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최태원, 엑스포 유치 위원장·대한상의·SK 회장 ‘1인 3역’ 소화
연초부터 다보스, 유럽 각국에서 전방위 엑스포 유치 지원 활약
SK그룹, 의장·부회장단으로 구성된 TF 신설
경영진 각국 순회하며 부산엑스포 홍보 및 경제협력 논의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는 오는 11월 말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의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에 참여한 국내 주요 그룹들은 투표권을 가진 BIE 회원국과 관련, 현재 진행 중인 투자 및 미래 협력을 고려해 담당 국가를 나눠 밀착 유치에 나서고 있다. 삼성은 네팔·라오스·남아공·레소토 등 31국, SK는 아프가니스탄·아르메니아·몰타 등 24국, 현대차는 페루·칠레·바하마·그리스 등 20국, LG는 케냐·소말리아·르완다 등 10국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사업 연관성이 많은 국가는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담당하고 있다. 재계는 지난해부터 세계박람회 부산 개최를 위해 ‘원팀’으로 뛰고 있다. 그룹 차원의 유치활동은 물론 각 계열사들도 국내외 주요 행사에서 부산엑스포 개최를 기원하는 현수막 홍보전을 펼치는 등 부산 개최의 긍정적 이미지를 알리는데 앞장서왔다. <한스경제>는 올 한해를 중심으로 부산엑스포 개최를 위한 재계의 발자취를 조명한다. [편집자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7월 12일 개최된 '제46회 제주포럼' 개회사를 발표하며 세계엑스로 로고가 새긴 목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 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7월 12일 개최된 '제46회 제주포럼' 개회사를 발표하며 세계엑스로 로고가 새긴 목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 대한상공회의소

[한스경제=조나리 기자] SK그룹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이하 부산엑스포) 개최를 위해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의 역량을 모아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최 회장의 강행군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최 회장은 2022년 5월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민간위원장으로 취임한데 이어 같은해 7월 한덕수 총리와 함께 국무총리 산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부산엑스포유치 민간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SK그룹 회장 등 ‘1인 3역’을 소화하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유치 지원 활동을 전개 한 것.

최 회장은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민간위원장 취임직후인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2차 경쟁 프레젠테이션에 참석, 디미트리케르켄테즈 BIE 사무총장과 각국 대사를 만나 부산 엑스포를 홍보했다. 연이어 7월초 방한한 멕시코 외무장관을 만나선 “한국 정부와 민간기업들이 원팀(One Team)이 돼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는 ‘2030 부산엑스포’ 의제가 멕시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유치 지원을 당부했다.

같은해 9월에는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추진위원회 마츠모토 마사요시 부위원장과의 면담은 물론 미국 뉴욕의 한식집에서 부산엑스포 민간 유치위원회 자격으로 ‘한국의 밤’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자리는 유엔 총회가 열리는 마지막 날을 맞아 유엔 대사들을 초청해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설득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 회장은 두달 뒤인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BIE 총회 3차 경쟁 프레젠테이션에도 참석했다. 이 기간 정부 대표단과 BIE 주요국 대사 면담과 리셉션 행사를 갖고, 유럽·아프리카 등 BIE 대사 30여명에게 한국의 엑스포 유치 시 강점을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 SK그룹, 엑스포 유치 위한 민관 원팀 만들어

SK그룹도 최 회장이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민간위원장으로 취임하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부회장급 최고 경영진들로 구성된 WE TF(World Expo Task Force Team)를 신설했다.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TF장 및 아시아를 담당하고, 유정준 SK E&S 부회장은 현장지원 팀장, 장동현 SK㈜ 부회장은 기획홍보팀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미주·일본·서유럽 담당,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중동·아프리카·대양주·동유럽 담당을 맡아 각 국을 순회하며 홍보 활동에 나섰다.

SK그룹과 최 회장은 올해 들어 보다 적극적으로 유치전에 돌입했다. 1월부터 미국 CES, 스위스 다보스포럼, 프랑스 파리를 방문하며 엑스포 키맨들을 만난 최 회장은 다보스포럼을 마치고 파리로 건너가 프랑스 파리 주재 BIE 회원국 대사 10여명을 한 식당으로 초대해 유치활동을 벌였다.

이어 최 회장은 3월 초까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스페인, 포르투갈, 덴마크 등 3개국 총리를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에 대한 한국의 강한 의지를 전달하고, 경제협력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또 4월엔 세계박람회기구(BIE) 실사단방한 일정에 맞춰 환영 오찬을 갖고 기업 대표들과 함께 한국 경제계 의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환담하며 세계박람회 부산 개최 유치를 위한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환담하며 세계박람회 부산 개최 유치를 위한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과 만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을 요청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과 만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을 요청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SK그룹

이외에도 SK그룹은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부산 엑스포’를 알리는 데 힘을 쏟았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1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고속열차 KTX 일부에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은 홍보물을 부착했다. KTX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위대한 도전에 SK가 함께 합니다’라는 홍보 문구와 함께 올해 1월말까지 전국을 누볐다. SK에너지도 전국 주유소와 충전소 등 눈에 띄는 곳마다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SK도 함께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과 포스터를 부착했다.

SK는 그룹이 운영하는 스포츠 구단 유니폼에도 부산 엑스포를 응원하는 홍보물을 부착하거나 전 직원 명함에 부산엑스포 로고를 새기기도 했다.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는 해외 행사에서도 이어졌다. SK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기간 중 컨벤션 센터 중앙 로비에 부산엑스포 유치 기원 메시지를 담은 가로 12m, 세로 3.6m 대형 현수막을 게시했다. 부산 바다를 배경으로 제작된 현수막에는 ‘2030 부산엑스포, 모두를 위한 솔루션 플랫폼(World Expo 2030 BUSAN, KOREA Solution Platform for All)’이라는 메시지가 들어갔다.

SK텔레콤은 CES 전시관 내 에어택시(UAM)를 설치하고, 2030년 부산엑스포장을 배경으로 하는 체험을 제공해 ‘부산 엑스포 전도사’로 활약했다.

SK주요소에 걸린 부산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현수막 / SK그룹
SK주요소에 걸린 부산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현수막 / SK그룹
SK가 제작한 부산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내용의 KTX 랩핑. / SK그룹
SK가 제작한 부산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내용의 KTX 랩핑. / SK그룹

◆ “Break a leg!(다리를 부러뜨려라!)”

최 회장은 지난 6월 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BIE 총회 리셉션에서 건배사를 하며 “Break a leg!”를 외쳤다. 고대 그리스에서 연극이 끝난 후 발이 부러지도록 쿵쿵거리며 열광한데서 유래했다는 이 관용어는 ‘행운을 빈다’는 의미로 통한다.

“제가 파리로 오기 전 실제로 다리가 부러진 것이 세계엑스포 유치 준비를 하는 부산에게는 행운을 의미한다고 믿습니다.”

최 회장의 건배사가 끝나자 현장에서는 환호가 퍼졌다. 최 회장은 이 건배사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접전으로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상황을 절묘하게 표현했다는 평이다. 앞서 최 회장은 평소 건강관리를 위해 즐기던 테니스 경기 중 발목 부상을 당했다. 당시 부상이 심해 실무 사이에선 최 회장의 프랑스 일정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의료진의 만류에도 프랑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행사 내내 목발 투혼을 불사른 최 회장의 행보는 파리에서 연일 화제를 모았다. 특히 목발에 새겨진 부산엑스포 로고가 해외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목발 뒷면에는 부산엑스포 플랫폼 ‘웨이브’에 연결할 수 있는 QR코드가 새겨져 있었다. 최 회장은 만나는 사람마다 QR코드를 찍어보라며 권하며, 자칫 무거운 분위기로 흐를 수 있는 경쟁 현장에서 긴장감을 풀어줬다는 후문이다.

최 회장은 곧바로 대한상공회의소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한 ‘한국-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 인사말에서 부산엑스포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부산 엑스포는 인류가 직면한 과제를 찾고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솔루션 플랫폼”이라며 “엑스포만의 이슈가 아니라 지정학 갈등, 디지털 격차, 기후변화와 같은 한국과 베트남 모두가 직면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하반기에도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한 마디로 다리가 부러질 것 같은 일정이다. 엑스포 개최지가 결정되는 10월부터 11월말까지 해외에 머물며 부산 유치에 전념할 계획인 최 회장은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도 부득이 참여하지 못했다. SK그룹 조대식 의장과 장동현·김준·박정호 등 부회장단도 10월부터 한 달에 일주일 이상 SK그룹이 교섭을 맡은 국가를 찾아 엑스포 유치에 막판 힘을 쏟는다.

최 회장은 이달 초 중앙아시아 국가를 찾아 정관계 인사들을 만난 뒤 파리로 이동, ‘엑스포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엑스포 심포지엄은 BIE가 후보국에 허락한 공식 행사로, 부산엑스포 주제와 의미를 180개 회원국에 홍보하는 자리다. 이어 12일엔 한-카리브 고위급 포럼 참석차 방한한 카리브 지역 정부 인사들을 서울 서린사옥에서 환담, 부산엑스포 유치에 대한 카리브 국가들의 지지를 요청했다.

15일에는 파리에서 열리는 K팝 콘서트 ‘엠카운트다운 인 프랑스’ 참석을 위해 다시 파리로 이동했다. 이에 SK그룹은 파리에서 최고경영자 세미나를 개최했다. SK그룹은 매해 CEO 세미나를 열어 내년도 사업 전략을 마련하는데, 올해는 최 회장의 일정을 고려해 장소를 파리로 선정한 것. 최 회장을 비롯한 SK그룹 계열사 CEO들은 이 기간 BIE 회원국 파리 주재 대사를 만나 부산 지지를 요청한 상태다.

SK 관계자는 “각국 정부를 상대로 부산엑스포 지원 활동에 적극 나설 경우 행사 유치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상대 국가에 SK와 한국의 강점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효과도 있다”면서 “남은 기간 전방위적으로 부산엑스포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조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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