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맞은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정도영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세계 각국은 난관에 봉착한 세계 경제의 회복과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각자도생’이라는 자국중심 움직임이 빨라졌지만 세계 여러 곳에서는 ‘다자협력’을 통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세계 지도자들은 지난 4일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치료제 연구에 82억 달러(약 10조원)의 지원금을 내기로 약속하는 등 코로나 19 대응을 위한 협력을 모색 중이다.

이번 모금은 전세계가 백신 개발과 치료제 연구를 공동지원하고, 그 결과물은 개발한 국가나 부유한 나라뿐만 아니라 가난한 나라 등 필요한 곳에 적시에 보급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한국을 비롯해 독일·영국·프랑스·캐나다·일본·터키·이란 등 40여 국가와 국제기구, 민간 자선단체 등이 참여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5000만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주변국과 수차례 갈등을 빚어 온 美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공조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가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전세계 공조 분위기를 깨고 각자도생 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新냉전 가속화 전망

코로나19는 미·중 패권경쟁과 한·일 경제전쟁으로 대변되는 국가우선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미국과 중국은 치열한 무역전쟁을 벌여왔다. 미국의 ‘국가대전략(grand strategy)’의 일환으로, 자국의 지위를 위협하는 중국경제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다.

특히 첨단 분야인 AI(인공지능), 빅데이터, 안면인식, 5G네트워크 등의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양국의 패권전쟁은 향후 4차 산업혁명시대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첨단기술전쟁으로 확대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 워싱턴D.C 국제안보연구소 갈 루프트 공동소장은 “코로나19 위기가 지금껏 봐온 어떤 것보다 미·중관계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코로나 팬더믹 상황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 국가들은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 정책국장은 미 폭스뉴스에 출연해 "중국이 미국에 수조 달러의 피해를 줬으며 어떤 형태로든 손해배상이 있어야 한다고 미국 국민은 강하게 믿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3년 반 동안 가장 강력하고 훌륭한 경제를 이뤄냈지만 중국이 전 세계에 바이러스를 퍼뜨렸고 이로 인해 일시적인 셧다운(폐쇄)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 3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의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시작됐다는 "거대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소송전도 불거질 전망이다. 미국 플로리다 주민 5000여 명과 40여 개국 총 1만 명이 미국법률회사 버먼 법무그룹을 통해 배상금 6조 달러(7800조원) 집단소송에 돌입했고 미주리 주정부는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미국법학자위원회(ICJ)와 인도변호사협회(AIBA)는 유엔인권위원회에 “즉시 코로나 사태 진상을 조사하라”며 중국에 20조 달러 배상금을 요구했다.

또 영국의 싱크탱크 헨리잭슨 학회도 보고서를 내고 “중국이 국제보건규약(IHR)을 위반했으니 미국, 영국, 일본 등 G7이 당한 피해액 3조9600억 달러(4900조원)를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이를 모두 합치면 중국 GDP의 거의 두 배나 되는 규모다.

이에 대해 중국은 ‘자국 책임론’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11일 웹사이트에 ‘미국이 주장하는 코로나19와 중국에 관한 거짓과 진실’이라는 글을 중국어와 영어로 게시했다.

이 글은 지난 9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보도된 것으로, 코로나19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 24가지를 반박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중국 정부의 정보와 통계는 외부 세계에 충분히 공개했고 투명하다”“중국은 미국 일부 정치인의 중상모략에 의한 코로나19 허위 정보의 희생자”라며 ”작심하고 반박했다.

이런 힘겨루기와 별도로 코로나19는 글로벌 공급망과 생산거점 재편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스크와 진단키트 등의 부족사태를 겪은 해외 각국은 자국내 생산기지 구축에 나서며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직시절부터 ‘리메이킹 아메리카’를 외치며 해외에 나간 자국기업의 공장을 이전시키려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더욱 강화해 법인세율 -21%로 끌어 내렸다.

일본 역시 U턴기업의 법인세율을 30%대에서 23%대 내렸으며, 도요타·혼다·닛산·캐논 등이 중국에서 공장을 이전했다.

유럽에서는 독일이 가장 적극적이며, 프랑스는 정부차원에서 전담기구를 신설했다.

▲개방성 내세운 우리 정부의 국제협력 강화전략

수출이 중심인 우리나라의 경우, 개방성과 투명성을 내세워 코로나 팬더믹 속에서도 국제사회의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또 각국의 국경봉쇄에도 기업인의 입국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 팬더믹 이후 불어닥칠 보호무역주의 바람을 차단하고, 다자간 또는 개별국가간 협력의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대처의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 꼽히는 만큼 국제 공조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의 방역 정책과 관련 기술을 공유해달라는 각국의 요청이 이어져 정부도 이에 대한 대응에 나선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미국·일본·호주·브라질·인도·이스라엘 등 7개국 외교장관과 다자간 화상회의에 참석하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강 장관은 한국의 방역 경험 공유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기여하고 있다고 각국 외교 수장들에게 소개했다. 강 장관은 경제 재활성화를 위해 기업인들의 필수적 이동을 포함한 국가간 인적 교류 재개, 운송망 회복, 세계 시장 개방성 유지, 백신·치료제 개발 및 보급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정부는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유엔과 세계보건기구(WHO), 유네스코의 각 회원국에 우호그룹(Friends Group)을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 개국이 동참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번 주 뉴욕에서 유엔 우호그룹이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또 청와대는 지난 7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하고 우리의 코로나19 대응 경험 공유를 희망하는 해외 각국 요청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EU와 개최한 통상장관 화상회의를 통해 코로나19 대응 협력방안과 양측 간 통상현안에 대해 논의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온라인 외신 브리핑 개최 ▲아·태 재정협력체(펨나, PEMNA) 긴급 화상 회의에서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정책 등도 공유했다.

아울러 정부는 한국 코로나19 대응 사례를 국제사회와 공유할 수 있도록 ‘K-방역모델’을 국제표준으로 제안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검사,확진→역학,추적→격리,치료로 이어지는 감염병 대응 전 과정에 걸친 절차와 기법 등을 ‘K-방역모델’로 체계화해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제안할 계획이다. 대상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세계 각국이 앞다퉈 벤치마킹하고 있는 이동형(워크스루) 선별진료소, 자동차 이동형(드라이브스루), 생활치료센터 운영모형 등이다.

이승훈 기자, 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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