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애 경희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경영학박사
                         김선애 경희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경영학박사

[한스경제/ 김선애 경희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 최근 우리나라 산업부가 CF100(무탄소전원 100% 사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참가를 선언했던 기업 실무자들로부터 혼란스럽다는 고충을 종종 듣고 있다. 회사의 넷제로(Net-zero) 목표 달성을 위해 무엇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얘기들이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동향도 눈에 띄고 있다. EU는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42.5%로 상향 조정하면서, 원자력 같은 비재생, 비화석 에너지원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 기여도를 인정하는 재생에너지법 개정을 6월에 합의했다. 한편, 2023년 상반기 EU 이사회 의장국이었던 스웨덴은 100% 재생에너지 사용에서 100% 탈화석으로 에너지 목표를 역시 6월에 수정발표 했다. 한 마디로 스웨덴은 Fossil Free(화석연료가 아닌 모든 연료 사용)를 하겠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독일은 2045년 탄소중립 실현에 앞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배출량을 1990년 대비 65% 감축하기로 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 80%까지 끌어 올리면서 석탄발전을 폐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렇듯이 크게는 소위 RE100 vs. CF100 vs. Fossil Free의 3가지 개념들이 에너지믹스 논의를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으며 이 뒤에 숨겨져 있는 함의들이 흥미로우면서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RE100은 2014년 영국의 비영리 그룹인 클라이밋그룹(Climate Group)과 탄소공개프로젝트(CDP)가 주도하여 시작된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이니셔티브이다. 글로벌 회사들이 RE100 달성을 위해서는 그들의 공급망업체들도 같이 동참해야 가능하므로 제3국의 기업들까지 RE100 참여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국내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LG전자 등도 이러한 분위기에서 RE100 선언을 하게 되었고, 국내 32개 기업 및 글로벌 407개 기업이 가입되어있다. 

CF100은 탄소배출이 없는 무탄소 에너지를 통해 전력을 100% 공급한다는 개념이며 RE100과 달리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전, 수소, CCUS(탄소포집·활용·저장)가 포함된다. 2018년도에 구글과 UN 에너지 등이 주도해 시작되어 아직 가입기업 수는 적지만,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재생에너지 비중이 작고 원전 비중이 높은 여건에서는 CF100 방식이 수용하기 쉬운 것처럼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구글 자체는 이미 2017년도에 RE100을 달성하고, 2030년까지 CF100을 달성하겠다고 새로운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RE100을 위해서 기업은 재생에너지를 직접 자체 생산하거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수 있지만, CF100은 24시간 청정무탄소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발전원은 다양해졌지만, 현실적으로 국내에서는 이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무탄소에너지원으로서의 원전에 대한 수용성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최근 글로벌 단위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로 에너지 위기를 겪은 유럽의 국가들, 특히 전통적으로 원전 발전 비중이 높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EU 내 16개국이 지난 2월 원자력 동맹(nuclear alliance)을 결성하면서 재생에너지법 개정(2023년 6월)을 통해 원전 및 비화석 에너지에 대한 사용이 인정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스웨덴 정부가 Fossil Free를 선언한 것이다. 일찍이 자동차, 항공기, 조선 등 제조업 강국이었던 스웨덴은 한때 유럽에서 석유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였다. 하지만 1970년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에너지 구조 개편을 통해 수력 등의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심으로 에너지믹스를 변화시켰다. 이후 원전의 phase-out(단계적 폐지) 결정(국민투표, 1980년대) 및 2045년 Fossil Free 달성과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선언(2018년)했으나, 2023년 6월에 100% Fossil Free를 외치며 신규원전 건설을 허용하는 에너지 정책 변경을 발표한 것이다. Fossil Free와 CF100의 차이는 바이오가스, 바이오매스의 포함 여부를 들 수 있으며, 스웨덴은 바이오가스를 대중교통에(10% 비중) 활용하고 있다. 특히, 2018년 기준으로 이미 바이오가스, 바이오 에탄올, 바이오 디젤로 공공교통 분야에서 100% Fossil Free를 달성한 상태이다. 

이렇듯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050 넷제로 달성에 재생에너지 위주의 에너지믹스를 발표했던 각국은 최근에 그들이 의존하고 발전시켜왔던 에너지원의 전략적 사용방안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 이런 흐름에 대해 2030 감축목표, 2050 넷제로 달성이 점점 더 힘들어지게 된다고 비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글로벌 단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최근의 흐름을 정리하자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청정에너지 전환의 핵심축이라는 것은 이견이 없는 상수이고 나머지 자리를 어떤 에너지원들이 차지하냐 일 것이다.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기저 수단으로 CCUS 기반 발전 및 원자력(소형모듈원전/SMR 포함)이 유력하다고 할 수 있고, 뒤를 이어 ESS(에너지저장장치)와 수소에너지가 치열하게 자리싸움하고 있다고 보인다. 이러한 배경들 하에서 최근 각국 정부가 발표하고 있는 에너지 관련 정책들과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들을 들여다보면 국제정세 및 핵심 산업들을 보호하려는 패권 경쟁의 흐름이 보일 것이다. 

당분간은 탈세계화로 인한 룰세팅(Rule-setting)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점쳐지고 있다. 넷제로 달성을 위한 체제 전환과정에서 에너지 산업은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전환과 더불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정부와 산업계는 이 전환의 과정을 잘 타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RE100 vs. CF100 vs. Fossil Free를 둘러싸고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보다는 지구촌 공동의 목표와 대내외적 환경을 고려하는 현명한 에너지 리터러시(Energy literacy)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선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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