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보험학계, 신중한 도입 제언
보험학계가 신중한 편면적 구속력 도입을 제언했다./연합뉴스

[한스경제=조성진 기자] 금융사가 소비자와 분쟁조정에서 시간을 끌며 버텼던 방식을 대응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편면적 구속력' 도입을 언급했다. 편면적 구속력이란 분쟁조정결정에 대해 소비자만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하고, 금융기관은 다툴 수 없도록 하는 제도로 소비자와 보험사간 분쟁해결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보험학계는 편면적 구속력 도입에 대해 '보다 합리적인 분쟁 해결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면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험연구원은 23일 공개한 최고경영자(CEO)리포트 '보험산업 진단과 과제 - 보험분쟁과 법제'에서 '보험은 계약 및 급부의 특성으로, 분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분쟁 건수 자체의 통제보다 합리적 분쟁 해결 기준 및 절차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연구원은 이어 '소액사건에 대한 분쟁조정결정에 편면적 구속력을 인정할 경우 분쟁을 조기에 해결함으로써 소비자 및 보험회사 모두 분쟁해결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다만 '편면적 구속력 적용 기준에 따라 소액이나 법리적 중요성이 있는 사건에 대한 판례 형성 및 법리 발전의 기회를 차단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보험분야에서 꾸준히 논쟁 중인 '자차보험 자기부담금' 환급소송의 경우, 개별 사건 청구금액은 20~50만 원으로 소액이나 그에 대한 법리적 판단은 전체 자동차보험 가입자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자차 자기부담금은 자동차 사고 시 수리비의 20%를 소비자가 20~50만원까지 부담하도록 한 제도로 보험가입자들의 과잉 수리비 청구 등 도덕적 문제를 막기 위해 2011년부터 2월 말부터 도입됐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지난달 12일 '자차 자기부담금' 환급 공동소송 원고단을 모집한다고 밝히는 등 환불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는 보험시장의 건전성과 소비자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자차 자기부담금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편면적 구속력이 도입된다면 금융소비자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자차 자기부담금 제도가 영향을 받는 등 도덕적 해이 문제가 확산될 수 있다"며 "제도 도입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권이 편면적 구속력의 신중한 도입을 강조하는 이유는 금융당국과 입법부가 금융소비자 보호와 권익 향상을 위해 이를 도입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편면적 구속력' 도입을 언급했다./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1일 임원회의에서 "고객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문화 정착을 위한 관련 제도 개선에 적극 힘써달라"며 "편면적 구속력 등 분쟁조정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적극 노력하라"고 말했다. 이는 외환파생상품 키코,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등 금융사의 수용이 부진한 것에 대응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국회 전문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2일 편면적 구속력에 관한 내용이 담긴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의원은 "현행법에서는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에 대해 '양 당사자(금융소비자와 금융사)'가 조정안을 수락시 재판상 화해 효력이 발생하도록 하고 있으나, 만일 일방이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는 경우 조정은 종료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면, 금융소비자와 금융사간 분쟁시 금융감독원 조정위원회가 조정안을 수락한 경우 이는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고 명시됐다. 또한 금융사(조정대상기관)는 소액분쟁사건에 대해 조정절차가 개시된 경우 소를 제기할 수 없다. 여기서 '소'란 원고가 법원에 대하여 특정한 소송물의 정당성 여부를 심판해 권리 보호를 허락하여 달라고 요구하는 신청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금융사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고, 시간을 버는 행태를 보이거나 아예 소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분쟁조정위원회의 권고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실정이다.

이 의원은 "일반금융 소비자가 수락하면 해당 조정안이 금융사의 수락 여부와 관계없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도록 함으로써 분쟁조정의 실효성을 높여 일반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고자 한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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