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배당성향 전년比 5~7%p 낮아질 듯...투자자 “주주가치 훼손말라”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배당 축소를 제안하면서 투자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배당 축소를 제안하면서 투자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연말 고배당주로 주목받아왔던 은행주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우리금융지주가 27%로 가장 높았다. 이어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동일한 26%, 신한금융지주가 25%로 뒤를 이었다. 

배당성향은 기업의 당기순이익 가운데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의 비율을 뜻한다. 세금을 제외한 이익금에 대한 배당금 총액의 백분율로 나타낸다. 

그러나 올해는 배당성향이 기대치를 다소 밑돌 것으로 예견된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금융사에 배당 축소를 권유해서다. 

금감원은 배당성향 상향을 20%로 제한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배당성향보다 5~7%p 낮은 수치다. 전체 비중으로 따지면 20% 이상 쪼그라든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 상황이 불확실하고 소상공인·중소기업 등 대출 만기 연장으로 부실이 이연된 측면을 고려해 적정한 수준의 배당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나눠주기보다 환율 변동이나 경기 침체 등 외부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보금을 쌓아 손실 흡수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이처럼 은행주가 예년과 달리 배당성향을 축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벌써부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금융주 연말배당 축소를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사기업에 대한 배당 축소 의무를 정부에서 강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한시적인 배당축소를 주장하지만 올해 금융권 모두 양호한 경영실적을 기록했고 주주가치를 훼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피력했다. 

올해 3분기까지 4대 금융지주의 누적 딩기순익은 9조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한 성적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3분기에만 당기순익 1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같은 기간 4대 금융지주의 충당금은 3조894억원으로 지난해 1조2052억원 보다 많았다. 이미 충당금을 대거 쌓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금융권은 금융당국의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주주들의 반발을 우려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긴박한 상황에 기존과 같은 수준의 배당을 하기 어렵다는 것은 공감한다”며 “그러나 권고 수준의 하락은 주주를 설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충당금을 쌓아서 리스크를 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당성향까지 낮추면 배당금이 크게 줄어들어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며 “그렇다고 충당금을 덜 쌓으면 리스크가 커지고 향후 수익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쉽게 결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정책인 것 같다”며 “건전성이 확보돼야 위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그래야 주주들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증권가는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에 따라 올해 일시적으로 배당성향이 낮아질 수 있지만 내년에는 평년 수준을 회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주요 은행의 주당배당금(DPS) 추정치를 지난해보다 낮춰 잡았다. 신한금융은 1690원, 하나금융은 1580원, 우리금융은 510원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DPS는 각각 1850원, 1600원, 700원이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 대형은행의 배당성향이 지난해 수준인 25% 내외로 예상됐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동향상 20~22%로 일시적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배당성향이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배당수익률도 지난해 5.1~6.2%에서 올해 4.3~5.3%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다만 내년 배당성향이 평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백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 사례를 감안하면 손실흡수력 확충과 대출 확대를 위해 은행 배당이 제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지만 국내은행의 펀더멘털이 견조하고 미국과 유럽 금융당국이 은행 배당정책에 대한 입장이 이달 들어 완화적으로 변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4대 금융지주 전경./연합뉴스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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