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애 경희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경영학박사
                                      김선애 경희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경영학박사

[한스경제/김선애 경희사이버대 객원교수] 2024년도가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여가 지났다. 많은 매체에서 올해 기업경영의 화두를 얘기할 때 AI, 빅데이터를 필두로 하는 디지털전환과 지속가능성을 빼놓지 않고 지목하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즉, 지속가능성 혹은 ESG를 AI 등 기술혁신이 주도하는 대전환의 시대에 가치를 더하는 요소로 그 중요도를 강조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ESG의 통합적 접근이 중요해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성과 ESG는 의미상 차이가 있으나 혼용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이 글에서는 가능한 ESG로 통일하도록 하겠다.

패러다임이 대대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대전환의 이 시기에, 지금까지는 ESG를 비재무정보공시, 탄소감축, 공급망 실사 혹은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등의 앵글을 통해서만 기업경영과 연결해 이해하려는 경향이 컸다. 하지만, 전 세계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실행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가운데, 쌍둥이전환(twin transition), 청정에너지전환과 디지털전환이 산업 전반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ESG는 바로 이 두 가지의 전환을 통합적으로 접목한 프레임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공급망 재편까지를 포함한 더 다층적인 스펙트럼 안에서 ESG 경영을 살펴보도록 권하고 있다. 

ESG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확산은 곧 인센티브와 시장의 창출을 의미하기도 하며, 이에 따라, 특히 Green(기후·환경)의 landscape(랜드스케이프, 풍경)가 바뀌고 있다.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EU와 미국이고 그 중심에는 바로 공급망이 있다. 핵심기술에 대한 기술 패권을 지키기 위한 국가 주도의 산업 및 통상정책이 공급망 재편의 과정에서 ESG와 연결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EU와 미국의 배터리와 반도체 산업정책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EU는 지속가능한 사회건설을 위해 기후·환경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전환을 시도하며 산업과 기업에 제도와 법을 통해 구조 변화를 요구하며 글로벌 산업 대전환에 대비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단위에서 통용될 수 있는 Rule setting(룰 세팅)을 미리 마련해 새로운 시대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의도라고 읽힐 수 있다. 무엇보다도 공급망 재편을 통한 경쟁력확보가 우선시 되는 상황에서, scope 3(스코프 3)를 포함하고 있는 EU의 지속가능공시(CSRD), 공급망실사, 탄소국경조정(CBAM) 등이 모두 EU의 공급망에 편입되었거나 EU에 수출하려는 제3국의 기업에게 적용되는 정책들에 해당한다. 최근 ESG 실무자들 사이에서 가장 핵심적인 단어가 '공급망'으로 귀결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EU와 방법적인 면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 대한 막대한 보조금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IRA와 반도체법, 그리고 최근 적용 품목이 배터리, 반도체, 자동차부품으로 확대된 위구르강제노동금지법 등도 같은 배경이며, 이는 EU의 유사한 배터리법안, 반도체법안, 핵심원자재법을 제정하게 만든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필자는 이러한 상황을 Green Reality(그린 리얼리티)라고 부르고자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틀 안에서 ESG 경영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Green의 프레임이 변화하고 있다. 전 지구적 공동의 목표를 위해 모든 국가의 자발적 협력과 동참을 강조하던 이전의 방식에서, 핵심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막대한 보조금과 함께 ESG를 공급망 재편과정에 활용함과 동시에 인류의 난제를 글로벌 단위에서 빠르게 대응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에게 Green Reality는 공급망 이슈로 크게 다가온다. 해당 사업장에서의 탄소감축, 에너지효율, 재생에너지사용 등으로만 한정되어 있던 기존 그린경영의 프레임이 공급망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어, 방대한 데이터 관리 등은 큰 도전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어려움을 AI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ESG를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관련 생태계가 확장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기술혁신이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고 번영을 가져다주는 목적으로 관점이 전환되도록 하는 것이 Green Reality를 직시하고 있는 대전환의 시대에 어울리는 진정한 ESG 경영일 것이다.

 

김선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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