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진 서울대환경대학원 교수(전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
                        윤순진 서울대환경대학원 교수(전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

[한스경제/ 윤순진 서울대환경대학원 교수] 올해 2023년 더위는 유난했다. 최근 세계기상기구(WMO)는 지구 표면 온도가 관측이 시작된 1940년 이후 역대 월별 기록 가운데 올 7월이 1위, 8월이 2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해수면 온도는 올 8월이 역대 최고치였던 2016년 3월 기록을 뛰어넘었다고 한다. 올해는 엘니뇨 영향 때문이라지만 앞으로 최고 온도 기록은 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쩌면 올해 여름이 남은 여름 가운데 가장 시원할 거라는, 지금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이런 기온 상승은 지구 생태계에,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 기온 상승은 폭염이나 열대야만이 아니라 이제껏 일정하게 유지되어온 기후체계를 변화시켜 홍수와 폭우, 가뭄, 우박, 한파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을 야기한다. 이번 여름, 폭염노동이나 폭염사망이란 말이 심심찮게 등장할 정도로 폭염은 작업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보건이나 생명에 영향을 미쳤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발생한 온열질환자가 2684명에 달한다. 지난 3년(2020~2022년) 동안 발생한 연평균 환자 수(1339명)의 2배가 넘는다. 사망자도 31명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건설현장 같은 야외 작업장(32.9%)과 논밭(14.2%)에서 주로 발생한다. 고령층 농민에게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람만이 아니다. 작물도 동물도 모두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영농형 태양광이 기후위기 적응과 완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매력적 선택지로 부상 중이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 위에 3~5m 높이 대를 세워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그 아래에서 벼, 녹차, 양파, 등 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이다. 햇빛이 많다고 무조건 식물에 좋은 건 아니다. 모든 식물에는 광합성 속도가 최고치에 도달하는 최소한의 빛의 세기인 광포화점이란 게 있다. 영농형 태양광은 광포화점을 넘어서 식물 생육에 쓰이고 남는 일사량을 태양광발전에 활용한다. 빛과 바람이 통하도록 패널을 띄어서 설치하고 해 위치를 따라 각도가 바뀔 수도 있다. 동일 농지에 농작물 재배와 태양광발전 가운데 하나를 취하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농사와 발전을 동시에 하기에 일거양득이다. 목초지나 과수원, 비닐하우스 등 모든 농경지에 적용할 수 있다. 같은 토지를 두 가지 용도로 사용하여 국토 이용 효율성과 농가 소득 모두를 높인다. ‘영농형’이라는 단어가 시사하듯 ‘농사’를 전제로 한다.

폭염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지난 3월 매년 15MW 설치를 지원하기로 한 영농형 태양광 법이 의회를 통과했는데 영농형 태양광을 발전시설에 앞서 농작물 보호시설로 규정한 점이 흥미롭다. 극한 기후로 농업 생산량이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상황에서 프랑스에서는 전기 생산보다는 패널 설치에 따른 농작물 보호나 적응에 더 관심을 둔 것이다. 영농형 태양광 패널이 폭염과 우박, 서리 등 기상이변에 따른 피해를 줄여주고, 패널이 그늘을 만들어 농부나 가축의 폭염 노출을 막아줄 뿐 아니라 물 증발을 막아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이미 설치된 태양광 패널과 지지대를 활용해서 온도계와 습도계, 각종 센서와 측정 장비를 설치해서 농업 관련 자료를 축적하고 최적의 영농 환경을 조성할 수도 있다. 게다가 현장에서 생산된 전기로 설비를 가동할 수 있으니 스마트 팜도 가능하다. 영농형 태양광은 기후위기 완화만이 아니라 적응에도 효과적이란 점에서 거듭 일거양득의 상승효과가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영농형 태양광에 대해 오해가 있거나 임대농과 임차농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기도 하고 편익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다. 도시가구에 비해 농촌가구 소득이 낮은 상황에서, 기후위기로 농작물에 대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고 다수 농민이 고령화되어 직접 경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영농형 태양광은 의미 있는 농업 외 수입으로 고령 농민에게 연금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중 소득 효과로 젊은이들을 농촌으로 불러들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영농형 태양광을 늘리려면 인식 개선과 함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행 농지법상으로는 농지의 타용도 일시 사용 허가 기간이 8년으로 그 후에는 태양광 설비를 철거해야 한다. 투자금 회수도 어렵다. 또 현재 농업진흥구역 내 영농형 태양광 설치는 가능하지 않다. 영농형 태양광 설치 시 쌀 수확량이 최대 20%가량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식량안보를 걱정하지만 이미 지난해 우리의 1인당 평균 쌀 소비량(56.7kg)은 고기 소비량(58.4kg)보다 적었다.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하면 기후위기 적응으로 오히려 작물 수확량 감소를 막고 작물에 따라서는 더 늘기도 한다. 더군다나 영농형 태양광을 수명 기간(20~25년 이상) 동안 유지할 경우 그 기간 내 개발 사업을 막음으로써 오히려 농지를 보존할 수 있다. 

영농형 태양광을 통해 기후위기 완화와 적응을, 또 작물농사와 에너지 농사를, 동시에 하면서 농촌과 농민이 우리나라 에너지 전환을 이끌어 가기를 희망해본다. 

 

윤순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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