해서 기분도 좋다. 언니들도 많이 도와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발 기회를 준 벨 감독이 그에게 주문한 건 뜻밖이다. 추효주는 “감독님이 저같이 어린 선수들에게 실수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적으로 경기에 임하라는 뜻의 ‘반어법’이다.

벨 감독과 함께 지소연(29ㆍ첼시 FC 레이디스), 장슬기(26ㆍ마드리드 CFF) 등 대표팀 베테랑도 그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존재다. 그는 “언니들이 경기 시작하기 전 ‘하고 싶은 거 다 하라’ ‘잘하는 거 하라’고 말해줬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제 막 대표팀 걸음마를 뗀 그에게도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 “기회가 된다면 해외에도 나가고 싶다”는 그는 아직 대학생이지만 원대한 꿈을 가슴속에 품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대표팀에서 이루고 싶은 꿈도 키운다. “지금 3경기 뛰었지만 앞으로 100경기 더 뛰고 건강 관리 잘 해서 오래오래 축구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당돌하게 털어놨다.

제주=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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