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조나리 기자]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향한 도전이 좌절됐다.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들며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170여개국을 상대로 대대적 홍보에 나섰지만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엔 역부족이었다.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개최지 투표에서 부산은 29표를 받아 2위에 머물렀다. 최종 선정된 사우디 리야드는 119표,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를 획득했다.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 득표한 나라가 나오면 개최지로 최종 확정된다.

당초 부산은 2차 결선에서 뒤집기를 노리고 있었다. 1차 투표에서 로마가 탈락하면 로마를 지지한 회원국이 2차 투표에서 부산에 표를 던지는 경우의 수를 기대했다.

실제로 투표 시작 전 막판 뒤집기가 가능할 것이라는 외신발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BIE 현장을 지키고 있던 정부 및 주요 그룹 총수들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역력했다.

투표 직전에는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신경전도 벌어졌다. 최종 프레젠테이션(PT)이 한 시간가량 늦춰진 오후 2시30분에 시작하면서 추가 여유가 생긴 후보국 대표들은 총회장 로비에서 치열한 눈치 전쟁을 벌였다.

현장에서는 사우디 측 인사들이 한국 대표단이 BIE 회원국 대표단과 접촉하지 못하게 앞을 가로막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한국 대표단과 얘기하는 BIE 회원국 대표들을 총회장 밖으로 데려가는 등 표심 경쟁이 최고조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켰던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박형준 부산시장, 한덕수 국무총리,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을 비롯한 우리 대표단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개최지 선정 투표결과 후 기자회견에서 “국민 여러분이 지원해 주신 것에 대해 충분히 응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부산엑스포를 위해 노력해준 여러 기업들과 모든 정부 관계자들, 부신 시민들의 열화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면서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동안 우리가 가졌었던 외교적 자산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유치전을 통해 닦은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국내 5대 그룹을 비롯한 12개 대기업 그룹사들은 지난해 6월 민간유치위원회 출범 후 18개월 동안 총 175개국을 누비며 부산엑스포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이 기간 동안 만난 각국 정상과 고위급 인사만 3000여명에 달한다. 민간유치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회장은 프랑스 파리에 ‘메종 드 부산(부산의 집)’이라는 거점을 마련하고 수시로 주요 인사들을 만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 7월과 이달 초 두 차례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정상회의가 열린 쿡 제도를 직접 찾았다. 정의선 회장은 2021년 8월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먼저 부산엑스포 전담 조직을 만들어 홍보에 뛰어들었고,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지지 성향이 강한 아프리카 공략에 힘을 쏟았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도 입장문을 내고 아쉬움과 함께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경협은 “전 국가적 노력과 염원에도 불구하고 부산 유치가 좌절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엑스포 유치를 위한 과정에서 이룬 전 세계 국가들과의 교류 역시 향후 한국 경제 개척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나리 기자 hansjo@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