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코로나 대출 수요 감소...사모펀드 투자자 선보상 실시
은행들이 하반기 충당금 적립 부담을 덜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은행들이 올해 하반기 대손충당금(이하 충당금) 부담을 덜 것으로 예측된다. 충당금 적립 사유로 꼽혔던 문제들이 일부 해결될 조짐을 보여서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올해 상반기 쌓아놓은 충당금은 1조1096억원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지원과 사모펀드 배상 관련 돈이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우리은행이 3369억원으로 올해 상반기 충당금을 가장 많이 적립했다. 전년 동기 72억원 대비 4579% 급증했다. 이어 신한은행(3362억원), 하나은행(2644억원), 국민은행(1721억원) 순이었으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0%, 257%, 877.8% 확대됐다.  

하지만 올 하반기부턴 은행들의 충당금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1차 긴급대출 프로그램(1차 코로나 대출)에 대한 수요가 상당했던 것과 달리 최근 2차 코로나 대출을 찾는 이들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1차 코로나 대출은 공급 규모가 당초 12조에서 16조3000억원으로 확대됐다. 반면 지난 5월부터 10조원 규모로 공급된 2차 코로나 대출은 지난 3일까지 7079억원이 소진되는 데 그쳤다. 소진율은 7% 수준이다. 

4대 시중은행의 지난 5일 기준 1차 코로나 대출 잔액은 우리은행 5148억원, 국민은행 3929억원, 하나은행 2770억원, 신한은행 1173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2차 코로나 대출 잔액은 신한은행 1173억원, 국민은행 612억원, 우리은행 531억원에 불과했다. 다만 하나은행은 2089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은행들이 충당금 적립에 나섰다”며 “그러나 2차 코로나 대출을 찾는 고객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하반기 충당금 부담이 줄어들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어 “1차 코로나 대출은 대출한도가 3000만원, 연 1.5% 금리가 적용됐다”며 “2차는 1000만원 한도에 연 3~4% 금리로 정해졌고 1차 코로나 대출을 받은 고객도 꽤 있어 관심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중 8개 은행지주는 총 1조200억원의 코로나19 관련 추가 충당금을 적립했다”며 “2분기 합산 대손율 0.54%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은행권 공통적으로 미래 경기악화 시나리오를 반영해 리스크 측정요소(RC) 값 등을 조정했다”며 “개별법에 의해 부실예상 기업에 대한 일부 여신을 재분류 하는 형태로 추가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했고, 집합법 형태로 적립한 충당금 규모가 약 6600억원으로 전체 코로나 관련 충당금의 65%를 점유한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상반기 은행들이 일부 사모펀드 투자자들에 대해 선 보상을 결정하면서 하반기 충당금이라는 짐을 덜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6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대해 투자금의 일부를 돌려주는 보상안을 의결했고 이에 따라 하반기 충당금 적립이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한은행은 라임자산운용의 크레딧인슈어드 무역금융펀드(CI펀드) 가입금액 50%를 선지급하고 향후 펀드 자산회수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보상비율을 사후 정산키로 했다. 

우리은행은 플루토, 테니스 펀드에 대해 투자자와 개별 합의를 거쳐 최저회수예상액과 손실보상액으로 계산된 금액을 지급하기로 했다. 펀드별 선지금액은 원금의 약 51%로 알려졌다. TRS가 적용된 AI프리미엄 펀드는 원금의 30%대 수준이 될 것으로 예견된다. 

하나은행은 플루토·새턴 펀드 투자자에게 최저 회수 예상액과 손실보상액을 기준으로 원금의 최대 51%를 먼저 지급하는 보상안을 결의했다.  

김형일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