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네이버, 우회 시장 진출로 규제망 피해
금융사, '기울어진 운동장' 불평
"이대로 가면 금융사 네이버에 종속될 것"
3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사들은 거대 플랫폼을 앞세운 네이버의 금융업 진출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국민포털'이라는 거대 플랫폼을 앞세운 빅테크(네이버)가 금융 시장에서의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 금융업계에서는 모든 금융사가 네이버에 종속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을 비롯해 카드, 보험 등 금융 전반적인 시장에서 네이버의 금융업 진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네이버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5400만 국민의 생활 전반에 영향력을 막대한 끼치고 있는 네이버의 데이터베이스와 직접적인 경쟁이 되지 않을뿐더러 네이버가 기존 금융사에 적용되는 엄격한 규제·감독망 역시 피해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제도권 밖에 있는 야수와 싸우는 꼴"이라며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네이버와 금융사들의 상생이 아닌 종속관계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금융사들은 "금융당국의 규제·감독 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 네이버, 우회 금융 시장 진출로 규제·감독망 피해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은행, 증권 등 라이선스 취득으로 정공법을 택한 카카오, 토스와 달리 금융사와 제휴를 통해 금융업에 진출했다. 기존 금융사와 상생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지난달 2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사를 직접 만든다고 우리가 혁신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 하나만 가동하며 다양한 금융사들과 협력하는 전략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미래에셋캐피탈과 협업해 대출 상품을 출시하고, 손자회사 'NF보험서비스'로 보험 시장에도 진출한다. 보험서비스는 직접 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닌 플랫폼을 활용해 기존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네이버가 우회적으로 금융 시장에 진출하면서 기존 금융사의 규제와 감독망에서 벗어난 상황이다. 

◆ 금융사의 한탄 "상생? 금융 시장, 네이버에 종속될 것"

네이버가 우회적으로 금융 시장에 진출했지만, 기존 금융사들의 불안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표면적인 사업방향은 '금융사와 상생'이지만 금융사들은 모두 네이버에 종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제 아무리 디지털 혁신을 이뤄내도 4000만이 사용하는 포털 플랫폼에 대항할 수 없다는 게 첫 번째이고, 금융사에 적용되는 엄격한 규제·관리에서 자유로워 구현할 수 있는 서비스나 상품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네이버는 포털이라는 플랫폼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해 두려운 상대"라며 "기존 은행권에서 취할 수 없는 생활, 금융 등 다양한 고객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빅데이터에 기반한 초 개인화 맞춤형 상품들을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플랫폼이 워낙 막강하고, 기술, 데이터, 규제·관리 감독 등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사실상 상생은 불가능할 것"며 "이대로 간다면 금융사가 네이버에 종속되는 상황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고 말했다.  

보험사 역시 비슷한 반응이다. 

네이버는 자동차보험사들과 제휴를 맺고 포털 플랫폼을 통해 자동차보험료 비교견적 및 보험 판매 서비스 출시를 논의하고 있다. 

손해보험 한 관계자는 "네이버를 통해 보험 상품이 광고되고 판매된다면 고객들은 보다 편리하게 상품에 가입할 수 있고, 보험사 역시 실적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다만 기존에 영위했던 자사 플랫폼은 결국 네이버에 잠식될 것이고, 결국 네이버 영향력이 막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빅테크의 시장 진출로 금융사 전체적으로 인력 유출도 만만치 않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카드업계 역시 시장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에 따라 간편결제 업체의 후불결제 기능이 최대 30만원까지 허용되고, 충전 한도 역시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되면서 네이버페이의 시장 영향력은 한층 확대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이라는 게 절대적인 제도권 안에서 벌어져야 한다"며 "현재 상황을 보면 제도권 밖에 있는 방목된 야수가 들어와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는 꼴"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민의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은 상상 그 이상이 될 것"이라며 "머지않아 금융권이 네이버에 종속되는 날도 그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지난달 28일 네이버 서비스 밋업 행사에서 SME 대출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 제공

◆ 금융사 "네이버와 견줄 마땅한 대안은 없어…" 

네이버의 금융 시장 진출이 현실화되고 있지만, 기존 금융사들은 뾰쪽한 대응 전략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 금융권에서는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맞춰 디지털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다양한 규제와 감독 아래 '국내 1위 포털'이라는 막강한 플랫폼을 이겨낼 제간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빅테크 역시 기존 금융사와 같은 규제와 감독을 적용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사 모두 고객의 편리성을 위해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현재 상황으로서 네이버와 비교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경쟁력을 찾기는 쉽지 않다"며 "정부의 빅테크·핀테크에 대한 지원이 계속된다면 전통 금융 시장 질서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국민이 사용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포털 플랫폼과 비교하면 금융사들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 상황으로선 금융당국의 규제·감독 법률 개정안만 기다리는 수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 금융위, 빅테크-금융사 형평성 관련 규제 검토

실제로 5대 금융지주사 회장단은 지난달 23일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조찬 모임에서 빅테크와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 줄 것을 요청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상황을 보면 금융권에서 희생하라는 분위기다. 후발사업자(빅테크)에 너무 관대해 형평성 논쟁이 많은 상황이다"며 "금융지주 회장단과 금융위원장이 이와 관련해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차후 금융 당국에서 적절한 개선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플랫폼 비즈니스, 타 금융회사 등과 연계·제휴 등에 대한 영업시 행위 규제 도입 △빅테크의 디지털 금융산업 진출시 외부청산 의무화, 합병·영업양수도 인가, 이용자 자금 보호, 역외적용 등을 통해 금융안정, 소비자보호 등을 위한 기반 마련 △공정경쟁 및 규제차익 방지 측면에서 기존 금융회사와 핀테크·빅테크 등에 적용되어 온 불합리한 규제 적극적 개선 등을 약속한 상황이다.

아울러 금융위원회는 오는 9월 금융 계열사를 소유한 빅테크를 금융그룹 통합 감독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긴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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