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보인 프로페셔널리즘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괜히 유럽 축구 최강팀들이 아니었다.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가 국내에서 보여준 프로페셔널리즘은 축구 팬들의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맨시티는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까지 휩쓸며 '트레블'을 달성한 유럽 최강이다.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이적생’ 마테오 코바치치(29)는 “(첼시 소속으로) 맨시티를 상대할 때마다 항상 쉽지 않았다. 선수들 모두 프로페셔널하다. 최근 몇 년간 팀이 엄청난 성공을 한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특히 펩 과르디올라(52) 맨시티 감독에 대해선 “그가 보여주는 축구는 다른 차원의(Another) 레벨이다. 세계 최고의 감독이라 생각한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세계적인 명장 과르디올라 감독을 보기 위해 기자회견장엔 수많은 국내외 취재진이 몰렸다. 진회색 모자를 푹 눌러쓰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그의 모습에선 묵직함과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선수단 장악력은 남다르다. 그가 이끌던 팀들은 대체로 엄격한 규율이 있고 정돈됐다. 오픈트레이닝 때도 그의 ‘완벽주의’ 성향은 드러났다.
기자석에서 본 맨시티 선수들의 훈련 모습은 꽤나 가지런했다. 구역별로 나뉘어 슈팅, 드리블, 헤딩 연습을 수행했다. 드리블과 헤딩 연습의 경우 5인이 조를 이뤄 순차적으로 돌아갔다. 특이점은 순번을 바꿀 때 공을 손으로 드리블 해 형광색 곡선 바를 지나가게 한 것이었다. 사소한 루틴에서 훈련의 체계성과 엄격함을 엿볼 수 있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목소리와 몸짓으로 선수들의 위치를 일일이 조정했다.
물론 엄격함 속에 ‘자율’은 있었다. ‘간판 골잡이’ 엘링 홀란(23)은 드리블 연습을 할 때 동료 선수의 등을 밀치며 장난을 걸었고 그러한 모습에 관중은 웃음을 터뜨렸다. 오픈트레이닝(약 1시간 20분)이었지만 서울월드컵경기장엔 상당히 많은 관중이 들어찼다. 일부 현장 취재진은 “어지간한 K리그 경기 관중보다 많다”고 놀라워했다.
AT마드리드 역시 스페인 3대 클럽의 위용을 뽐냈다. AT마드리드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1회 우승(리그 통산 3위)과 UEFA 유로파리그 3회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이번 방한에서 디에고 시메오네(53) AT마드리드 감독은 “선수들은 높은 레벨을 유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26일 쿠팡플레이 시리즈 팀 K리그와 1차전 사전 기자회견 땐 주장 코케(31)가 기자회견을 미처 다 끝내지 못하고 자리를 떴는데, 관계자에 따르면 오픈 트레이닝을 준비할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조금의 훈련 시간도 허투루 생각하지 않는 프로페셔널한 태도였다.
AT마드리드 선수들은 27일 팀 K리그와 1차전(2-3 패)에서 세밀한 공간 패스를 선보였다. 팀 K리그 수비수들이 몰려 있는 문전 좁은 공간에서도 자유자재로 공을 주고받았다. 반복된 훈련에서 나온 극강의 세밀함이었다. 상대 선수를 향한 세심한 배려도 보여줬다. 후반 32분 앙헬 코레아(28)는 그라운드에 쓰러진 상대 선수의 손을 잡아 일으키는 매너도 보였다.
맨시티와 AT마드리드는 각각 폭염과 폭우 속에서도 훈련의 일관성과 팬 서비스를 잃지 않았다. 맨시티 선수단은 영상 35도 이상의 폭염 속에서, AT마드리드 선수단은 앞이 희뿌옇게 보일 정도의 폭우 속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프로페셔널리즘의 정의는 ‘어떤 일에 대해 뛰어난 기량을 갖춘 전문가적인 기질과 정신’이다. 양팀 선수단을 표현하기에 딱 맞는 말이다. 한여름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수놓은 이들의 열정과 품격이 당분간 눈앞에 아른거릴 듯하다.
박종민 스포츠부 팀장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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