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통합 4연패만을 바라보고 달려가고 있다"
"젊은 선수들 노력, 호기심, 긍정, 투지의 가치 기억해야"
"대표팀 감독, 제안 온다면 흥미로울 것… 그러나 아직"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점보스 감독이 20일 오후 경기 용인시 대한항공점보스배구체육관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2.20.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점보스 감독이 20일 오후 경기 용인시 대한항공점보스배구체육관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2.20.

[용인=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내 모든 초점은 대한항공에 맞춰 있다. 한국 대표팀은 아직 먼 이야기다.”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의 토미 틸리카이넨(37·핀란드) 감독의 머릿속에는 통합 4연패라는 목표가 가득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2021-2022시즌부터 대한항공을 이끌고 있다. 30대인 그는 V리그 역대 최연소 감독이나, 부임 후 첫 시즌부터 지도력을 증명했다. 대한항공의 창단 두 번째 통합 우승을 이끌었고, 이후 구단의 3시즌 연속 통합 우승과 구단 사상 첫 ‘트레블(정규리그·KOVO컵·챔피언결정전 우승)’ 대업까지 이뤄냈다.

올 시즌에는 새 역사를 쓰려고 한다. 20일 용인 대한항공점보스배구체육관에서 만난 틸리카이넨 감독에게 시즌 목표를 묻자 주저 없이 “통합 4연패만 바라보며 달려가고 있다”며 우승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V리그 역사상 첫 통합 4연패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23일 정규리그 6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19승 11패(승점 58)로 우리카드와 리그 선두를 다투고 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올 시즌 우리 팀 슬로건이 ‘퍼스트 점보스’인 것처럼 1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다”며 “이번 시즌에 돌입하기 전부터 선수들에게 승리하고 패배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새로운 역사를 쓰자’는 이야기만 했다. 하고자 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고 굳게 믿는다면 분명 좋은 일이 일어날 거로 생각한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점보스 감독이 20일 오후 경기 용인시 대한항공점보스배구체육관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2.20.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점보스 감독이 20일 오후 경기 용인시 대한항공점보스배구체육관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2.20.

◆틸리카이넨표 배구와 노력·호기심·긍정·투지

틸리카이넨 감독은 부상으로 20대 중반의 이른 나이에 선수 은퇴를 결정한 뒤 지도자에 길로 들어섰다. 이후 핀란드와 독일에서 지도자 경력을 쌓았고 일본에서 지도력의 꽃을 피웠다. 틸리카이넨 감독의 가장 큰 강점은 디테일한 선수 기용에 있다. 팀 내 선수들을 골고루 기용하며 경기를 풀어나간다. 그 결과 대한항공은 ‘누가 나와도 강한 팀’의 대명사가 됐다.

두꺼운 선수층을 일궈낸 비법에 대해 “훈련 때마다 본인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증명하지 못하면 코트에 들어설 수 없다. 선수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며 “위기가 닥쳐도 보유한 선수들로 잘 헤쳐 나가야 한다. 어떤 선수가 플레이하더라도 경기력이 일관적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증명의 원칙이 무너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점보스 감독이 20일 오후 경기 용인시 대한항공점보스배구체육관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2.20.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점보스 감독이 20일 오후 경기 용인시 대한항공점보스배구체육관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2.20.

틸리카이넨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재능을 일깨워주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는 젊은 선수들을 지도할 때 ‘4가지 가치’를 강조한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가치 중 첫 번째는 노력이다. 코트 안에 들어왔을 때는 100%로 해야 한다. 또한 언제나 자신을 갈고닦아야 한다”며 “두 번째는 호기심이다. 선수들은 열린 마인드로 배구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훈련에 임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새로운 무기도 발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 번째는 긍정이다. 코트에서만큼은 즐기면서 웃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배구를 통한 긍정을 사람들에게 전파할 수 있는 선수가 돼야 한다”며 “마지막 가치는 투지다. 어려움 속에서도 강한 모습을 잃지 않아야 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지를 보인다면 어떤 위기도 이겨낼 수 있다. 끝까지 싸운다면 좋은 결과는 끝내 온다”고 강조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점보스 감독이 20일 오후 경기 용인시 대한항공점보스배구체육관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2.20.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점보스 감독이 20일 오후 경기 용인시 대한항공점보스배구체육관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2.20.

◆외국인 사령탑이 본 한국 배구

한국 배구는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참한 민낯을 드러내며 동반 추락했다. 남녀배구 모두 세계적인 배구 트렌드에 뒤처졌다는 지적과 함께 V리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그동안 국내 지도자에게 한정됐던 V리그 감독직은 최근 들어 해외 지도자를 향해 문을 열었다. 현재 V리그에는 총 4명의 외국인 감독이 활약하고 있으며 다음 시즌에는 현재 일본 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필리프 블랑(64·프랑스) 감독이 남자부 현대캐피탈을 이끌 예정이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V리그에 늘어나는 외국인 감독에 대해 “국적은 상관없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해외는 다 외국인 감독이다. 다 본인만의 배구 철학이 있다. 리그에는 배구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가진 지도자들이 많아야 한다. 이는 국적과 무관하다”고 부연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점보스 감독이 20일 오후 경기 용인시 대한항공점보스배구체육관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2.20.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점보스 감독이 20일 오후 경기 용인시 대한항공점보스배구체육관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2.20.

틸리카이넨 감독은 지난해 12월에는 대한배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에 합류해 배구 대표팀 발전에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그는 “현재 대표팀을 보면 지금 가지고 있는 선수층을 극대화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지도자들이 소통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 고교, 대학교, 프로팀 감독들이 본인들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 한국 배구를 위해서 지도자들의 소통이 원활하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 감독 자리는 현재 공석이다. 대한배구협회의 감독 선임 규정에 따르면 V리그 팀을 맡은 감독도 대표팀 사령탑이 될 수 있다. 겸업이 가능하단 뜻이다. 틸리카이넨 감독에게 대표팀 사령탑에 대한 의중을 물었다. 그는 “현재 내 모든 초점은 대한항공에 맞춰져 있다. 대표팀 감독은 아직 먼 이야기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대표팀 감독은 1년 내내 국가대표에 모든 걸 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모두에게 제일 좋은 방향이다”라면서도 “만약 제안이 온다면 흥미로울 것 같다. 그때가 된다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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