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원장.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원장.

[한스경제/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지난해 여름,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심각한 폭염을 경험했다. 이제껏 경험해 본 여름 가운데 가장 더운 여름이었다. 여름만이 아니었다. 유럽연합(EU) 기상기관인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2023년 지구 평균 온도는, 해양 온도가 높아진 엘니뇨 영향이 있기는 했지만, 산업화 이전 대비 1.48℃나 상승하였다. 국제사회가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해 넘어서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로 한 1.5℃ 목표에 바짝 다가서 버렸다. 더군다나 지난해엔 365일 모두 산업화 이전에 비해 1℃ 이상 상승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온도 상승은 산업혁명 당시 280ppm이었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이미 50% 이상 늘어나 420ppm을 넘어선 데 기인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얼마 전 발표한 보고서 ‘2023년 CO2 배출량’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에너지 관련 CO2 배출량은 2022년에 비해 1.1%(4억 1,000만 톤) 늘어나 374억 톤에 도달했다. 사상 최고치였다. 

다만 2022년에 이전 해보다 1.3%(4억 9천만 톤) 증가한 것과 견주어 증가량과 증가율이 줄어든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지난해 선진국의 GDP는 1.7% 성장했지만 CO2 배출량은 4.5%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확연한 탈동조화(decoupling)가 일어난 것이다. 선진국의 2023년 배출량은 5억 2000만 톤 감소하였는데 이는 50년 전 수준이라고 한다. 선진국의 석탄 수요는 G7에서 현저하게 감소하여 1900년 전후 수준으로 돌아가 발전량 중 석탄 비중은 17%에 그쳤다. 대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34%로 늘었다. 세계는 지금 재생에너지 확대를 중심으로 탄소중립을 향한 대전환기를 거치고 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제 기후위기는 기상이변으로 물리적 손해를 야기하는 환경문제를 넘어 경제문제가 되었다. 탄소중립 달성 역량이 경쟁력인 시대다. 탄소중립이 국제 규범이 된 시대, 주요 선진국들과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요구하는 탄소 관련 정책이나 조치들에 대해 탄소 사다리 걷어차기란 비판은 시대착오적으로 간주 된다. RE100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세계 시장에 변화를 불러오면서 수출 지향적인 우리 경제에 커다란 도전이 되었다. 투자사들의 ESG 경영에 대한 요구와 기후공시 의무화, 공급망 실사 요구 등의 변화는 기업이 외면하거나 회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대응한다면 우리에겐 새로운 경제적 기회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린 얼마나 대응 역량을 갖추거나 키우고 있는 걸까? 2021년 9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과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하여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도’를 도입하고 기후대응기금을 마련해서 탄소중립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쓰도록 했다. 하지만 현 정부의 탄소중립 노력은 미흡할 따름이다. 기후대응 예산을 늘려가는 주요 선진국에서의 흐름과 달리 2022년 처음 조성된 기후대응기금은 2022년 2조 4594억 원에서 2023년 2조 4867억 원으로 약간 늘어났다가 2024년에는 2조 3918억 원으로 삭감되었다.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 규모는 2023년 11조 8828억 원에서 2024년에는 10조 8776억 원으로 약 1조 원(전년 대비 8.5%) 감소한 상태다. 세계적인 원전 감소 추세에 역행해서 원전 지원 예산과 R&D 예산은 각각 1332억 원, 262억 원 늘어난 데 비해 재생에너지 지원 예산과 R&D 예산은 각각 4752억 원, 1138억 원 삭감되었다. 전반적인 R&D 예산이 줄면서 녹색 R&D 예산 또한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기후정치 바람이 약하게나마 불고 있다. 시민사회에서 기후정치를 요청하는 목소리들이 나오면서 각 당이 기후 인재를 영입하고 몇몇 예비후보들은 기후공약을 내걸기도 했으며, 당 차원에서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공약을 조금씩 발표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예전과는 분위기가 다소 달라진 양상이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제도 개혁과 사회구조 전환을 위한 방안은 충분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10가지 기후행동을 제안했는데 일상에서 실천해야 하는 다양한 행동과 더불어 ‘목소리 내기’와 ‘정치적 압력 가하기’를 권한다. 그것도 첫 번째와 두 번째 행동으로. 목소리 내기는 친구와 가족, 동료들에게 탄소 감축을 독려하는 것만이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운동’에 참여하란 의미다. 

정치적 압력 가하기는 관심 두는 환경 쟁점을 선정하고, 변화를 촉구할 구체적인 요구 주제를 결정한 후 이를 바탕으로 (지역) 정치인과 기업가들이 탄소 감축을 위해 노력하도록 요구하란 것이다. 이 둘은 그만큼 기후시민의 정치 행동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특정 정당을 넘어 모든 정당이 기후공약을 개발해서 제시하도록 요구하고 총선이 끝난 후엔 그런 공약이 지켜지도록 꾸준히 압박해야만 한다. 

2030년 NDC 달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이번 총선이 상당히 중요하다. 안전한 미래를 위한 기후 총선, 깨어 있는 기후시민의 관심과 압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윤순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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