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020년 8월말 외환보유액'을 공개했다./픽사베이

[한스경제=조성진 기자] 국내 외환보유액이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증가폭은 6월말 대비 절반 이하 수준으로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3일 공개한 '2020년 8월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4189억5000만 달러로 7월말 대비 24억2000만 달러 증가했다.

한국은행 측은 지난달 외환보유액 증가 배경에 대해 외화자산 운용수익이 생기고, 미달러화 약세에 따른 기타통화표시 외화자산의 달러화 환산액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말 기준 92.37로 전월 대비 0.7% 하락했다.

자산별 외환보유액을 살펴보면 8월말 기준 유가증권은 3827억9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34조1000억 달러 증가했다. 유가증권은 국채, 정부기관채, 회사채, 자산유동화증권(MBS, 커버드본드) 등을 포함한다.

같은 기간 예치금은 238억2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10억4000만 달러 감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은 31억5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2000만 달러 증가했다.

IMF포지션은 44억 달러 규모로 전월 대비 4000만 달러 증가했다. IMF포지션은 회원국이 출자금 납입, 융자 등으로 보유하게 되는 IMF에 대한 교환성통화 인출권리를 뜻한다. 금은 47억9000만 달러로 지난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의 7월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세계 9위 규모로 지난 5, 6월과 같은 순위를 기록했다. 7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 1위 국가는 중국으로 3조1544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어 2위 일본과 3위 스위스는 각각 1조4025억 달러, 1조17억 달러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러시아(5918억 달러), 인도(5346억 달러), 대만(4962억 달러), 홍콩(4500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4479억 달러) 순서로 집계됐다.

국내 외환보유액은 2016년말 3711억 달러, 2017년말 3892억7000만 달러, 2018년말 4036억9000만 달러, 2019년말 4088억2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외환보유액은 4월 37억7000만 달러, 5월 33억3000만 달러, 6월 34억4000만 달러, 7월 57억7000만 달러씩 증가 추세를 보였다. 8월 24억2000만 달러 증가는 전월과 비교했을 때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이는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폭이 감소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이 7월28일 공개한 '2분기 중 외국환은행의 외환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원·달러 환율의 전일대비 변동폭은 1분기 8.0원에서 2분기 5.5원으로 감소했다.

환율 변동성이 컸던 1분기 외국환은행의 일평균 외환거래규모는 593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4분기 대비 49억9000만 달러 증가했다. 반면 2분기는 520억2000만 달러로 1분기 대비 73억5000만 달러 감소했다. 이는 121억5000만 달러 감소폭을 기록한 2008년 4분기 이후 최대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4일 국회 기획재정위 업무보고에 앞서 "환매조건부 채권 매입과 미 연준과의 통화스왑 자금을 활용한 외화대출을 실시해 원화·외화 유동성 사정을 크게 개선했다"고 언급했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30일 코로나19 확산 장기화, 글로벌 경기침체 등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환매조건부 외화채권 매매(외화RP)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외화채권 매매는 한국은행이 직접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국내 은행 및 보험사, 증권사 등 금융사가 보유한 외화채권을 경쟁입찰방식 환매조건부로 매입해 미달러화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국은행은 외화자금 공급과 동시에 외화채권을 사들이기 때문에 외환보유액 규모에 변동이 없고, 한은이 매입 채권을 언제든지 처분할 수 있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의 가용성에도 제약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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