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애 경희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경영학박사
                               김선애 경희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경영학박사

[한스경제/ 김선애 경희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 ] 대학과 기업에서 '기후변화글로벌거버넌스'와 'ESG경영'을 강의하고 있는 필자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주요 의제들을 전망하는 시간을 과정 중에 갖곤 한다. 회의기간 동안 굵직한 이슈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될 때 관심을 갖고 지켜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당사국총회에서 결정되는 사항들은 향후 기업들의 ESG경영 전략에도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 전망과 의미 등을 미리 비중 있게 토론한다. 

올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11월 30일부터 12월 12일까지 2주간 열린다. 이번 당사국총회에서는 각국이 약속했던 온실가스 감축 이행에 대해 2023년 처음 실시한 전지구적이행점검(GlobalStocktake) 최종결정문 채택과 COP27에서 합의되었던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대응 기금 마련에 대한 구체적 내용 등이 주요하게 다루어질 예정이다. 또한, 산유국인 UAE가 개최하는 관계로 지난 9월 인도에서 열렸던 G20에서 합의에 실패한 화석연료 폐지에 대한 논의가 UAE의 의장국 리더십 아래에서 어떻게 전개될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제들 외에 필자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이번 당사국총회에서는 보건과 식량이 처음으로 주요의제로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제 완화/적응/에너지전환 이슈를 넘어 손실과 피해부터 온난화와 불평등, 정의로운 전환까지를 포함하고 있는 '기후정의'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라고 본다. 이번 COP28에서 식량 의제는 잠재적 해결책으로서의 농업의 역할과 이에 따른 지속가능방식의 농법에 초점을 맞추며 개도국의 소규모 농가에 대한 적응자금 등도 다루어질 전망이다. 

'기후정의'는 일차원적으로는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이 개도국들의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에 필요한 재정 및 기술지원을 해야 하며, 더 나아가서는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손실과 피해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의 가장 근본이 되는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y)' 원칙 즉, 선진국들의 역사적 책임을 인정하고, 개도국과 선진국 간 차별화된 책임을 부여하는 개념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점점 악화하고 있는 기후위기는 지역 간 경제적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켜 기후분쟁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데이터들이 발표되고 있다. 예를 들어, 북유럽의 국가들은 기온이 상승하면서 난방비가 줄고 호흡기질환 발생 건수가 줄어들면서 노동 생산성이 향상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도 있으나, 더운 지역에서는 기온 상승으로 작물 수확량이 감소하고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경제성장 둔화 등의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이는 내전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정의가 왜 강조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목일 것이다. 

또한, '기후정의'를 좀 더 확대해석하면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은 양질의 녹색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화석연료에 기반한 일자리들을 잃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정의로운 전환과정을 추구하면서 모든 분야에서 소외당하는 이들이 없는 경제·사회시스템의 변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목표의식이 '기후정의'의 또 다른 핵심일 것이다. 

ESG는 기업, 공공기관, 지자체 등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며, 환경·사회·거버넌스에서 각각 담고 있는 영역 또한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ESG 기업경영에서는 대기업, 중견, 중소의 회사 규모나 산업에 따라 추구되는 전략 또한 다르게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EU 공급망 실사의 본격적인 추진을 앞두고, 국내기업의 ESG경영에서는 공급망 내에서의 탄소, 인권, 안전관리가 특히 화두다. 최근에 필자는 위에서 기술한 '정의로운 전환'을 S(사회) 영역에서 접목해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는 중소중견기업 보다는 에너지 전환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대기업들에 더 적합하게 요구되는 이슈일 수 있다. 기업이 화석연료에 기반한 사업에서 탈피해 친환경 사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면서 일자리의 변화가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지속가능경영의 한 축으로서 교육 등을 통한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이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공급망 실사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들을 위한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상생협력 관계도 S(사회) 영역에서 더욱더 요구될 것이다. 

기후변화는 다면적이고 다층적인 이슈이다. 위기가 심화할수록 다루어야 할 분야들도 더 확장되면서 역동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동안 '정의로운 전환'은 정부 정책에서만 주로 논의 되어 왔었다. 이제 글로벌기업이라면 리스크관리 차원이든,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든 세계적인 흐름에 선제적으로 동참하면서,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선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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