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주호 부총리, EBS 역할 강조
전교조 "정부 사교육 경감 대책 사실상 학교 학원화 정책"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킬러문항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2023.06.26.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킬러문항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2023.06.26.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공교육 신뢰 회복을 선언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킬러 문항’을 두고 “괴물 같은 문항”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킬러 문항보다 한 단계 난이도를 낮춘 준킬러 문항이 많아질 것이란 예상에 대해선 “학원들의 주장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교육당국의 킬러·준킬러 문항 제거 방침을 재차 확인한 셈이다. 사교육 과열 방지와 관련해선 교육방송 EBS의 역할을 다시 강조했는데, 일각에선 실효성이 떨어져 세심한 보안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8일 경기 고양시 EBS 본사를 찾은 이주호 부총리는 “괴물 같은 문제는 제거하자는 거다. 그렇게 됐을 때 또 준킬러 문항이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절대 그게 아니다”라며 “공교육 내에서 열심히 준비한 아이들이 점수 잘 받을 수 있도록 본질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EBS가 공교육의 본질을 잘 지켜줬다. 공교육의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사교육을 줄이는데 많은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면서 “교육부도 좋은 선생님들의 노력에 부흥하는 좋은 정책으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 사교육 경감 대책 두고 교육부 “EBS 학습 콘텐츠 확대”, 강사 “교육청 총괄할 컨트롤타워 필요”

앞서 교육부는 26일 역대급으로 치솟은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EBS 수능강좌를 2000개 이상 만들어 사교육을 대신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올해 수능은 물론 대학별 고사와 내신평가에서도 킬러 문항을 퇴출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또, 킬러 문항을 넣지 못하도록 공정수능 점검위원회도 만들기로 했다.

아울러 학원, 온라인 강의 등 사교육을 공교육 체계로 흡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우선 1년에 71만원인 EBS 중학프리미엄 인터넷 강의를 전면 무료화하고, 고등학생들에겐 수능을 대비할 수 있는 EBS 인터넷강좌 2100편을 제작·제공하기로 했다. 소요 예산은 47억원이 투입되는데, 교육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다만, EBS 강사는 단순 연계 체감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교육과 비슷하게 입시전문 연구소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윤윤구 EBS 입시 대표 강사는 “공교육이 (사교육에) 밀리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입시를 틀어쥐지 못해서다. 사교육은 입시연구소가 있다. 반면, 공교육에서는 전체 교육청을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다. EBS 입시문제연구소라든지 교육문제연구소라든지 이런 형태로 만들어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주호(왼쪽)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전 경기 고양 EBS 수능강의 제작 현장을 찾아 제작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2023.06.28.
이주호(왼쪽)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전 경기 고양 EBS 수능강의 제작 현장을 찾아 제작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2023.06.28.

◆ 사교육 부담 해소 공감하나, 수험생들과 학부모 혼란 여전

윤혜정 EBS 국어 강사는 "수험생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학업부담을 가지고 수능을 준비한다. 아이들에게 가서 '괜찮아. 힘내'라고 말하면 눈물을 쏟는다"라며 "마지막 기회인 여름 방학을 앞두고 (수험생들과 학부모들) 굉장히 불안해한다. 들리는 정보들이 많아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심주석 EBS 수학 강사는 "누구도 (수능 문제가 킬러 문항으로) 괴물화하는 과정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해왔다. 괴물을 자연스럽게 인정해주고 있지 않았나"라면서 "정부도 이게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는 시점이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교육 시민단체는 EBS 연계 체감도 역시 사교육 경감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아니라고 꼬집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는 논평을 통해 "교육부가 발표한 EBS 시스템 개편을 통한 학생의 학습지원, 방과후학교 및 돌봄 강화는 공교육 강화와 무관한 공교육 내 사교육 지속화 방안이다"라며 "학부모와 학생의 혼란은 커지고 학생들의 학습 노동은 더 늘어날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입시경쟁은 노동시장의 심각한 불평등이 완화되고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돼야 해소될 수 있다. 졸업 이후의 사회를 개혁해야 졸업 이전의 교육도 개혁할 수 있다. 정부와 교육부는 대입 모의고사 문항 분석에 들인 공만큼 좀 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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