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유럽 호흡기학회 전문가들, EU 대기오염 규제 기준 강화 촉구
나이 어릴수록 대기오염 영향에 취약..."흡연 따른 만성 폐질환 발생 가능성과 비슷"
전문가 "온실가스 배출량 줄여야...규제, 모든 기후 전략의 핵심"
기후위가가 호흡기 질환자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위가가 호흡기 질환자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기후위기가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온이 지속되는 등 날씨 패턴의 변화와 온실가스 배출 등으로 인한 대기오염이 폐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유럽 호흡기 저널(European Respiratory Journal)에 실린 보고서 '기후변화 및 호흡기 질환'(Climate change and respiratory disease)에 따르면 유럽 호흡기학회 전문가들은 기후위기가 인간 건강과 밀접한 영향이 있다며 유럽연합(EU)의 대기오염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의 대기오염 규제 기준과 동일한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EU 대기오염 규제 기준은 초미세먼지(PM2.5)의 경우 1㎥당  25㎍(마이크로그램), 이산화질소는 1㎥당 40㎍으로 정하고 있다. 이를 WHO의 기준인 1㎥당 5㎍(초미세먼지), 1㎥당 10㎍(이산화질소)까지 낮추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후 비상사태와 인간의 건강은 서로 연결된, 돌이킬 수 없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논문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대기오염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670만명이 사망했다. 유럽에서만 27만30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꽃가루 등의 알레르기 증가 △산불 △미세먼지 △내연기관차 기반의 교통수단 등이 대기오염을 일으켜 기존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키거나 새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 1저자이자 코펜하겐대학의 환경 역학 교수인 조라나 요바노비치 앤더슨은 "기후변화는 모든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만 호흡기 질환자는 기후변화에 더욱 취약하다"며 "이미 호흡 곤란을 겪고 있는 이들은 변화하는 기후에 훨씬 더 민감하다. 증상은 더욱 악화될 것이며, 어떤 사람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라고 우려했다. 

더구나 나이가 어릴수록 기후변화가 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성장하는 단계에 있는 영유아의 경우 폐 역시 발달하는 과정이기 때문. 이에 아이들은 성인보다 2~3배 더 많은 공기를 흡입하고 있어 대기오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흡연과 대기오염으로 인한 만성 폐질환의 발생 가능성이 비슷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앤더슨 교수는 "어린시절 대기오염에 자주 노출됐다면 폐쇄성 폐 질환이나 기관지염과 같은 만성 폐질환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지구가 더 이상 뜨거워지는 것을 막는다면 대기가 깨끗해짐에 따라 인간의 건강이 빠르게 향상될 것"이라며 "(정책 입안자들의 규제 조치가) 실질적으로 더 크고 더 즉각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앤더슨 교수는 WHO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 대기 질이 향상될 수 있어, 규제는 모든 기후 전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은 깨끗하고 안전한 공기를 마실 권리가 있다"며 "호흡기 의사와 간호사로서 이러한 새로운 위험을 인식하고 환자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극단적인 기상 현상에서 알 수 있듯이 기후 관련 호흡기 질환이 증가하는 현 상황에 적응하면서 더 복잡한 미래를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영국은 호흡기 학회 전문가들의 의견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들은 "영국 해협에서 불어오는 운송 등의 온실가스로 인해 WHO 지침에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영국 정부는 미세먼지를 2040년까지 1㎥당 10㎍까지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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