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창권 기자]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독립과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를 겪는 상황에서 백악관이 12일(현지시간) 주최하는 화상 대책 회의에 삼성전자를 공식적으로 초대하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2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주재로 국내 시간으로 오늘 밤 백악관에서 반도체·자동차·IT기업 기업 임원들과 반도체 화상 CEO 서밋(CEO Summit on Semiconductor)을 개최한다.

백악관이 밝힌 19개 참석 기업 명단을 보면 해외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네덜란드 NXP가 참여하고, 미국 내에서는 알파벳(구글 모회사), AT&T, 커민스, 델 테크놀로지, 포드, GM, 글로벌 파운드리, HP, 인텔, 메드트로닉, 마이크론, 노스럽 그러먼, PACCAR, 피스톤그룹, 스카이워터 테크놀로지, 스텔란티스 등이 참여한다.

백악관에서 이들 기업을 초정한 이유는 미 당국자들과 기업인들의 미국 내 일자리 계획, 반도체 및 기타 주요 분야에 대한 미국의 공급망의 복원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현재 반도체 칩 공급이 지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와 가전, 스마트폰 등의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미국은 반도체 패권을 주도하기 위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나서 지난 2월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대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재검점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미국은 이미 보안 문제를 이유로 중국의 화웨이에 제재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분야도 중국이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자,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강화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초청장을 받았으며, 현재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날 회의에는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대신해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국이 ‘안보’를 이유로 반도체 자립 강화에 나선 만큼 삼성전자의 전략도 주목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약 19조원 가량을 투자해 미국 내 새 파운드리 공장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오스틴 공장 증설에 대비해 공장 인근에 매입해둔 부지에 대한 용도변경을 마쳤고, 오스틴 외에도 미국 내 여러 후보지와 접촉하며 세금감면 규모 등 투자 조건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삼성전자에게 반도체 생산과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면서도 투자를 유인할 세제 혜택, 보조금, 연구개발(R&D) 지원 등을 지원해 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백악관 회의에 참석한 이후 신규 투자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경우 한국의 반도체 수출 물량 중 40%를 차지하는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들어낼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낸드플래시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또 올해 중국 시안 2공장이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역시 추가 투자를 요구하는 등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백악관으로부터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대한 요청을 받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현재 GM이나 포드 같은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 생산에 차질을 겪고 있어 이런 요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삼성전자에게 요청할 수는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 주력 회사인 만큼 사실상 이 요구를 들어주긴 힘들 것”이라면서 “미국내 반도체 생산 확대 요청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에 나서게 되면 중국 역시 이와 비슷한 요구를 삼성전자에게 요청할 수 있어 이 부분은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창권 기자 kimck@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