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쟁으로 틀어진 러-서방...전세계, 러 대체 방안 마련
"전쟁으로 녹색산업 전환, 5~10년 앞당겨져"
IEA, 전쟁 이후 신재생에너지 전망치 30% 늘어나
유럽으로 러시아 가스 수송하는 가스관. / 연합뉴스.
유럽으로 러시아 가스 수송하는 가스관. / 연합뉴스.

지구의 마지막 경고선인 1.5℃ 위기가 눈앞에 닥쳤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작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45℃ 높아졌다. 2015년 국제사회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산업화 이전 지구 평균기온보다 1.5℃ 상승하는 것을 억제하자’는 뜻을 모은지 8년 만이다.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진행한 것이 무색할 만큼 온도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이에 창간 9주년을 맞는 한스경제는 그간 천착해온 '1.5°C HOW' 캠페인에 맞춰 인류 생존 최후의 방어선인 1.5°C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 부문별로 국내외 동향과 쟁점, 대안 등을 종합적으로 엮어 연중기획으로 연재한다. /편집자주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세계 곳곳에서 발발한 전쟁이 에너지 판도를 바꾸고 있다. 에너지 부문이 국가들의 경제 전략 중심에 자리하는 만큼 전쟁이 각국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지난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시작된 중동 리스크도 가격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다만 기후변화로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세계가 평년보다 따뜻한 겨울을 맞이하면서 에너지 수요가 예상을 하회했다. 이에 에너지 가격은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매년 겨울이 따뜻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 불안함은 여전하다. 

불안 요소가 산재해 있지만, 전문가들은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일련의 상황들을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단기적으로는 각국들의 에너지 안보가 위협을 받는 상황에 놓여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득이라고 전망했다. 전 세계는 에너지 안보 확립을 위해 제3의 에너지원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가 러시아군의 공습을 당한 뒤 화염과 연기에 휩싸였다. /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가 러시아군의 공습을 당한 뒤 화염과 연기에 휩싸였다. / 연합뉴스.

◆ 러시아 의존도 줄이자...각국, 대체원·대체국 찾기 분주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이다. 유럽 국가들의 주요 에너지 공급처는 러시아였다. 대표적으로 유럽이 쓰는 천연가스의 40%가량을 러시아가 대고 있었다. 

견고하던 러시아와 유럽의 관계는 2022년 2월 전쟁이 시작되면서 무너졌다.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침공 대가로,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에너지 제재였다. 러시아는 연방세입의 50% 이상을 석유와 천연가스 등 수출에 의존할 정도로, 에너지 의존도가 컸다. 수출길을 막으면 러시아 당국의 재정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다르게 흘러갔다. 오히려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가 에너지 수급 위기를 맞았다. 두둑하게 채워둔 에너지 곳간은 점차 바닥을 보였다. 공급이 원활하지 않자, 에너지 가격은 폭등했다. 특히 천연가스는 전쟁 발발 이후 200유로를 넘겼다. 그해 여름에는 MWh(메가와트시)당 300유로를 돌파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전 세계 국가들은 국면 전환을 위해 '러시아 대체국'을 모색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방식을 택했다. 

유럽연합(EU)은 최소 2027년까지 러시아산 가스에서 벗어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과 캐나다 등이 러시아 대신 유럽에 석유와 천연가스를 대기 시작했다. 이에 유럽의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량은 대폭 감소했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EU 가스 수입 가운데 러시아는 15%가량을 차지했다. 2021년(45%)의 3분의 1수준으로 대폭 낮춘 것이다. 

전쟁 직후 미국과 캐나다 등은 화석연료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 여기에 이례적으로 온화한 날씨 탓에 가스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올해 2월에는 천연가스 가격이 30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공급량 급증에 이상고온이 지속되면서 당분간 천연가스 가격은 최저점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탄소중립을 위해 이미 각국이 비중 확대에 집중하던 시기와 맞물렸다. 이에 각국들은 관련 정책을 앞당기거나 새롭게 시행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EU는 리파워EU(REPowerEU)와 핏포55(Fit-for-55) 등을 내세우면서 재생에너지 투자를 강화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분석한 전 세계 국가들의 에너지 투자 비용에 따르면 2016년을 기점으로 청정에너지 투자(1조132억달러)가 화석연료(1조105억원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격차가 더 벌어지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청정에너지 투자금(1조740억달러)이 화석연료의 1.7배에 달했다. 청정에너지 가운데 태양광과 풍력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보면 독일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러시아산 에너지원에 의존도가 높았던터라 경제적 타격이 컸기 때문이다. 독일 당국은 LNG 공급을 위한 해상 LNG 터미널을 신설하고, 원전의 단계적 폐쇄를 보류하면서 러시아의 에너지 의존도를 낮췄다. 

이와 함께 2030년까지 총 전력 소비량의 80%를 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는 에너지 개정안을 발표했다. 또한 국민에게는 2022년 6월부터 석달간 월 9유로의 대중교통 이용권을 제공하는 등 에너지세 감면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을 한시적으로 운영했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러시아에 대한 화석연료 의존도가 급격히 낮아진 상태였다. 다만 천연가스 의존도는 다소 높아, 전쟁 여파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에 전쟁 직후 '에너지 안보 전략'을 발표해 에너지 요금 지원책과 에너지 개발 확대, 원전 및 재생에너지 확대 등의 추진을 서둘렀다. 

우리나라의 경우 러시아를 비롯해 에너지 수입 경로는 다양했다. 전쟁 직후 러시아 수입을 줄이기 시작,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국경 사이의 중립지대로 수입처를 바꿨다. 타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관련 정책도 내놨다. 취약계층에 에너지 바우처 제공, 중소기업에 에너지 효율화 관련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설치된 풍력 터빈. / 연합뉴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설치된 풍력 터빈. / 연합뉴스.

◆ 가스 '안정'·석유 '변동성'...재생에너지 확대는 '증가세' 

당분간 가스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석유는 러시아 원유에 대한 제재가 실효성이 없다는 국제사회의 판단에 따라 가격 변동성은 남아 있다. 

재생에너지 성장은 지속될 전망이다.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보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문가들은 전쟁이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발발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회'라고 판단했다. 단기적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까지 이어지면서 산업계를 비롯해 생활고를 겪는 이들이 많아졌지만, 전쟁이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시점을 앞당겼다는 것이다. 

당장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석탄 생산 및 수요는 급격히 늘어났지만 2025년 이후 감소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석탄 소비량은 사상 처음 80억t을 넘겼다. 프랑스와 독일, 오스트리아는 '석탄발전소 폐쇄' 약속을 뒤엎고 재가동하기도 했다. 2022년 인도의 석탄 생산량은 전년 대비 11%p 늘었다. 

그러나 2025년에는 신규 LNG 사업이 시작되고,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IEA는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용량은 2022~2027년 기간 2400GW(기가와트)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더구나 전쟁 전후 예측치를 비교하면 재생에너지 확대가 급격히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2023년에 내놓은 IEA의 신재생에너지 증가 전망치는 2021년 전망치 대비 30%가량 늘었다.

전쟁에 따른 보조금 및 정책 지원과 지속적인 비용 감소로 핵심 기술 확대가 가속화되면서 재생에너지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특히 2023년 전 세계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전년 대비 85%p와 60%p 증가해 총 540GW가량이 늘어났다.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성장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지난해 태양광 및 풍력 발전 설비 증설의 90%가량은 중국이 차지했다. 2025년이면 중국에서 생산되는 신재생에너지가 1000TWh(테라와트시)에 달할 것으로 봤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녹색에너지 전환을 "최소 5년에서 최대 10년 앞당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녹색에너지 전환은 화석연료 단계적 폐지와 더불어 탄소중립을 이뤄내는 데 중심이다.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어든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에너지 생산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27년 정점에 달할 전망이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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