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PA, 오더 거르기, 대리처방, EMR 셧다운 등 수면 위
파업 부작용 여파, 직역 간 갈등으로 심화하는 모양새
대학병원으로 이송된 환자의 모습. /연합뉴스 제공
대학병원으로 이송된 환자의 모습. /연합뉴스 제공

[한스경제=양미정 기자] 간호사들에 "환자들을 위해 돌아올라"고 촉구했던 의사들이 대대적인 파업 태세에 돌입하자 보건의료업계의 비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간호사들은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지던 의사들의 불법행위와 만행에 대해 불만을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해 7월 전국보건의료노조 소속 A병원 간호사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자, 당시 A병원 의료진들은 "수많은 환자분이 수술, 시술 및 항암치료 등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기다리고 계신다"며 "하루속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진료와 치료를 간절하게 기다리시는 환자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말로 간호사의 복귀를 간청했다.

인근 B병원 의료진들 역시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필수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태를 바라보며 무기력함과 비통함을 느낀다"며 "환자들의 간절한 마음을 아신다면 암 환자 수술 등은 유지할 수 있도록 쟁의 행위를 교대로 해달라"고 종용했다.

그러던 의료진들이 단 7개월 만에 대대적인 파업에 돌입하자, 간호사들은 의사들이 정말 환자를 우선순위에 둔 것이 맞느냐고 반문했다. 정말로 환자를 위한다던 의료진들이 자신의 이권 싸움을 위해 환자를 버리고 병원을 나선 것에 대해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병원 소속 간호사 C씨는 "우리가 파업할 땐 환자를 위해 돌아오라던 의사들이 자신들의 이권 싸움에 환자들을 이용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일에 대해선 환자를 제쳐두고 집단행동을 하는 의사들의 모습이 '아전인수'가 따로 없다"고 밝혔다. 

현재 A병원의 경우 전공의 236명 가운데 216명이, B병원의 경우 전공의 160명 중 120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두 병원의 경우 전공의 대신 교수진과 간호사가 남은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간호사 D씨는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진료를 중단하고 의료현장을 떠나면서 이들의 업무가 우리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일손 부족으로 인해 교육·훈련 없이 PA로서 의사업무를 대행하는 것에 대한 불만들이 크다. 이는 엄연히 아직 불법의료행위에 해당하는데 국가와 병원이 우리를 지켜줄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여기서 PA(Physician Assistant;보조의사)는 의사 역할을 일부 대신해 수술·검사·응급상황 시 의사를 지원하는 간호사를 말한다. 국내 의료법 체계에선 PA 면허가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아 PA가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의사 인력 부족으로 현재 다수 병원에서 전공의 빈 자리를 PA가 대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오더 거르기, 대리처방, EMR(전자의무기록) 셧다운 등의 문제 역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간호사들이 의료계의 각종 부당한 관행과 만행에 대한 문제를 하나둘씩 제기하자 파업으로 인해 발생한 부작용의 여파가 의사와 간호사 간 직역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불과 7개월 전에도 간호법 제정안에 반발해 총파업을 예고한 의사단체와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간호사단체는 의료개혁을 위해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발표를 강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탁영란 대한간호협회장은 "국민들은 현재 의사 부족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심지어 대한민국의 가장 큰 대학병원 간호사가 쓰러져도 의사가 없어 수술받지 못해 죽는 사고까지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인의 제1책무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 보호임에도 의사들은 의료개혁을 강하게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돌입했다"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화재 현장을 떠나는 소방관, 범죄 현장을 떠나는 경찰관을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정부가 행여나 이익단체와 의료개혁을 퇴보시키는 밀실타협을 시도한다면 전 국민의 저항과 지탄을 받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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