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증권가 “저PBR 랠리는 점차 한계에 부딪힐 것…지속 가능 업종 구분 필요”
한국거래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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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권현원 기자] 국내 증시에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 강세가 이어지면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구체화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종 확정되는 시기 및 내용 등에 따라 이미 기대감이 반영된 저PBR주의 움직임도 변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앞으론 저PBR주 중에서도 업종별 지속 가능한 업종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한 때 2430선까지 내려갔던 코스피지수는 2월 들어 2600선을 넘어서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12%가 상승한 2649.64로 마감했다.

최근 코스피의 상승세는 금융, 자동차 업종 등, 대표적으로 저PBR주로 분류되는 업종들의 지수 상승이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금융주 중 'KRX 은행‘ 지수는 1월 마지막 거래일인 31일 710선에 머물러 있었으나 1일 740선까지 반등한 이후 2월 13일에는 795.27까지 치솟았다. ’KRX 보험‘ 지수도 31일 1709.55에서 13일 1940선으로 마감했으며 ’KRX 증권‘ 지수 역시 같은 기간 663.10에서 719.53까지 올랐다. 금융주뿐만 아니라 ’KRX 자동차‘ 지수도 지난달 31일 1939.37선에 머물렀으나 지난 13일에는 2199.87로 마감하며 2200선까지 넘보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저PBR주의 강세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와 외국인 매수세가 맞물린 결과라는 설명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사실 최근 저PBR주의 급등을 야기한 것은 한국형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와 맞물린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량매수이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2월 들어 4조 4000억원 순매수했는데 자동차·은행·상사·자본재·보험·소매(유통) 업종에 2조 7000억원 순매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외국인은 저PBR 장세가 시작된 지난달 29일 이후 현재까지 코스피를 5조원 순매수 했으며 이 중 자동차·은행·상사 및 자본재·보험 등 반도체를 제외한 순매수 최상위 업종에 저PBR 주들이 포진해 있다는 점도 외국인의 저PBR 독식 현상을 대변해 준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저PBR주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화 시점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확정 내용과 시기 등에 따라 향후 주가 흐름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증권업계 간담회’에서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독려·지원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운용하겠다”고 밝히며 세부내용은 2월 중 발표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증권가에선 현재 국내 증시에서의 저PBR 랠리가 점차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저PBR주 중에서도 업종별 ‘옥석가리기’가 필요해진 시점이라는 의견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저PBR 랠리는 점차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며 “진정한 리레이팅(ReRating)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의 추세적인 상승이 동반돼야 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의 ROE는 과거에 비해 높지 않으며 주요국 기업들 대비 ROE 도 낮다”며 “조만간 저PBR 랠리는 한계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데 더군다나 국내 주식시장 PBR은 1배에 접근하고 있으며 저PBR 업종들도 2월 들어 10~15% 이상 올랐다”고 강조했다.

또한 허 연구원은 저PBR 업종 가운데서도 지속 가능한 업종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주식시장 리레이팅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금리를 보면 은행·보험 등 업종의 실적이 좋아지기는 어려운 반면, 최근 금리가 하향 안정되고 있다”면서 “금리와 주가 간 역관계가 뚜렷한 자동차 업종 주가는 추가 상승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2월 중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 등이 공개된다는 점이 ‘심리적 부담’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경민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에 저PBR주는 급등했는데 그만큼 기대가 높아졌고, 이에 상응하게 실질적인 내용이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하거나 상회할 가능성은 낮아졌다”며 “여전히 저PBR주들의 자체 동력이 약한 상황에서 기대와 현실 간 간극을 확인할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권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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