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작년 세계 수주점유율 6.3% 불과...탱커·LPG선 증가, 컨선 급감
“중형조선업, 국가 전략적 중요도 높은 산업...정책지원 필요”
대선조선이 건조한 친환경 1000TEU급 컨테이너선 / 연합뉴스 제공
대선조선이 건조한 친환경 1000TEU급 컨테이너선 / 연합뉴스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지난해 국내 대형조선 3사는 넘치는 수주잔량을 바탕으로 선별수주를 통해 흑자실적을 이어갔다. 이에 반해 중형조선사들은 수주 부진과 고질적인 인력 부족, 선수금반환보증(RG) 한도 부족 등으로 세계 중형선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 벌크선, 중형 탱커, 중형 컨테이너선 등 3대 선종을 중심으로 한 세계 중형선박 발주량은 총 1049척, 2039만CGT(표준선 환산톤수)로 전년보다 4.6% 증가했다. 그중 국내 조선사의 중형선박 수주량은 66척, 144만CGT에 불과했다. 이에 국내 조선사의 중형선박 수주점유율도 2022년 7.4%에서 6.3%로 축소됐다.

중형조선사에서 수주하는 탱커선,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은 대형조선소가 주력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비해 건조 난이도나 수익성이 떨어져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중국업체들과 치열한 수주전을 벌여야 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중형조선산업 2023년도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조선사의 탱커와 액화석유가스(LPG)선 수주량은 크게 증가했으나 대폭 감소한 중형 컨테이너선의 수주량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컨테이너선 기준으로 7500TEU 이상 1만TEU 미만을 중형선으로 분류한다. 

지난해 전 세계 석유화학제품선, 원유운반선 등을 포함한 중형 탱커선의 수주량은 전년 대비 123.0% 증가한 298척(652만CGT)를 기록했다. 그중 국내 조선사 수주량은 2022년보다 56.5% 증가했음에도 38척(90만CGT)에 그쳤다.

양종서 수석연구원은 “중형 탱커강국인 국내 중형조선업계의 수주량은 2016년과 2022년 다음으로 적은 물량을 기록하는 등 시장 수요에 비해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며 “세계 탱커시장 활성화로 국내 업계도 기대감을 보였으나 중형조선소의 RG발급 한도 문제와 인력부족으로 인한 내부 문제 등으로 수주에 한계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중형 탱커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조선사는 현대미포조선과 케이조선 등 2개사로 축소됐으며, 이들 2개사는 모두 50K급 중형 탱커에 주력하고 있어 다른 선형시장은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국내 조선사 중형선박 수주량 추이 /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중형조선산업 2023년도 동향’ 보고서에서 발췌
국내 조선사 중형선박 수주량 추이 /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중형조선산업 2023년도 동향’ 보고서에서 발췌

지난해 국내 중형선박 수주 활동에서 중형조선사들의 비중은 축소된 반면, 현대미포조선의 비중은 확대됐다. 대표적인 국내 중형조선소로는 HJ중공업, 케이조선(구 STX조선), 대선조선 등이 있다.

지난해 중형사들은 총 17척(37만CGT)를 수주해 전년보다 35.7% 감소한 수주량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현대미포조선은 탱커, LPG선 등에서 적극적인 수주활동을 벌여 총 49척(107만CGT)을 수주해 전체 중형선박 수주량의 74.4%를 차지했다.

작년 현대미포조선은 국내 중형탱커 수주량 38척 중 61.3%를 수주했다. 이와 함께 국내에 발주된 중형 가스선 13척과 중형 컨테이너선 9척 전량을 수주했다.

중형 가스선은 전년보다 177.2% 급증한 반면, 중형 컨테이너선은 82.4% 급감했다. 이는 피더(Feeder) 컨테이너선 전문 조선사 중 하나인 대선조선이 인력난 등 자체 문제와 하반기의 워크아웃으로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벌이지 못한 점이 국내 중형 컨선 수주 감소의 원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양 수석연구원은 “세계 중형선박 시장의 수요가 증가하고 많은 잠재수요가 존재하는 등 시장의 여건은 개선되고 있으나 국내 중형조선업계의 기반은 약화되고 있는 기현상이 일어났다”며 “이러한 위기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인력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표 중형조선사인 HJ중공업, 대선조선, 케이조선이 발표한 지난해 3분기 누적실적에 따르면, 3사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HJ중공업은 2022년 3분기 48억60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반면, 작년에는 1271억8700만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케이조선 또한 1190억1400만원의 이익에서 2023년 107억4300만원의 손실로 적자전환됐다. 대선조선은 2022년 163억4900만원에서 지난해 876억9916만원으로 손실폭이 확대됐다.

양종서 수석연구원은 “현재 중형 조선소는 자체 인력 부족 문제뿐만 아니라 기자재 업계의 인력난까지 겹쳐 블록 제작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대형 조선소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며 “인력문제는 업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해외인력 도입이나 국내 인력 양성 등 다각도의 해법에 대해 정부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제언했다.

올해 1월 조선해양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의 ‘2023년 조선해양산업 인력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절대적인 인력규모로 30~99인 규모의 중소업체에서의 부족 비중이 59.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뒤를 100~299인 규모에서 21.3%가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최근 수주물량 증가에 따라 작업물량이 증가함에도 채용인력의 부족으로 조선분야의 전체적인 산업기술인력 부족이 2020년 이후 심화되고 있다”며 “최근 조선분야에서 연간 550~630명 정도의 인력부족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시사했다.

양 수석연구원은 “중형 조선산업은 경제성보다 국가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산업이라는 정책적 인식이 필요하며 이에 따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국내 위기 시 필요 물자의 종류와 하역 항만의 상황에 따라 선종과 선형들이 달라질 수 있어 대·중·소형 선박 등 모든 선종이 필요하다. 아울러 대형 조선소 뿐만 아니라 중소형 조선소까지 다양하게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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