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LTV 60%→50%, 9억 초과 분은 30% 적용
전문가 "예상보다 약하다"...총선 의식했나
수원 전경./ 연합뉴스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문재인 정부가 19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예상했던 대로 이전 사례인 12.16 부동산 대책처럼 초고강도 규제가 포함되지는 않았다. 조정대상지역에 대해서도 현행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60%에서 9억원 이하분은 LTV 50%,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선 LTV 30% 축소하는 수요 억제 방안이 담겼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예상했던 범주 내에 있는 규제라며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20일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투기 수요 차단을 통한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 기조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작년 12·16 대책이 나온 지 두달여만이며, 현 정부 들어 19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이토록 짧은 기간만에 정부가 다시 추가 규제 카드를 꺼내든 것은 12.16 대책으로 인한 풍선효과로 수·용·성(수원·용인·성남) 등 일부 수도권의 집값이 급격히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 수원시 권선구의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2.54%, 영통구는 2.24%, 팔달구는 2.15% 올랐다. 안양시 만안구와 의왕시도 같은 기간 0.35%, 0.27%씩 상승했다. 이에 따라 이번 대책은 사실상 일부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핀셋 대응'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예상대로 앞선 대책에 비해선 규모가 작았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정부가 눈치를 많이 본 듯 하다"며 "다 예상범위 내에 있었던 규제들 뿐이다. 이 정도의 수위라면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국토부

조정지역 LTV 축소…돈줄 조인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대출규제'로 압축된다.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됐는데, 현재 조정지역에선 LTV 60%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9억원 이하분 LTV 50%, 9억원 초과분 LTV 30%가 적용된다. 이 대출규제는 다음달 2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가액 10억원 주택 매입 시 기존에는 6억원이 대출됐다면 이제는 9억원에 LTV 50%를 적용해 4억5000만원, 1억원에는 30%가 인정돼 총 4억8000만원을 빌릴 수 있는 것이다.

앞서 12.16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이하분까지는 LTV 40%를 적용하고,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선 LTV를 20%까지는 설정하도록 한 대출규제의 아류작인 셈이다.

사업자 대출에 대해서도 관리를 강화한다. 주택임대업·주택매매업 이외 업종 영위 사업자에 대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주택 구입목적 주담대 취급 금지하고 있지만, 이번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까지 적용범위 확대됐다.

조정대상지역 내 1주택세대의 주택담보대출 시 실수요 요건도 강화됐다. 주택담보대출 시 '기존 주택을 2년 내 처분'하겠다는 조건에 '신규주택 전입 의무' 더 추가됐다. 사실상 주택거래를 검토한 뒤 허가를 내주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대출 규제 강화와 함께 실수요자들을 위한 '출구'도 마련했다. 서민 실수요자를 위한 내 집 마련 지원 상품인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의 경우 LTV 규제 비율을 최대 70% 유지되도록 했다. 다만 이들 상품은 시가 9억원 이하의 주택에만 대출이 가능해 규제와는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다.

조정대상지역, 등기 전까지 못팔아.

조정대상지역에는 수원시 영통구와 권선구, 장안구 및 안양시 만안구, 의왕시가 신규 지정됐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은 서울 전역 25개 구와 경기도 과천, 성남, 하남, 고양·남양주 일부 지역, 동탄2, 광명, 구리, 안양 동안, 광교지구, 수원 팔달, 용인 수지·기흥, 세종 등 39곳이다. 추가 조정지역이 나오면서 44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번 조정지역 규제과 함께 이들 지역은 전매제한 1지역으로 지정됐다. 1지역에 속하면 소유권이전등기일까지 전매가 불가능하다. 기 지정 지역 중 1지역이 아닌 곳도 1지역으로 일괄 상향한다.

1지역은 소유권 이전등기일까지 2지역은 당첨일로부터 1년6개월, 3지역은 당첨일로부터 공공택지 1년, 민간택지 6개월 동안 전매가 제한된다.

정부는 시장의 예상대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대책에 담았다. 이번에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된 지역과 기 지정된 지역에 대해서는 향후 시장 상황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과열이 지속될 경우 즉시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검토할 계획이다. 또한, 비규제지역도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과열 우려 시 규제지역으로 지정한다.

수도권 급등세에 규제도입에도 역부족

다만 이번 규제로는 그간 급등세를 탔던 지역의 집값을 잡기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다. 대출 외에는 기존 조정지역의 규제와 달라진 것이 적고, 기 지정 지역의 경우 연초부터 가격상승이 꾸준했다는 이유에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매물이 걷어 들여지며 단기적으로 급등하던 호가가 숨을 고르며 상승률이 둔화하거나 거래량이 감소하는 등 수요자 관망 움직임이 예상되나 가격 조정양상까지 이어지기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수원 팔달, 용인 수지, 구리시 등지나 투기과열지구였던 광명시 일대의 가격상승이 연 초부터 꾸준했던 점을 감안하면 비규제지역에서 규제지역으로 전환한다고 급격히 수요가 얼어붙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규제 자체가 미적지근한 데다, 계속된 규제로 부동산시장의 내성과 과거와 다른 유동자금과 저금리기조로 부동산 투기수요 유입돼 쉽게 사그라지기 어렵다"며 "일부지역에 국지적 부동산가격상승이 이뤄지지 않기 위해서 일시적 양도세 완화 부분을 적극적으로 실행해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통해 실수요자에게 부동산 공급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해 다양한 선택권을 시장에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수도권의 급등세가 진정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다만 이 전문가는 추가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지영 양지영R&C 연구소 소장은 "이들 지역 대출과 세제 등 규제로 인해 투자자 유입이 어려운 것을 감안, 집값 하락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최근 집값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인 공급대책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다른 지역으로의 풍선효과 등 또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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