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변죽만 울린 ‘과학방역’…실체 모호?
임시선별검사소 2월 218곳 → 현재 12곳 만 운영…결국 ‘늑장대처’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한스경제=홍성익 보건복지선임기자] 원숭이두창에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약 10만명에 달하는 등 재확산 조짐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사태를 수습할 방역 사령관은 공석이다. 보건복지부 장관 부재가 길어지면서 방역 대응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호영‧김승희 전 후보자가 각종 의혹으로 자진 사퇴하면서 궁지에 몰린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청문회 문턱을 넘을 수 있는 후보 인선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28일 윤석열 대통령은 출범 80일이 지나도록 ‘최장 기간 초대 복지부 장관 공백’이라는 역사를 썼다. 역대 복지부장관사(史)를 살펴보면 김대중 정부 이후 초대 복지부 장관을 임명하기까지 걸린 기간이 가장 길다. 김대중 정부는 7일, 노무현 정부는 2일, 이명박 정부는 23일, 박근혜 정부는 15일 걸렸다. 문재인 정부가 73일로 가장 길었다. 문 정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취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윤 정부의 복지부 장관 공백은 더욱 긴 기간이다.

◇감염병 비상사태인데…‘과학방역사령탑’ 장고 끝에 ‘악수’

보건복지부는 새 정부에서 홀로 ‘장관 없는 부처’로 남았다. 25일 시작한 윤 정부 출범 후 첫 대정부질문에서도 복지부 장관만 출석하지 못하게 됐다.

장관 인선이 미뤄지는 사이 전 세계적으로 원숭이두창에 대한 공포감은 커지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원숭이두창 감염 사태에 대해 최고 수준 경보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코로나19 유행도 다시 확산세로 돌아섰다. 27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10만285명으로 총 누적 확진자는 1944만6946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9만9327명)보다 958명 증가한 것으로, 지난 4월 20일(11만1291명) 이후 99일 만에 1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더구나 일명 켄타우로스 변이인 BA.2.75가 이미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국내 확진자는 누적 4명이다. 켄타우로스 변이는 확산 속도가 다른 변이에 비해 빠르고, 백신 혹은 감염으로 형성된 항체를 회피하는 능력도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정부의 방역대응은 굼뜨기만 한 모습이다. 방역당국은 해외 입국자의 유전자증폭(PCR) 검사기한 단축을 25일에야 단행했다. 정부는 지난 6월 PCR 검사 시한을 ‘입국 3일 이내’로 완화했으나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25일부터 ‘입국 1일 이내’로 검역을 강화했다.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도 기대보다 늦게 설치돼, 현장에선 주말에 검사소를 찾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정부가 7월 말까지 총 70개소를 설치하겠다고 지난 20일 밝혔지만, 복지부와 서울시 발표 등을 종합하면 25일 설치된 검사소는 지방에 3곳, 서울에 9곳 뿐이었다.

정치권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가 방역 책임을 사실상 국민 개개인에게 미뤘다는 이유에서다.

백경란 질병청장은 지난 19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통제 중심의 국가 주도의 방역은 지속 가능하지 못하고, 또 우리가 지향할 목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정부는 방역상황 안정화와 함께 국민 일상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코로나19 재확산에 원숭이두창 경고까지, 이러한 비상상황에서 방역의 수장인 복지부 장관이 77일째 공석”이라며, “과학방역을 이야기하지만 국민 개개인이 알아서 하라는 개별 방역 기조에 질병관리청은 ‘질병구경청’이라는 국민의 조롱까지 나오고 있다. 방역 수장 임명을 서둘러주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도 25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정부는 방역 사령탑이 돼야 할 복지부 장관을 지명조차 못 하고 있다. 실체 없는 ‘과학적 방역’과 선장 없는 윤 정부의 방역대책은 신뢰를 잃었고 코로나19 재확산 공포감만 커지고 있다”며 “국가의 책임을 자각하고 코로나19 재유행 차단을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에 나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변죽만 울린 과학방역실체 모호?

이처럼 코로나19 상황이 연일 악화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방역을 비판하며 이번 정부가 내걸었던 과학방역은 여전히 실체가 모호하다. 방역당국이 재유행을 앞두고 새롭게 내놓은 것은 50·18세 이상 기저질환자 등으로 백신 4차 접종 대상을 확대한 것 뿐이다.

오히려 국민과 의료 현장의 혼선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확한 진단(Test)과 역학조사(Trace), 신속한 치료(Treatment)라는 ‘3T’가 엇박자를 낸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앞서 정부는 재유행이 예견된 상황에서도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전담 병상 규모를 줄여왔다. 그러다 확진자 수가 더블링 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자 부랴부랴 재확보에 나섰다.

선별진료소와 임시선별검사소 설치 및 운영도 늑장 대처하면서 혼선을 키웠다. 현재 운영 중인 임시선별검사소는 전국에 12개에 불과하다. 2월 중순만 해도 218곳이었지만 확진자가 줄면서 문을 닫았다. 방역당국은 지난 20일 확진자가 늘어남에 따라 전국 70곳으로 검사소를 늘리겠다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제 운영되지 않은 곳이 많아 주말 동안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또 관련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검사비를 자비로 부담하도록 해 숨은 감염자가 늘고, 이에 따라 유행 규모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반영하겠다며 국가감염병 위기대응자문위원회도 현재까지 역할로는 전 정부의 일상회복 지원위원회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 컨트롤타워가 없는 점도 문제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권덕철 장관이 지난 525일 물러난 후 두 달 넘게 수장이 없는 상태다. 복지부 장관과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방역 사령탑으로 위기 상황에 손발을 맞춰야 하지만 공석 상황이 길어지면서 정책 의사결정과 실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 모양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자율 방역준수와 백신 접종 계획만을 거듭 강조했다.

한 총리는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코로나19 재확산과 관련 확진자 수가 10만 명에 육박했다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됨에 따라 감염확산 속도가 더 빨라지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26개월 간 여러 차례 유행기를 겪었으며 이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경제와 일상의 멈춤이 아니라 자율과 실천이라고 말했다.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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