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미국 165만대, 유럽 110만대...전년보다 각 12.1%, 4.3% 증가
코나 EV만 프랑스 보조금 받아...“우수한 상품성 기반으로 현지 마케팅 진행”
현대차 울산 공장 수출선적부두 및 공장전경 /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 울산 공장 수출선적부두 및 공장전경 / 현대자동차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자동차 주요 시장에서 역대 최대 실적를 거두며 입지를 끌어올렸다. 올해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의 전기차 보조금 감축·폐지로 가격 경쟁력 악화에 따른 실적 둔화가 우려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전년 대비 12.1% 증가한 165만 2821대를 판매했다. 이는 기존 최대 판매기록인 2021년 148만 9118대를 넘어 사상 처음으로 연간 판매 150대를 넘어선 것이다. 이에 미국 내 완성차그룹 순위에서 GM, 토요타, 포드의 뒤를 이은 4위를 차지했다.

그중 전기차 판매량은 매년 높은 성장률로 증가하고 있다. 2022년에는 전년 대비 196.2% 급등한 5만 8028대를 판매했으며, 지난해는 2022년 대비 62.6% 증가한 9만 4340대를 판매했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라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IRA은 북미에서 생산되고 배터리 부품·소재 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차에 한해 7500달러(약 1003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이에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량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위협받게 된다.

이에 현대차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2분기 중 EV9을 기아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KaGA)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아직 차종을 확정하진 않았지만, 현대차 앨라베마 공장과 KaGA서 추가적인 전기차 현지 생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올해 하반기에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도 가동될 예정이다. HMGMA는 내년 상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동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미국은 IRA의 세부 규정안을 발표해 중국에 있는 모든 기업들을 ‘외국우려기업(FEOC)’로 규정했다. 올해부터 중국기업에서 배터리 부품을 조달한 전기차가, 2025년부터는 핵심 광물을 조달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이에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관보에는 전기차 기업들의 의견서가 제출됐다. 이중에는 현대차도 포함됐다. 현대차는 “특정 핵심 광물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외국우려단체(FEOC)’를 즉각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인 흑연을 현재 공급망에서 중국산을 대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한시적으로 원산지와 무관하게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핵심광물의 목록을 도입하고 이 목록에 흑연도 포함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배터리 제조 시 특정 광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2% 미만이면 FEOC에 적용되지 않는 ‘최소 허용 기준’을 현행 2%에서 10%로 높여달라고 요구했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 현대자동차 제공

◆유럽 내 전기차 등록대수 첫 감소...점유율 6위로 한 계단 하락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기아는 전년 대비 4.3% 증가한 110만 6467대를 판매했다. 이는 연간 역대 최대 판매 실적인 2019년 106만 5227대를 뛰어넘은 수치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3년 연속으로 유럽 연간 판매량 100만대를 초과 달성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전기차 부분에서는 성장세가 둔화됐다. 유럽 주요 15개국의 전기차 판매 집계기관인 EU EVs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등록대수는 전년 대비 5.6% 감소한 14만 264대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까지 꾸준히 증가해오다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지난해 유럽 내 현대차·기아의 시장점유율은 7.26%로 6위를 차지했다. 이는 2021년과 2022년 각각 11.2%, 9.8%로 5위를 유지했지만, 올해로 한 계단 내려왔다.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테슬라의 중저가 브랜드 모델 Y와 모델 3가 판매량 상위권을 점령했다. 이와 함께 지난 17일 테슬라는 독일에서 모델 Y의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폭스바겐도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자 유럽에서 전기차 가격을 인하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히는 등 유럽 시장 내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유럽 각국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감축·폐지하고 있는 점도 국내 완성차 기업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EU의 전기차 판매비중 30%를 차지하는 독일은 지난해 12월 17일을 기점으로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조기 종료했다. 그 타격으로 지난해 12월 독일에서 전기차 판매가 58% 줄었으며, 유럽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28%가 감소했다.

영국과 스웨덴은 지난해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종료했으며, 노르웨이도 전기차 혜택을 줄이는 중이다.

특히 프랑스는 올해부터 ‘프랑스판 IRA’로 불리는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도 시행하고 있다. 전기차 생산과 운송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을 따져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인데, 대부분이 유럽에서 생산한 차종이 대상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 차량 중에서는 현대차 체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코나 일렉트릭만 포함됐다.

송선재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 국가의 전기차 보조금 중단·축소 여파로 유럽 전기차 시장이 둔화되기 시작했다”며 “경기 하락 속 보조금 중단으로 가격 부담이 높아져 전기차 판매가 당분간 부정적일 것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완성차들이 가격인하와 마케팅 강화를 단행하기 때문에 수익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현대차 관계자는 “우수한 상품성과 품질 등을 기반으로 현지 마케팅을 적극 추진하고자 한다”며 “올해 기아 EV3와 EV4가 합리적으로 출시되는 만큼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기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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