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포지션 변경은 터닝 포인트
스타 탄생에 구단도 함박웃음
강원FC 양현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강원FC 양현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지난달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클럽 토트넘 홋스퍼와 팀 K리그의 친선전에선 놀라운 장면이 나왔다. 팀 K리그의 한 선수가 전반전 막판 에릭 다이어(28), 다빈손 산체스(26) 등 토트넘 수비진을 상대로 과감한 돌파에 성공한 뒤 강력한 슈팅을 때린 것이다. 주인공은 바로 강원FC의 신예 양현준(20)이다.

◆ 포지션 변경은 터닝 포인트

양현준은 9일 “토트넘과 경기 초반에 로드리고 벤탄쿠르(25)라는 선수가 저에게 굉장히 거칠게 들어왔다. 그때 ‘상대 선수들의 몸이 장난 아니구나’라고 느꼈다. 그때부터 마음가짐을 굉장히 단단하게 먹고 경기에 임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토트넘과 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후 자신감을 얻었다. 특히 그때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사흘 후 벌인 수원FC와 원정 경기에서 무려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4-2 승리를 견인했다.

양현준은 자신만의 축구 스토리를 풀어가고 있다. 부산정보고등학교 출신인 그는 원래 중앙 미드필더였다. 초등학생 시절 축구보다 풋살을 먼저 했고, 축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땐 이미 기본기를 꽤나 갖춘 상태였다.

지난해 1월 강원 구단에 입단한 그는 당시 사령탑이었던 김병수(52) 감독의 조언에 따라 포지션을 측면 공격수로 변경했다. 포지션 변경은 새로운 동기부여를 갖게 하는 동시에 그의 강점인 스피드와 돌파력을 더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K리그 그라운드를 누비던 양현준은 지난 6월엔 황선홍(54)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에도 발탁돼 그 잠재력을 확실히 인정받았다.

U-23 대표팀과 토트넘전 활약을 거쳐 양현준의 기량과 인기는 더 치솟고 있다. 그는 현재까지 24경기에 나서 5골 4도움을 기록 중이다. 유니폼 판매 주문과 인터뷰 섭외 요청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현준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양현준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스타 탄생에 구단도 함박웃음

양현준은 올 시즌 강력한 영플레이어상 후보 중 한 명이다. 그는 이미 ‘이달의 영플레이어상’을 3회나 받았다. 4월과 6월에 이어 7월까지 시즌 3번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 시즌 3회 수상은 지난해 상이 신설된 이후 최초다. 이 상은 매달 K리그1(1부)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젊은 선수에게 수여된다. 한국 국적으로 만 23세 이하(1999년 이후 출생)이면서 K리그 공식 경기 첫 출장을 기록한 연도로부터 3년 이하(2020시즌 이후 데뷔)인 K리그1 선수를 대상으로 한다.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해당 월의 소속팀 총 경기 시간 중 절반 이상에 출장한 선수가 후보가 된다. 수상자는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회 산하 기술연구그룹(TSG) 위원들의 투표로 정해진다. 7월엔 양현준, 김진호(22·강원), 김성민(22·인천 유나이티드), 강성진(19·FC서울), 고영준(21·포항 스틸러스) 등 13명이 경쟁했다.

양현준은 7월 강원이 벌인 5경기에 전부 나서 3골 1도움을 올렸다. 그는 TSG 위원들로부터 활약을 인정 받아 최다 득표를 기록했다. 그는 15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리는 수원FC와 경기 전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다.

양현준의 ‘상복’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수 있다. 그는 구스타보(28·전북 현대), 김승대(31·포항), 김대원(25·강원)과 함께 7월 'EA K리그 이달의 선수상' 후보로도 뽑혔다. 김대원은 5경기에서 2골 5도움을 기록해 K리그1 도움 1위(9개)를 달리고 있다. 양현준은 팀 내 선배 김대원과 치열한 수상 다툼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강원은 올 시즌 9승 6무 11패 승점 33을 기록하며 7위에 올라 있다. 강원은 기업 구단과 비교하면 예산이 넉넉지 않은 도민구단이다. 수도권에 멀리 떨어져 있는 도민구단 입장에서 새로운 스타 탄생은 적지 않게 반가운 일이다. 구단의 굿즈 판매량이 늘어나고 입장 수입도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팬들의 응원을 받은 선수들은 더욱 힘을 내 팀 성적까지 좋아질 수 있다. 사실 양현준의 성장은 구단뿐 아니라 K리그와 한국 축구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도 분명 긍정적인 일이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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