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증권사들, 올 상반기에만 1조원 이상 증자...초대형IB 진입 통한 경쟁력 강화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자기자본 확대에 나서고 있다./그래픽 김민경기자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올 상반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 속에서도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자기자본 확대에 나서고 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증권사들이 늘어나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의 먹거리가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대형 증권사들은 초대형 증권사를 목표로, 중소형 증권사는 각자의 사업 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적게는 수백억에서, 많게는 수천억원 규모의 증자를 실시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증권사들의 유상증자 규모는 이미 1조원을 넘어섰다. 상반기 가장 공격적인 자본확대에 나선 곳은 하나금융투자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2월 5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 이를 통해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되기 위한 조건인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갖췄다. 

하나금융투자는 초대형 IB 진입을 통해 증권업계 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사업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또한 금융감독 당국의 자본 규제 비율 강화 등에 대한 선제적 대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요건을 갖춰 금융당국으로부터 초대형 IB로 지정받게 되면,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게 되면 이후 자기자본의 2배까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등 3개 증권사가 발행어름 사업을 통해 총 17조원 가량의 자금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 역시 지난 달 최대주주인 메리츠금융지주를 상대로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금도 초대형 IB 진입을 위한 조건인 4조원 수준에 근접하게 된다.

메리츠증권은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재무건전성 강화와 대주주의 책임경영 강화 차원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자본 건전성 지표인 구(舊)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150% 밑으로 내려가면 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데, 메리츠증권의 경우 이 수치가 151% 수준이었다. 하지만 증자를 통해 구NCR 수치를 160% 수준으로 높였다.

하지만 증자를 통한 초대형 IB 진입 역시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란게 업계의 판단이다. 이미 발행어음 사업을 하고 있는 3개 증권사 외에도 미래에셋대우와 하나금융투자 등 여타 경쟁자들이 초대형 IB 조건을 갖추고 발행어음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을 지켜만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방향도 그렇고, 업계의 사업 이익이 대형사들 위주로 집중되고 있다"며 "증권사들 입장에선 증자를 통해 몸집을 키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 교보증권이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을 비롯해, 앞서 하이투자증권도 2200억원 규모의 유증을 통해 각각 1조원 수준의 자기자본을 갖췄다.

교보증권은 지난 16일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한 유증 계획을 발표하며, 증권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 동력 확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증자를 통해 기존의 전략 사업인 부동산금융, 자산운용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인 디지털금융 기반 VC사업, 해외사업 등에서 수익 극대화 및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상위사들과의 자본규모 격차를 축소시킴으로써 증권업계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 상반기 코로나19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 속에서도, 국내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