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무릎 꿇기 캠페인'…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행위
2016년 NFL 선수 콜린 캐퍼닉이 국민의례 거부한 데서 유래
근절 노력에도 여전한 인종차별… 손흥민, 황희찬 피해
EPL 토트넘 홋스퍼 소속 손흥민이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무릎 꿇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EPL 토트넘 홋스퍼 소속 손흥민이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무릎 꿇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특별한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경기에 출전하는 양 팀 22명의 선수와 심판진이 모두 킥오프를 앞두고 한쪽 무릎을 꿇습니다. 이것은 바로 ‘무릎 꿇기 캠페인’으로 불리는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행위입니다.

무릎 꿇기 캠페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EPL이 중단됐다가 재개한 2020년 6월부터 진행돼 왔습니다. 2016년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콜린 캐퍼닉(36·미국)이 경기 전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질 때 무릎을 꿇은 채 국민의례를 거부한 데서 유래됐습니다. 이후 2020년 5월 미국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이후 ‘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운동’의 일환으로 스포츠 현장에서도 선수들이 실천해 오고 있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축구 경기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일부 경기에서도 무릎 꿇기로 차별 반대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무릎 꿇기 퍼포먼스가 차별 근절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올해 8월 EPL 사무국은 무릎 꿇기 퍼포먼스에 대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기존에는 모든 경기에서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했으나, 이제는 특정 기간을 정해서 진행하며 효과를 강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무릎 꿇기가 진행되는 경기는 시즌 개막전, 지난해 10월,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 특정 주간, 카타르 월드컵 종료 뒤 박싱 데이 경기, 시즌 최종일 경기,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리그컵 결승전으로 정해졌습니다.

11일부터 20일까지는 EPL의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 주간이었다. /연합뉴스
11일부터 20일까지는 EPL의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 주간이었다. /연합뉴스

11일(이하 한국 시각)부터 20일까지는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 주간이었습니다. 이 기간에 펼쳐진 EPL 23, 24라운드에서 모든 선수들은 킥오프 전 무릎을 꿇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캠페인을 진행한 EPL 사무국은 “잉글랜드와 전 세계 팬들에게 차별이 축구나 더 넓은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상기할 것이다. 아울러 경기의 모든 영역에 걸친 다양성이 어떻게 인종차별을 더 강하게 만들 것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경기 전 ‘인종차별을 위한 공간은 없다(No Room For Racism)’ 캠페인을 진행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선수들과 사무국의 인종차별 근절 노력에도 EPL 내 인종차별 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국 선수들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은 20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리그 5호골을 터트린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종차별 피해에 노출됐습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8월 펼쳐진 첼시전과 2021년 4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2018년 10월 웨스트햄전에서도 인종차별 행위의 대상이 됐습니다. 

토트넘은 경기 후 “웨스트햄과 경기 중 온라인에서 손흥민을 향한 부끄러운 인종차별적 욕설이 있었던 것을 인지했다. 우리는 손흥민과 함께 서겠다. SNS 회사와 당국이 조처해줄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황희찬(27·울버햄턴 원더러스)도 지난해 1월 SC 파렌세와 프리시즌 친선 경기 도중 상대 관중에 인종차별이 섞인 조롱을 당한 바 있습니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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