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비수도권 73% 신청, 압도적
의료공백에 업무량 극과극 현상
지난 5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브리핑 했다. /보건복지부 제공
지난 5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브리핑 했다. /보건복지부 제공

 

[한스경제=이소영 기자] 의과대학을 운영중인 전국 40개 대학의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신청은 총 3401명으로 집계됐다. 전공의와 대학생들이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와중, 대학들은 지난해 정부 설문조사 당시 희망규모(2151~2847명)보다 웃도는 인원을 신청했다.

1998년 이후 지난 26년간 의대 정원에 변화가 없었고, 교육부가 신청하지 않은 대학은 증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못 박았기 때문에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의대 증원 신청을 받은 결과, 의대를 보유한 전국 대학 40곳 전부가 제출 기한이었던 지난 4일 12시까지 모두 의대 정원을 증원하겠다고 신청했다.

총 증원 신청 규모는 3401명으로 정부의 의대 증원 목표 2000명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실시한 사전조사에서 집계된 희망규모 2151~2847명을 뛰어넘는 수치다.

지역별로는 서울 소재 대학 8개교 365명, 경기·인천 대학 5개교 565명, 비수도권 대학 27개교 2471명이다. 이중 비수도권 대학의 증원 신청이 72.7%에 달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40개 의대 중 정원이 50명 미만인 의대는 총 17곳이다. 이중 충북대는 기존 의대 정원(49명)의 5배가 넘는 250명을 신청했다. 동아대는 현재 정원 49명에서 100명, 강원대는 49명에서 140명, 건국대(충북 충주)는 40명에서 120명으로 증원을 요청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비수도권 대학 신청 비율이 73% 가까이 달하는 것은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에 대한 지역의 강력한 희망을 표시한 것"이라며 "의대 정원 2000명의 배정 절차를 신속하게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예상을 뛰어넘는 증원신청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일단 기존 증원 규모 2000명 내에서 정원을 배분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기존에 공지한 대로 ▲각 대학의 정원 신청 결과 ▲교육역량 ▲ 지역과 필수의료 지원의 필요성 ▲ 소규모 의과대학의 교육역량 강화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정할 예정이라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즉각 대학의 정원 신청을 규탄하고 나섰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가진 정례 브리핑에서 "의학 교육을 직접 담당하는 의대 교수들의 분노와 절규가 담긴 반대에도 불구하고 각 대학본부는 3401명이라는 터무니없는 규모의 의대정원 증원을 정부에 제출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14만 의사는 모든 의사들이 의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비극을 막기 위해 비폭력, 무저항, 자발적 포기 운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이 계속되면서 의료 현장에서는 직종에 따라 업무량이 극과극 현상을 달리고 있다. 

전공의들의 사직으로 인해 생긴 업무공백을 채우고 있는 대학병원 교수와 지료지원(PA) 간호사들은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전남대병원에 따르면 전공의 156명(2월 4일 복지부 점검 기준)이 이탈하고 신규 전임의 21명이 임용을 포기하며 의료공백이 커지자 교수들이 빈자리를 메우며 법정 근로 시간을 넘긴 주 80~100시간을 근무하고 있다.

전공의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는 PA 간호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학병원의 PA 간호사들은 원래 하던 업무에 채혈, 심전도 확인, 혈액 배양 검사, 욕창 드레싱과 같은 업무가 추가되며 과도한 부담을 지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반대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인해 대형 병원의 수술·외래 진료건수가 절반 이상 감소하고 병상 가동률이 평소와 비교해 30%이상 줄어들며, 간호사들에게 휴가를 권유하거나 다른 부서로의 이동을 명령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최근 병원이 강제 휴가를 쓰게 한다는 신고가 늘고있다 "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빅5' 병원 중 하나인 서울대학교병원은 지난 5일부터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기 시작했고, 서울아산병원은 간호사뿐만 아니라 일반직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산병원 관계자는 "무급휴가와 관련해 직원들 문의가 많았고, 현재 병원 상황과 개인 사정 등을 고려해 정상 진료 시까지 무급휴가 사용을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은 비단 간호사들뿐만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병원 업무가 줄어들며 물리치료사, 방사선사와 같은 의료인들을 비롯해 병동 청소를 담당하는 노동자들도 고용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는 것. 

때문에 대학병원이 최소한의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업계관계자들은 "정부가 나서서 보호 조치를 행하지 않는다면 현재 남아있는 인력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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