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축구 승률? 승점-골득실-다득점이 더 중요
축구, 무승부 포함 특성 고려 필요
축구에서는 승률보다 승점이 더 중요하다. /픽사베이
축구에서는 승률보다 승점이 더 중요하다. /픽사베이

[한스경제=심재희 기자] 10경기 8승 2무. 승률은? 계산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8번 이겼으니 80%. 그런데, 90%로 답한다면 어떤가. 틀렸다. 그런데 틀리지 않았단다. 실제로 8승 2무를 90% 승률로 표시해 기사화 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축구는 무승부가 가장 많이 나오는 종목 중 하나다. 경기 결과가 승리, 무승부, 패배로 3등분된다. 각 리그 일정과 대회 조별리그에 무승부가 존재한다. 토너먼트 승부에서는 연장전과 승부차기까지 치러 승자와 패자를 가린다. 승부차기는 공식적으로 무승부 처리된다. 

한 후배의 축구 기사를 보다가 '승률'을 따져 유심히 체크하게 되었다. 축구에서 승률은 그리 중요하진 않지만, 그래도 수치화 된 내용이 기사의 객관성을 더할 거라고 생각하고 살펴봤다. 한데 무승부를 0.5승으로 처리하는 황당한 계산법에 놀랐다. '이상한 축구 승률 계산법'에 의하면, 8승 2무는 9승과 같으니 승률 90%란다. 맞는 것일까.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는 승리하면 승점 2가 주어졌다. 하지만 1994 미국 월드컵부터는 조별리그 경기에서 이긴 팀은 승점 3을 획득했다. /사커웨이 캡처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는 승리하면 승점 2가 주어졌다. 하지만 1994 미국 월드컵부터는 조별리그 경기에서 이긴 팀은 승점 3을 획득했다. /사커웨이 캡처

축구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1990년대 초반까지 축구에서 이기면 승점 2, 비기면 승점 1, 지면 승점 0이 주어졌다. 승리의 가치가 무승부의 딱 두 배였다. 승리 프리미엄이 무승부보다 그리 높지 않다 보니 지지 않는 경기 운영을 하는 팀들이 많아졌다. 특히, 월드컵 등 국제 대회에서 지루한 무승부 경기가 속출해 아쉬움을 남겼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고민에 빠졌고, 1994 미국 월드컵을 기점으로 보다 공격적인 축구와 화끈한 승부를 위해 '승리=승점 3 획득'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대대로 승리 프리미엄이 크게 늘어나자 공격 축구가 득세했고, 이후 '승리=승점 3 획득' 제도가 전 세계로 퍼졌다. 1995-1996시즌부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와 각 리그, 국가 대항전 등에서도 적용됐다. 그리고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렇듯, 현재 축구에서 승리는 무승부보다 훨씬 더 가치가 높다. 조별리그나 리그 등의 경기를 기준으로 단순히 비교한다면, 승리하면 무승부의 3배 승점을 얻는다. 그런데, 축구에서 여전히 '무승부=0.5승'으로 계산해 승률을 따지는 사람들이 있다. 어리석은 일이다. 관련 기사나 자료를 보면, 축구의 '관례상'이라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그건 이십수 년 전 기준에 따른 것일 뿐이다. 

축구에서 여러 팀의 순위를 정하는 기본적인 첫 단위는 다름 아닌 승점이다. 승점이 많은 팀이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승점이 같을 경우 이하 기준은 리그나 대회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도 하다. 골득실-다득점-승자승 순이 일반적이지만 순서가 바뀌는 리그나 대회도 없지 않다. 하지만 같은 리그나 같은 조에 속했을 때, 승점이 적은 팀이 승점이 많은 팀보다 앞선 순위가 되지는 않는다. 단, 토너먼트에는 예외가 존재한다. 토너먼트에 돌입하면, 승점이 적어도 끝까지 살아남는 팀이 높은 순위에 오를 수 있다. 

승률은 말 그대로 이긴 확률을 뜻한다. 그건 축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축구는 승리, 무승부, 패배가 확실한 3등분의 한 덩어리로 자리잡고 있다. 승리와 패배로만 결과가 정해지는 종목들에 비해 승률 자체가 대체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승점 제도가 한참 전에 바뀌었으나 1990년대 초반 기준으로 승률을 따지는 건 '난센스'다. 축구에서 승률은 큰 의미가 없다. 

스포츠산업부장

 

심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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