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무선·원격 조종을 통한 방제 작업…탄소배출량 80% 절감
쉐코 아크./ 쉐코 제공
쉐코 아크./ 쉐코 제공

[한스경제=김정연 기자] 2007년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기름유출 사고는 국내 최대의 해양오염 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이후 민·관·군이 합동으로 해상방제 훈련을 실시하고 있지만 소규모 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해양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에선 총 2600건 이상의 크고 작은 해양 오염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기름, 유해화학물질 및 폐기물 등이 5.484㎘ 유출됐다. 우리나라 인구 중 27%가 연안 지역에 살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해양오염은 어업, 관광업 등 경제적 피해만 끼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건강과 안전에도 영향을 준다. 환경 모빌리티 개발 스타트업인 ‘쉐코’는 해상에 유출된 기름을 방제하는 ‘쉐코 아크’를 개발했다.

쉐코 아크 방제 방식./ 쉐코 제공
쉐코 아크 방제 방식./ 쉐코 제공

◆ 소규모 유출사고와 탄소중립에 초점을 맞춘 쉐코 아크

“국내 기름유출사고는 매년 250회 이상, 34시간당 1건 이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소규모 형태입니다. 그러나 국내 보급된 기름 회수기들은 대형 사고에 특화된 장비로, 시간·운용비용 등의 문제로 인해 현장 가동률이 10%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쉐코의 권기성 대표는 수질 정화 로봇 ‘쉐코 아크’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기름유출사고의 92%를 차지하는 1000ℓ이하의 소규모 사고는 대부분 사람이 흡착포를 이용해 제거하는 등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쉐코 아크는 무선·원격 조종을 통한 방제작업이 가능해 선박 사이, 교량 아래, 배수로 등 기존 장비는 진입이 불가능하던 현장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불가피하게 사람이 투입되던 현장 작업을 자동화했다.

아울러 작업자의 오염물 접촉과 고강도 육체노동을 줄일 수 있다. 흡착포를 던져 기름을 흡수시킨 후 회수하는 기존 방식은 작업자가 유독성 기름 냄새를 맡을 수 있어 건강에 좋지 않다. 흡착포를 소각할 때 나오는 탄소로 인한 환경·경제적 피해도 크다.

쉐코 아크는 영상 인식 시스템을 통해 해상에 뒤덮인 기름 위치를 파악하면, 스크루 장치가 작동해 물과 기름을 동시에 빨아들인다. 이후 내부 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물과 기름을 분리한 후 기름은 회수통으로, 물은 다시 바다로 흘려보낸다.

이는 방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쉐코에 따르면 쉐코 아크를 이용하면 기존 방식보다 10배가량의 시간 단축과, 흡착포를 80% 이상 절감시켜 흡착포 소각 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80% 줄일 수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테스트베드 확보 및 투자 재원 마련

쉐코는 적극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수행과 테스트베드(기술·제품의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시스템) 확보를 통해 기술 개발 및 대기업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쉐코는 SK 이노베이션에서 5억원을 투자받아 개발한 시제품, 오염 물질 제거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이하 권 대표와 일문일답.

권기성 쉐코 대표./ 쉐코 제공
권기성 쉐코 대표./ 쉐코 제공

- 쉐코 아크는 기존의 정화 로봇 방식과 어떻게 다르나?

“현재 산업에서는 ‘로봇’이 아닌 ‘장비’ 형태 유압식 펌프 기반의 기름 회수기를 사용하고 있다. 기존의 회수기는 수면(水面)에 배치된 드럼과 디스크가 돌아가며 표면에 기름을 묻히고 스크럽으로 긁어내는 방식으로 회수한다. 다만 이런 방식은 표면에 기름이 쌓일수록 회수율이 떨어지는 한계점이 있다. 쉐코 아크는 스크루 회전을 통해 유동을 이용한 흡입 방식으로 물과 기름을 회수해 장시간 작업에도 회수율이 떨어지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쉐코에 투자를 결정했다.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기술 발전이 빨라질수록 환경오염이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많은 기업들에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대기업에서도 ESG 전담부서를 조직하는 등 ESG 경영에 발맞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글로벌 해양모빌리티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면서 쉐코가 개발한 수질정화로봇이 현재 기업들이 원하는 ESG 경영, 해양모빌리티 시장 진출에 부합했다고 생각한다”

- 사업 운영에 있어서 애로사항은 없을까요?

“대표적으로 ‘선행모델의 부재’와 ‘네트워크의 부재’가 있다. 쉐코 아크는 회수·유수분리·저장 등 3가지의 매커니즘을 담은 해양 로봇 형태로써 전 세계적으로도 양산화 된 모델이 없었다. 물론 몇몇 연구기관과 대학에서 이를 실현화하고자 했지만 모두 연구 단계에서 멈췄고 양산화하지 못했다. 선행학습 없이 처음부터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대학생 시절 시작한 사업이라 아무런 네트워크가 없는 것도 문제였다. 쉐코가 만들고자 하는 제품은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대상이 아닌 기업과 정부 간 거래(B2G), 기업과 기업 간 거래(B2B) 대상의 제품이다. 다만 당시엔 네트워크 없이 사업을 존속하기 어렵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하지만 무작정 해양 환경 산업 관계자들을 만나러 돌아다니고, 전국의 세미나를 찾아가 인터뷰를 부탁드리면서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갔다. 현재는 2000여분 이상의 현장 이해관계자분들과 연락을 유지할 정도로 성장한 상황이다”

- 쉐코의 사업 방향과 향후 계획은?

“해외 시장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아무래도 해양 방제 관련 시장이 국내보다 150배 이상 크기 때문이다. 현재는 사우디, 아부다비 등의 중동시장에서 대형 정유사들과 제품 수출·투자를 협의 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호주,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단기적인 기술적 목표는 기름 외 해양플라스틱·녹조·세노스피어·스컴 등의 오염물질에 대응 가능한 모델을 추가 개발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오염물 인식 인공지능(AI) 및 로봇 연동형 빅데이터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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