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비난 두려워 사직서 제출했지만 병원에 남고 싶어"
한 전공의가 사직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한 전공의가 사직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한스경제=양미정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2000명 확대에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각각 파업과 동맹휴학으로 맞서는 가운데, 이들 내에서도 동맹에 찬성하는 측과 소수지만 동맹에 반대하는 이들 사이의 갈등이 점화되는 모양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21일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12460명 중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소속 전공의의 약 74.4%가 사직서를 제출한 셈이다. 이중 진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는 전체 64.4%인 8024명으로 조사됐다.

또한 교육부에 따르면, 21일 기준 전국 40개 의과대학 중 27개교에서 7620명이 휴학을 신청했다. 19일 1133명이 휴학을 신청한 것과 합치면 누적 8753명의 의대생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전국 의대생은 총 1만8820명 중 약 46.5%가 휴학계를 낸 셈이다.

동맹에 반대하는 이들은 경제적·시간적·외부적 이유로 파업 또는 휴학에 동참할 수 없는 이유를 재차 알려도 ▲원하는 답변(동맹에 동참)이 나올 때까지 투표를 몇 번이고 다시하도록 강요하거나 ▲'족보 등을 공유해주지 않겠다' '앞으로 계속 볼 텐데 불편한 일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협박성 멘트로 집단행동에 참여할 수밖에 없게끔 종용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의대를 졸업하고도 동기·선후배와의 관계가 평생 이어지는 의료계 특성상, 단체행동에 불참하는 것은 사실상 '일탈'행위로 간주된다. 동맹에 반대하는 이들은 '한번 찍히면 평생 간다'는 두려움에 속앓이하면서도 단체행동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했다.

의대생 A씨는 "어려운 가계 형편 상 하루빨리 학업을 끝낸 뒤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해 휴학 반대 의사를 재차 전했으나 돌아오는 건 '족보를 공유해주지 않겠다' '앞으로 너는 단체생활에서 열외다'라는 답변이었다"며 "이번 학기에 대비해 장학금도 마련해 놓았는데 휴학에 들어가니 다음 학기에 또 받을 수 있을지 막막하다. 당장 생활이 어려운 나같은 학생의 마음도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공의 B씨는 "의사의 사회생활은 의대를 졸업한 후부터 이어진다. 내가 파업에 동참하고 싶지 않아도 열외되지 않으려면 우두머리가, 다수가 강요하는 방향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며 "동참하지 않았을 때 돌아올 비난이 두려워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병원에 남아있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법은 원칙대로 집행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후 위반할 경우 면허정지 등 법적 조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게 되면 의료법 59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여기서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을 경우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다"고 거듭 압박했다. 

다만 즉시 복귀하는 경우에 한해 상황을 되돌릴 수 있다는 회유도 병행하는 상황. 정부의 이러한 압박과 회유가 단체행동 참가를 망설이고 있는 의대생과 의사들에게 얼마나 주효한 설득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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