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DRX, 데프트의 품격 후배들 깨우쳤다
광동, 기인‧테디 건재 서머 시즌 발전 기대감↑
프레딧, 간절함과 단단함으로 완성한 이야기

[한스경제=김재훈 기자] 2022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첫 대장정인 스프링 스플릿이 막을 내렸다. 역대급으로 뜨거웠던 겨울 스토브리그를 지나 진행된 올해 스프링 시즌은 새로운 기록과 스토리들이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LCK 10개 팀은 스프링 시즌을 치르며 환희와 기쁨은 물론 좌절과 아쉬움도 짙게 남았다. 이번 e스포비즈는 10개 팀의 스프링 시즌을 돌아보고 조금은 개인적이고 주관이 섞인 결산을 3주에 걸쳐 진행해 본다. [편집자]

DRX 선수단 / 사진=LCK
DRX 선수단 / 사진=LCK

◆DRX, 팀 바꾼 베테랑 ‘데프트’의 영향력

DRX는 지난 2021 LCK 서버 스플릿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며 대대적인 변화에 나섰다. 롤드컵 청부사로 불리는 김정수 감독 영입과 베테랑 원거리 딜러 ‘데프트’ 김혁규를 2년 만에 복귀시켰다. 여기에 중국 LPL 비리비리 게이밍에서 미드 라이너 ‘제카’ 김건우와 담원 기아 오더의 중심 서포터 ‘베릴’ 조건희를 영입하며 화룡정점을 찍었다.

호기롭게 스프링 시즌을 맞이한 DRX지만 개막전에서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리브 샌드박스에 2:0 패배를 당하며 삐걱거렸고 개막 3연패에 빠졌다. 제카는 LCK 적응 기간 필요해 보였고 탑 라이너 ‘킹겐’ 황성훈, 정글러 ‘표식’ 홍창현도 기복 있는 경기력을 보였다. 여기에 시즌 초 김정수 감독이 엔트리 말소와 함께 팀을 떠났고 주전선수 대부분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어수선한 팀 분위가 이어졌다.

이러한 팀 분위기 속에서 베테랑 데프트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데프트는 이번 시즌 제2의 전성기란 평가를 받으며 원거리 딜러 주요 지표에서 상위권을 달리는 등 경기 내적으로 팀을 이끌었고 외적인 부분에서도 선수들을 소집해 대화시간을 갖는 등 주장으로서 품격을 보여줬다. 최상인 DRX 대표도 이 같은 데프트의 리더십을 언급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데프트의 노력으로 팀원들도 점차 경기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특히 시즌 초반 무리한 플레이와 팀원들과 호흡 문제를 일으켰던 베릴도 담원 시절 경기력을 회복하며 데프트를 뒷받침 했다. 두 베테랑 지휘를 받은 DRX는 점차 승수를 쌓아가더니 최종 4위를 기록했으며 다가올 서머시즌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광동 프릭스 선수단 / 사진=LCK
광동 프릭스 선수단 / 사진=LCK

◆광동, 이제는 쓸쓸하지 않은 ‘기인’

광동 프릭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기인’ 김기인은 ‘국대 탑’이란 별명과 함께 ‘7ㅣ인’이라는 별명이 있다. ‘기인이 71인분 이상을 해야 이긴다’는 웃픈 별명으로 광동의 경기력이 힘들 때면 팬들과 팀원들은 기인을 찾았다.

하지만 특정 선수 한명에게 의존하는 팀은 강팀이 될 수 없듯 광동은 이러한 이미지를 벗고자 대대적인 선수 영입에 나섰다. T1에서 ‘테사기’, ‘최종 넥서스’ 등 별명을 가진 ‘테디’ 박진성과 정글러 ‘엘림’ 최엘림, 서포터 ‘호잇’ 류호성을 영입했다. 수준급 미드 라이너 ‘페이트’ 유수혁까지 로스터를 완성해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T1에서 영입한 선수들이 수준급 선수들임에도 주전 경쟁에서 밀린 상태였고 페이트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늘 조금 아쉽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 같은 문제는 시즌 초 곧바로 나타났다. 개막전 한화생명e스포츠에 2:0 패를 비롯해 세트 8연패에 빠지며 최하권에 처졌다.

기인이 고군분투하며 버티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흔들리는 경우가 늘어갔다. 테디가 힘을 보태긴 했지만 팀원들과 콜이 자주 엇갈리며 무기력하게 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랜만에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이 많아 의욕만큼 각자 콜이 너무 중구난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광동은 2라운드부터 팀원들의 콜 단순화를 시도하며 점차 호흡을 맞춰갔다. 호흡이 맞자 선수들은 제 기량을 폭발하기 시작했다. 엘림의 갱킹은 날카로워졌고 테디의 폭발력이 다시 돌아오며 기인의 부담감도 줄어들었다. 특히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된 호잇은 ‘노틸러스’만 잡았다 하면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며 반전을 이끌었다. 

2라운드 대반전을 보여준 광동은 기어이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내며 만족스러운 시즌을 보냈다. 팀원과 조직력이 갖춰진 광동은 이제 기인 원맨팀에서 벗어나 강팀의 면모를 보여주며 다가오는 서머시즌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2022 스프링 마지막 경기서 담원 기아를 꺾고 첫 플레이오프에 진출을 확정한 '프레딧 브리온' 선수단 / 사진=LCK
2022 스프링 마지막 경기서 담원 기아를 꺾고 첫 플레이오프에 진출을 확정한 '프레딧 브리온' 선수단 / 사진=LCK

◆프레딧, 사령관 ‘엄티’ 외 5인이 완성한 극적인 ‘소년만화’

이번 시즌 가장 극적이고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팀을 꼽으라면 프레딧 브리온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프레딧의 이번 시즌 성적은 플레이오프 턱걸이인 6위로 다소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완벽한 성장형 ‘소년만화’다.

프레딧은 지난해 스프링과 서머 각각 10위와 9위를 기록하며 대표적인 하위권 팀으로 분류됐다. 간간이 강팀들을 잡아내며 ‘킹 슬레이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뿐이었다. 올해 스프링을 앞두고 보강한 선수도 ‘모건’ 박기태와 ‘소드’ 최성원뿐 별다른 행보가 없었다.

하지만 2년간 굳은 시간을 겪은 팀원들의 호흡은 최고의 무기였다. 단단하면서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 프레딧의 경기력은 팬들을 움직였고 기대를 하게 했다. 여기에 베테랑 사령관 ‘엄티’, 롤킹 ‘라바’ 등 선수들의 경기력이 물이 오르며 예전의 프레딧이 아님을 증명했다.

특히 치열한 플레이오프 싸움을 이어가는 와중 마지막 경기에서 최강팀 담원을 2:0으로 꺾으며 극적으로 플레이오프 마지막 티켓을 따내며 완벽한 이야기 결말을 만들어 냈다. 커리어 대부분을 하위권 팀에서 보낸 엄티와 라바는 데뷔 첫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선수로서의 한을 조금은 풀 수 있었다. 이제 팬들은 프레딧이 이번 시즌을 발판으로 언더독에서 벗어나 주인공으로 거듭나길 기대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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