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일부 사업 축소, 폐지...호주 TF팀 중단
누적 미수금 증가에 재무 악화 따른 결정
관계자 "축소 아닌 경영 효율성 재고"
한국가스공사 전경. / 가스공사 제공. 
한국가스공사 전경. / 가스공사 제공.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한국가스공사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수소' 사업이 대규모 적자를 겪으면서 축소,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누적 미수금이 15조원을 넘어서면서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4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올해 초부터 수소 관련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일부 사업은 축소, 폐지했다. 해외 사업 확대 일환으로 시작한 '호주 청정수소 프로젝트 발굴 전담 태스크포스(TF)팀 역시 지난해 보류,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 수소유통전담기관을 마련하기 위해 수소사업처에서 격상된 수소사업본부는 지난해 신사업본부와 통폐합된 데 이어 올해 본부에서 사업단으로 격하되면서 안전기술부사장 산하로 들어갔다. 현재 가스공사는 7본부 26처(단·원·실) 14사업소(기지·지역본부)로 운영되고 있다. 

수소사업본부를 차릴 당시 가스공사를 이끌었던 채희봉 전 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정책'을 발판 삼아 수소 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쳤다. 수소충전소 확대를 비롯해 가스공사가 운영하는 천연가스 공급망 근처에 거점형 수소 생산기지를 만들어 수소 생산망 구축을 계획했다. 이를 토대로 광주·창원·평택에 거점형 수소생산기지 3기를 건설, 이후 직영 수소충전소(김해·대구)를 설치했다.

그러나 3여년 만에 사업은 멈췄다. 정권이 바뀌면서 2022년 취임한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선택과 집중'을 강조, 그린수소 관련 사업 투자를 축소하기로 했다. 가스공사의 2022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올해 수소·신성장 사업에 투자키로 한 금액은 3114억원으로, 2026년까지 관련 사업에 2조8323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1년 만에 2조원 이상 대폭 줄어들었다. 2023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올해 투자금은 299억원으로, 2027년까지 관련 사업에 3445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재무상태가 좋지 않아 연료비, 미수금이 커졌다. 수소산업 관련해서 기술 수준이나 상용화가 미성숙한 상태"라며 "축소라기보다는 수소 산업의 경영 효율성 재고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효율성을 다시 따져보기로 한 부분은 가스공사의 자체감사 결과 보고에서도 드러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거점형 수소생산기지의 경우 구축사업 준공시기가 다가왔지만 수소 수요 부족과 수요처 미확보 등으로 설비 가동이 불가한 상황이었다. 중대규모 생산기지 구축 사업은 수소생산 설비가 기 제작 중이나 공사부지가 확정되지 않는 등의 사유로 건설 공사 착공이 지연됐다. 

보고서는 "지자체 유치신청 시 지자체가 제출한 수소차 보급계획을 보수적 검증 없이 그대로 경제성 모델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사업예비선정 당시 시와 정부, 지자체 수요자료에 의존하기보단 제3자 독립된 전문기관의 지역별 수요 전망을 반영하지 않았던 점을 지적했다. 이에 업무담당자와 관리책임자에게 징계 조치를 내렸다. 

일부 수소생산기지에는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수소 충전소 및 수소활용산업군을 고려한 추출수소의 판매 가능성 여부, 상업운전 시점 등을 검토한 후 최적운영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또 다른 수소생산기지에는 경제성을 재분석해 진입시점 검토 및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더구나 지난해 재무실적이 악화된 점도 수소 사업을 접는 데 한몫했다. 치솟는 연료비에도 도시가스 요금을 동결했고, 실질적 적자인 미수금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가스공사가 발표한 공시한 영업실적에 따르면 미수금은 15조7659억원으로, 1년 동안 4조4000억원가량이 증가했다. 민수용 미수금은 2022년 8조5859억원에서 지난해 13조110억원으로, 4조4254억원이 늘어났다. 민수용 미수금은 회수 가능성이 희박해 사실상 부채로 본다. 

그밖에 발전용 미수금은 2022년 3조322억원에서 지난해 1조9791억원이 감소했지만 2조원에 달하는 미수금이 남아있는 상태다. 민수용과 발전용을 비롯해 총 미수금은 2022년 12조207억원에서 2023년 15조7659억원으로 3조7000억원이 증가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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