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전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전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

[한스경제/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면서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가 열리고 있다. 얼마 전 미 CNN 방송은 과학계가 제시한 올해의 기후위기 상황 지표, 네 가지에 주목했다. 

첫째, 이번 6월에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온도(1850~1900년 평균)보다 섭씨 1.5도 넘게 오른 날이 있었다. 둘째, 해수면 온도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6월 16일 세계기상기구(WMO)는 1.5℃ 상승은 대기와 바다 표면 온도가 세운 새로운 기록이라 발표했다. 셋째, 남극 빙하 규모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넷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지난 5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24ppm으로 산업화 이전 280ppm에 비해 1.5배 이상 증가했다. 사실은 넷째로 인해 다른 세 현상이 발생한 것이고 우리의 사회경제활동 탓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한 것이다. 

2021년 파리협정, 2018년 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 2021년 글래스고 기후합의를 거치면서 산업화 이전 대비 1.5℃를 넘어서지 않도록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 이제 국제사회의 규범이 됐다. 

지난해 2022년에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1.15℃ 상승하고 올해 평균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미 1.5℃를 넘어버린 날이 생겨버려 1.5℃라는 방어선이 무너지고 있는 느낌이다. 2019년 5월 영국의 가디언 지가 지적했듯 이제 우리는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가 아니라 ‘지구 열화(global heating)’ 시대를 살고 있음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 우리에겐 길지는 않지만, 시간이 없지 않다.

이젠 정말 ‘행동’해야 할 때다. 기후위기 자체로 인한 기후재난 피해도 문제지만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변화와 탄소중립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야기될 경제위기나 일자리 문제가 더욱 직접적으로 보다 빠르게 대다수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세계 경제산업구조가 탄소중립을 향해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기후위기는 환경문제의 경계를 넘어 경제문제가 되었다.

기후행동이 갈수록 절실해지는 때, 우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기후위기는 다른 환경문제와 결이 다르다. 전 지구에 걸친 문제라는 점만이 아니라 온실가스도 여럿이고 배출원이 너무 다양하다. 우리 삶 어느 하나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다. 간접 배출까지 포함하면 산업 활동이 가장 큰 배출원이라 말하지만, 우리가 모두 입고(의) 먹고 마시고(식) 삶의 공간 내 모든 활동(주), 나아가 이동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모든 요소와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공산품만이 아니라 농산물도 마찬가지다. 제품 생산과 유통, 판매, 소비, 폐기의 모든 과정이 배출원이다. 정부와 국회를 포함한 공공부문 활동도 마찬가지다. 어디 피하고 도망칠 곳이 없다. 

이제 모든 주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기후행동을 최대한 해야 한다. 그것이 결국은 우리 경제를 살리고 우리 생존을 지킬 수 있다. 국회는 전환에 필요한 입법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 정부는 세계적인 변화 흐름을 직시하고 에너지 전환을 비롯한 사회 변화를 위해 정책 전환에 나서야 한다. 기업은 ESG로 요약되는 경영활동을 꾀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반 대중은 시민이자 소비자로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 

국회도, 정부도, 기업도, 주권자의 목소리를 벗어날 수 없다. 우리 삶의 모든 요소가 배출원이기에 그만큼 역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도 너무나 많다. 다른 주체, 다른 부문을 탓하고 미루기 전에 지금 여기 나부터 시작해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지금 당장 ‘기후행동’을 검색해보라. 다 나온다. 시작이 반이고,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오늘 우리가 한 행동이 우리가 마주할 내일을 바꾼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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