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친명 vs 비명' 갈등 심화…연쇄 탈당 가능성
탈당 의원들, 이준석 등과 제3지대 빅텐트 구상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후 로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1.1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후 로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1.11.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비명(비이재명)계 3인의 탈당으로 민주당의 분열이 본격화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친명 대 비명'으로 치러지는 경선 구도가 가시화됐고 과열 현상이 곳곳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연쇄 탈탕'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데에 있다.

비명계 의원들의 탈당은 공천에 대한 불신이 크다. 지난해 12월 친명·비명 모두 '통합 비상대책위원회를 추진하자'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재명 대표는 통합비상위 구성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 민주당 분열은 이재명 대표 탓인가

비명계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지난해 12월 3일 탈당한 뒤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 의원은 사실상 홀로 활동한 시간이 많았던 탓에 파장이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비명계인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의 탈당은 파장이 컸다.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은 거취를 걸고 이 대표의 사퇴와 통합비상대책위 구성을 요구했지만, 이 대표는 침묵했다.

이에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 지난 10일 "윤석열 정치도, 이재명 정치도 실패했다. 제3지대에서 개혁 대연합을 이끌겠다"며 탈당했다.

이후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탈당을 선언했다. 일찌감치 신당 창당을 공언한 그는 "극한의 진영대결을 뛰어넘어 국가과제를 해결하고 국민 생활을 돕도록 견인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면서 "그 길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힘을 모아야 한다. 저는 우선 민주당에서 혁신을 위해 노력하셨던 의원 모임 원칙과상식 동지들과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이 같은 결정은 '민주당의 역사'를 자처한 중진으로서 명분이 부족하다는 평가와 함께 이재명 대표가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채 분열을 가속화한 책임이 있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이 대는 '원칙과 상식' 의원 등 비명계 의원들과 만나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이 전 대표를 비롯해 전직 국무총리와 회동에서도 적극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없었다. 탈당 가능성을 줄곧 언급했지만 사실상 손을 내밀지 않았다.

앞으로 관심은 민주당 비명계 또는 공천 탈락자들의 추가 탈당 여부에 쏠린다. 당 안팎에서는 비명 의원과 친명 원외 도전자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의 상황 관리 능력에 따라 추가 탈당도 배제할 수 없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12일 본지와 통화에서 "살짝 둑이 터진 상태인데 이쯤에서 둑이 더 터지지 않도록 둑을 지켜낼 것이냐 아니면 더 터져나가도록 방치할 것이냐 선택의 문제다. 이재명 대표가 통합을 강조하며 분노의 정치를 없애야 한다는 발언을 하면서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의 발언과 달리 공천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여전히 '친명 공천'으로 흐르는 것 같다. 비명계 쪽에선 상당한 의구심을 가지고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 탈당도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이재명 대표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비명계에 일정 지분을 보장해주는 쪽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 이낙연·이준석 제3지대 '빅텐트' 가능성은

제3지대 빅텐트의 성공 여부는 이낙연 전 대표와 이준선 전 국민의힘 대표 간 이해관계에 달렸다. 두 사람은 지난 9일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의 출판기념회에서 만나 '거대 양당의 기득권 구조를 깨는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준석 전 대표는 최근 라디오에서 "혁신당 당원들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 형태의 연대는 가능하다"고 했고, 이 전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전 대표와) 협력해야 한다는 원칙은 있다"고 대답했다

당원 4만명을 모은 이준석 신당은 오는 20일께 창당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 이낙연 신당은 시간이 다소 걸린다. 빅텐트 보다는 각자 창당 이후 '선거 연대' 정도가 현실적이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연대를 하든, 신당을 창당하든 '반윤석열' '반이재명'을 넘어 정책, 혁신이 중요하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분석이다. 무분별한 연합과 낙천자 집합소가 아닌 양당의 다툼이 질린 국민들에게 새로운 정치의 비전을 제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두 인물이 합당까지 갈 거 같다. 합당한 상태에서 몸집 불리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천에서 탈락을 할 가능성이 높은 의원들을 최대한 많이 끌어내는 것에 주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천 과정에서 많이 봤지만 공천을 탈락한 의원이 탈당이라든가 무소속 출마 등은 언제나 있었다.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은 이재명 대표에게 그리 아프지 않다. 다만, 당내 사람들이 이낙연 전 대표 쪽으로 많이 붙을 때가 문제다. 이 대표는 당분간 탈당 러시를 최소화 하기 위해 주력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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