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업계 성장률 낮아지지 않으면 탄소중립 달성 어려워
대체 연료 비용도 높아 소비자에 부담 전가될 수 있어
“비행 횟수 대폭 줄이는 것만이 탈탄소화 실현할 유일한 방법”
대한항공 보잉 787-9 항공기 / 연합뉴스
대한항공 보잉 787-9 항공기 / 연합뉴스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항공업계가 25년이 지난 후에도 결과적으로 탄소중립(넷제로)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넷제로를 이루려면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SAF) 같은 친환경 연료를 주입해야 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이로 인해 항공사는 연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항공권 가격을 올려 소비자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는 악순환이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루드 손닥 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 사장은 항공업계가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손닥 전 사장은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업계가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계획이 2015년 파리 기후협약에서 서명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은 각국이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제한하고,  1.5℃를 넘기지 않기로 한 약속이다.  

이에 따라 2021년 유럽 각국의 항공사와 공항은 2050년까지 순배출량 제로 달성을 합의하고, 업계가 청정 연료 대체 등 신기술을 활용하면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넷제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손닥 전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 연설에서 공개적으로 이 계획에 의문을 제기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각 항공사의 성장률을 낮춰 잡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탄소중립도 중요하지만 환경 기록을 개선하지 않으면 유럽 각국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정부가 개입해 세금을 인상하거나 비행 횟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업계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손닥 전 사장은 “이 문제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정계나 사법부가 개입할 위험이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공항 운영 면허를 잃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도 지난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항공기 이용량이 각국의 국내총생산(GDP)보다 빠르게 늘어나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각 항공사가 엔진 및 비행기 효율성 향상, SAF 도입, 항공기 운항 최적화를 통해 2050년까지 항공 배출량을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의 한계와 GDP 성장률을 앞지르는 항공기 이용량으로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짐 해리스 베인 앤드 컴퍼니 항공우주, 방위 및 정부 서비스 공동 리더는 “항공기 이용량이 계속 증가하면서 업계는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을 계속 받고 있다”면서 “안타깝게도 지금 상황에서 탈탄소화에 필요한 대체 연료 도입이 2050년까지 완전히 도입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또 업계가 탄소중립 전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2026년부터 항공권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항공사가 사용하려는 SAF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제트연료 평균 가격보다 2~4배 높고, 업계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약 2조1000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이는 신규 항공기의 높은 유지보수 비용과 맞물려 2050년까지 전체 비용이 최대 18%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손닥 전 사장은 FT에 “대체 연료 개발과 함께 수요가 없는 곳의 비행 횟수를 줄여야 넷제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해리스도 “주요 항공사들이 SAF의 저렴한 공급처를 확보하고 비용 상승을 완화하며, 수요 감소를 관리할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며 다양한 기술을 조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환경단체 역시 다른 공급 원료로 만든 SAF는 희소성이 높고 비싸기 때문에 비행 횟수를 대폭 줄이는 것만이 넷제로를 실현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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