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부, 낙하산 인사 근절로 온갖 불법행위 근절 토대 마련해야

[한국스포츠경제 송남석 부국장] 한때 공기업이었다가 2000년대 초반 비슷한 시기에 민영화의 길을 함께 걸어온 포스코와 KT. 공교롭게도 이 두 기업이 최순실 게이트로 또다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위에 섰다.

지난 1968년 포항종합제철(주)로 출발한 포스코는 2000년 9월 민영화됐고, 1981년 말 한국전기통신공사를 모태로 한 KT는 2년 후인 2002년 8월 민영기업으로 전환된 기업이다. 양사 모두 지분 매각을 통해 정부에서 완전 분리된 민간기업 신분이다. 최소한 외형만을 놓고 봤을때에는….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 보면 포스코와 KT는 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극심한 홍역을 앓는다는 공통 숙제도 안고 있다. 이른바 ‘주인없는 기업의 설움’ 이다. 조직 내에서는 5년에 한번 씩은 겪어야 하는 숙명쯤으로 받아들이는 자포자기 기류마저 감지된다. 임원들은 이 시기가 되면 본업보다 정부, 혹은 비선실세들의 눈치를 살피는 악순환을 거듭해오고 있다.

우려했던 일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현실로 다가왔다. 먼저 포스코가 최순실 게이트에 연류 돼 기업 총수 중 가장 먼저 검찰에 소환되는 오명을 뒤짚어 썼다. 이번 주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차은택 씨 측의 옛 포스코 계열 광고업체인 포레카 '지분 강탈' 의혹과 관련, 검찰에 소환돼 밤샘 조사를 받았다.

특히, 검찰은 권 회장이 지난 2014년 회장 선임 과정에서 당시 '비선 실세'였던 최 씨의 역할론에 주목, 이번에 차 씨에게 이권을 넘겨주려는 건 아닌지 집중 조사하고 있다. 포스코가 미르·K스포츠 재단에 49억원을 출연한 것도 재조사 가능성이 거론된다. 검찰은 권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했고, 피의자 신분 전환할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사실, 포스코 ‘CEO잔혹사’는 새 정권 출범을 계기로 수십년째 거듭돼 온 오랜 악연이다. 고(故) 박태준 초대회장에서 시작된 악습은 황경로·정명식·김만제·유상부·이구택·정준양 회장까지 차례로 대물림했다. 이번엔 권오준 회장 차례쯤으로 읽힌다. 언제나 명분은 새 정권의 입맛에 맞는 회장 임명으로부터 출발했다. 순응하지 않는 회장들에게는 전 정권의 압력에 의해 이뤄진 불법로비, 배임·횡령, 일감몰아주기 등 온갖 멍에가 씌워지기 일쑤였다.

물론, 포스코가 그동안 시스템적 보완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포스코는 2004년 소유와 경영권 분리를 기치로 12명의 이사회를 구성해 최고경영자(CEO) 선임권을 부여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KT 역시 차은택 씨에 의한 인사 개입 정황이 속속 확인되며 고질병을 드러냈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차 씨를 거쳐 KT로 번지는 양상이다. 박근혜 정권과 함께 취임한 황창규 KT 회장은 인사비리 척결을 공언했지만 스스로 한계를 극복해내지 못했다.차은택 씨는 작년 초,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공모해 측근인 이동수 씨를 KT 임원으로 밀어 넣은 뒤 자신이 실소유한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를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했다. 올해 공개된 KT 영상 광고 24편 중 11편이 차 씨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광고였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묘하게도 포스코와 KT는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올해 괄목할만한 경영실적을 냈다. 하지만 내치와 외치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경영실적 개선으로 박수를 받기 보다는 전 국민적 공분에 개혁의 대상이라는 이미지만 국민들 머릿속에 각인되고 있을 뿐이다.

포스코와 KT가 이지경이 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정치권이 만만하게 CEO와 임원인사를 주무르거나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채울 캐시카우 쯤으로 치부한 탓이 가장 크다. 학계에서는 “정부의 영향력을 견제할 기능이 내부에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중립적인 인사들로 사외 이사진을 구성하고, 경영 감시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원칙적으로는 맞는 얘기다.

수십년째 지속된 지적이었지만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핵심은 정부나 정치권의 기업 CEO 및 임원인사 개입으로 볼 수 있다. 새로 출범한 정권에 의해 임명된 회장이나 임원은 반드시 권력에 보답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을 테니까….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관례라는 악습을 과감하게 털고 낙하산 인사 근절선언과 실천으로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또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인사가 있다면 반드시 불이익을 주는 선례도 남겨야 한다.

그 다음이 소 잃고라도 외양간을 고치듯, 불행의 씨앗을 과감하게 자르려는 내부 노력이다. 앞으로 포스코와 KT 회장은 외부 입김에 흔들림이 없어야 하고 그럴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취임하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재임기간 중 투명한 의사 결정으로 최소한 정권이나 주주들에게 약점 잡힐 일을 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나쁜 권력자 탓만 하지 말고 스스로 바뀌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송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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