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LG, 유전체 연구기관 美 잭슨랩과 공동 연구 착수
AI 모델 개발해 개인 맞춤 치료 초석 다질 계획
A·B·C(AI·바이오·클린테크) 역량 강화 집중…"꺾임없는 도전"
구광모(왼쪽에서 셋째)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21일(현지 시각) 미국 보스턴 ‘다나파버 암 센터’를 방문해 치료제 생산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LG
구광모(왼쪽에서 셋째)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21일(현지 시각) 미국 보스턴 ‘다나파버 암 센터’를 방문해 치료제 생산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LG

[한스경제=조나리 기자]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LG가 AI를 활용한 바이오 혁신에 속도를 높인다. 특히 바이오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LG의 ‘미래 거목’이 될 산업”이라고 할 만큼 사활을 걸고 있는 분야기도 하다.

최근 LG는 유전체(Genome, 게놈) 비영리 연구기관인 미국의 잭슨랩(JAX, The Jackson Laboratory)과 함께 알츠하이머와 암의 비밀을 풀어낼 AI 공동 연구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 8월 미국 보스턴을 방문해 바이오 산업 트렌드를 살펴본 구 회장이 AI를 접목한 맞춤형 치료 시대를 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개인 맞춤형 치료 위한 AI 모델 개발 나서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퇴행성 뇌질환은 유전자 및 노화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발병 원인과 치료법을 찾기 위해 수많은 연구진과 제약사들이 연구에 매진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1929년 설립된 잭슨랩은 노벨상 수상자를 20명 배출한 세계 최고 수준의 비영리 독립 연구기관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시 글로벌 제약회사들의 백신 개발에도 잭슨랩의 유전자 변이 마우스가 사용된 바 있다.

LG AI연구원은 2022년 환자의 유전 정보와 암 세포의 돌연변이 정보를 이용해 암 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신항원 예측 AI 모델’을 개발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7월에는 신약·신소재·신물질 개발하는 생성형 AI 플랫폼 ‘엑사원 디스커버리’를 공개했다.

양사는 병리 이미지만으로 암을 진단하고,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멀티모달 생성형 AI 모델과 개인별 유전체 정보에 맞는 맞춤형 치료 선택지를 의료진에게 제안하는 대화형 생성 AI 모델을 개발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개인 맞춤 치료 연구의 초석을 다진다는 방침이다.

양사는 우선 LG의 생성형 AI ‘엑사원(EXAONE)’에 잭슨랩이 보유한 알츠하이머의 유전적 특성과 생애주기별 연구 자료를 학습시키기로 했다. 잭슨랩은 유전자 변형 마우스를 설계하고 생산할 수 있는 유전체 연구기관이다. 특히 질병과 관련된 유전적 변이와 돌연변이 유전자 등 방대한 양의 연구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론 카돈(Lon Cardon) 잭슨랩 CEO는 “인공지능과 유전체학이라는 양사의 강점을 활용해 헬스케어 분야를 혁신할 수 있는 미래를 함께 만들고 싶다”면서 “치료제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AI를 개발해 맞춤형 의학 시대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구광모 회장 “바이오, LG 미래 거목으로 성장”

LG는 AI가 암 분야에서 신약의 후보 물질 발굴부터 전임상 시험과 임상 시험에 이르기까지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양사가 개발한 AI 모델들이 유전자 변이에 따른 개인별 맞춤 치료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AI를 다양한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이어오고 있다”면서 “LG의 미래성장 동력인 바이오 분야에서도 AI 기술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LG AI연구원의 박용민 헬스케어 사업 담당, 이화영 사업개발 유닛장, 배경훈 원장, 잭슨랩의 론 카돈(Lon Cardon) CEO, 폴 플리첵(Paul Flicek) CDO, 찰스 리(Charles Lee) 유전체 의학 연구소장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LG전자 
(왼쪽부터) LG AI연구원의 박용민 헬스케어 사업 담당, 이화영 사업개발 유닛장, 배경훈 원장, 잭슨랩의 론 카돈(Lon Cardon) CEO, 폴 플리첵(Paul Flicek) CDO, 찰스 리(Charles Lee) 유전체 의학 연구소장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LG

구 회장은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LG화학은 2030년까지 글로벌 톱 티어(Tier) 제약사로 발돋움 하겠다는 목표다.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2019년 바이오 분야 혁신 기술 도입과 신약 개발을 위해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보스턴에 법인(이노베이션센터)을 설립했다. 보스턴은 전 세계 바이오 기업 및 연구기관만 2000여개가 밀집해 있다.

지난해 1월엔 LG화학이 인수한 미국의 항암신약 기업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도 기존 사무실을 보스턴 법인과 통합했다.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아베오를 통해 글로벌 혁신신약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8월 미국 보스턴에서 바이오 분야를 살핀 후 “지금은 작은 씨앗이지만 꺾임 없이 노력하고 도전해 나간다면 LG를 대표하는 미래 거목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LG는 늘 10년, 20년을 준비해 새로운 산업을 주도해 왔다. 배터리 사업도 30년이 넘는 기술 개발과 투자가 뒷받침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도전의 역사”라며 “LG의 바이오 사업이 지금은 작은 씨앗이지만 꺾임 없이 도전해 나간다면 LG를 대표하는 미래 거목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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