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빅5' 병원 필두로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 사직 행렬
상급종합병원 소속 임상강사·전임의 마저 비판 가세
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가 사직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가 사직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한스경제=양미정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대거 떠난 가운데, 병원에 남아 환자를 돌보던 임상강사와 전문의들도 파업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현재 '빅5' 병원을 필두로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사직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정부가 전공의 사직서 제출을 집단행동으로 간주해 엄단하겠다 밝혔지만,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은 20일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했다.

‘빅5’ 병원 외에도 분당서울대병원 110여명, 아주대병원 130여명 등 이미 전국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전공의 수는 수천 명에 달한다. 복지부의 ‘진료유지명령’에도 불구하고 전국 1만3000여명에 달하는 전공의의 집단 움직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 큰 문제는 파업의 불씨가 임상강사와 전문의들에게도 번졌다는 점이다. 전공의 비중이 높은 만큼 파업의 여파가 큰 상급종합병원은 교수진과 임상강사, 전문의를 동원해 부족한 인력을 메우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계약직 신분인 임상강사, 전문의마저 파업으로 일손을 놓고 병원을 떠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전국 상급종합병원 소속 임상강사·전임의들은 20일 입장문을 통해 "저희는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로도 수련 병원에 남아 더 나은 임상의와 연구자로서의 소양을 쌓고자 했다"며 "그러나 의료 정책에 대한 진심어린 제언이 모두 묵살되고, 국민들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매도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의업을 이어갈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소통 없이 필수의료 패키지라는 명목하에 장기적인 의료 문제를 야기할 잘못된 정책을 강행해 의료 혼란과 공백을 초래한 복지부에게 의료인에 대한 협박과 탄압을 중단하고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보건 정책을 위한 의사들과의 진정한 소통을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행히 이러한 임상강사·전임의들의 불만이 당장 사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에 대한 불만과 파업으로 인한 열악한 진료 현장에서 기인한 비판일 뿐 이들이 의료현장을 꿋꿋이 지켜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20일 정부 의료정책 발표에 대한 임상강사·전임의 입장문을 접했다"며 "다행히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임상강사(전임의)들이 여전히 의료 현장에 남아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우고 환자들을 책임지고 맡아주고 있어 응급·중증환자 진료에 차질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당분간 이러한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다수의 상급의료기관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임상강사·전임의 관련 사직 소식은 없었다"며 "다만 이들이 사직할 경우 병원은 사실상 셧다운 상태가 되기 때문에 긴장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국 병원에서 응급·당직을 담당하는 전공의들이 6000명 넘게 사직했고 이중 831명에게 현장으로 복귀하라는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졌다. 정부는 2단계 비상진료대책을 시행해 각 의료기관에서 유연한 인력관리 등을 통해 필수진료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양미정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