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현대건설·DL이앤씨, 페루·러시아 등지에서 연이은 수주 소식
올해 해외건설시장 전망 낙관적이었지만 초반 출발은 더뎌
해외건설협회, 기본설계 분야 중요성 강조… "경쟁력 키워야"
DL이앤씨가 사업을 따낸 가즈프롬네프트 러시아 모스크바 정유공장 전경. /DL이앤씨 제공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올해 초반 해외건설 수주가 더딘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이 잇따라 낭보를 전하며 신호탄을 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만큼 시장 다변화 및 신시장 개척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페루 친체로 신공항 부지정지 공사와 사우디아라비아 라파 380kV 변전소 공사 등을 연이어 수주했다.

페루 친체로 신공항 부지정지 사업은 약 1582억원 규모 페루 교통통신부 발주 공사로 현대건설이 현지 건설사인 ‘HV Constratista’와 조인트벤처(JV)를 구성해 스페인, 중국, 포르투갈 등 글로벌 경쟁사 5팀을 제치고 공사권을 따냈다. 현대건설의 JV 지분은 55%(약 875억원)다.

페루는 현재 세계문화유산이자 잉카 유적지 마추픽추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쿠스코 시내 기존 국제공항이 항공 안전 문제와 주민 소음 문제를 일으켜 이를 대체하고자 쿠스코에서 북서쪽으로 약 15㎞ 떨어진 친체로시에 신국제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중 부지성토 및 연약지반 개량 패키지 사업을 진행한다.

대림에서 이름을 바꾸고 올해 새롭게 출범한 DL이앤씨(E&C)도 첫 해외 수주에 성공했다. DL이앤씨는 지난 12일 러시아 석유기업인 가즈프롬네프트와 모스크바 정유공장 현대화 사업에 대한 가계약을 체결했다. 수주금액은 3271억원가량이며 90일 내에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러시아 모스크바 남동부에 위치한 모스크바 정유공장에 수소첨가분해공장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DL이앤씨가 설계·조달·시공감리까지 단독으로 수행하며 오는 2024년 하반기 준공 예정이다.

DL이앤씨는 해외 신시장 개척 전략에 따라 지난 2014년 러시아에 처음으로 진출한 뒤 다양한 가스 및 석유화학공장 등 기본설계(FEED)와 상세설계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러시아 플랜트 사업에 특화된 기술 표준과 현지화 요건, 기후 및 지리적 특수성 등을 만족시킬 기술력과 노하우를 축적한 바 있다.

이번 사업까지 포함해 가즈프롬네프트가 발주한 3개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하면서 러시아 메이저 발주처로부터 사업수행능력을 인정받게 됐다.

15일 오후 기준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 /해외건설협회 누리집 갈무리

올해 건설업계 해외사업 수주 실적은 출발이 좋지 않다. 1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올해 누적 해외 수주액은 61억2598만달러로 전년 동기 95억4411만달러 대비 36% 감소했다.

국가별로 보면 태평양·북미 지역의 경우 전년 동기 5278만달러에서 15억408만달러로 늘었으나 아시아가 35억5903만달러에서 9억6115만달러, 중동이 57억3251만달러에서 32억1921만달러로 줄었다.

해외건설협회는 올해 수주액을 지난해와 유사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백신 효과성과 안전성 검증으로 보급 확대 시 전면봉쇄, 이동제한 조치가 완화돼 상황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아직까지는 지난해에 비해 시작이 더딘 분위기다. 코로나19 확산세 지속 및 경기 회복 지연 등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요인들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탓이다.

그러면서 FEED 분야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FEED란 기본설계 이후 상세설계 이전의 설계(연결설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넓게는 사업 초기 단계에서 수행하는 프로젝트 기획, 개념설계 및 기본설계를 포함한 설계 활동 전반부의 종합적인 설계를 포함한다.

FEED 단계에서 주요 기자재 등이 결정되는 만큼 향후 이어지는 설계·조달·시공(EPC) 사업 구매와 시공 수주경쟁력뿐 아니라 프로젝트 전체 부가가치를 결정하게 된다.

FEED 분야는 주로 미국, 유럽과 같은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으나 최근 우리 기업들도 다양한 해외 플랜트 상세설계 및 EPC에 참여해 관련 경험과 실적 확보에 성공해 비중을 늘리고 있다.

DL이앤씨 또한 최근 스위스 글로벌 비료 회사인 유로켐이 발주한 메탄올 플랜트의 FEED를 수주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남서쪽 100㎞에 위치한 우스트-루가 지역에 하루 8000톤급 메탄올 생산공장 건설을 위한 FEED를 10개월여 동안 수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EPC까지 연결 수주한다는 전략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이 설계 분야 쪽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부분은 있다”며 “특히 설계의 경우 저작권 같은 게 있어서 고난이도 설계일수록 우리 건설사들의 경쟁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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