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국 대표팀, 아시안컵 대회 앞둔 소집 기간 '카드 도박'으로 논란
선수 보호에 앞장서야 할 축구협회가 오히려 선수들을 방패막이로 쓰고 있다는 지적 나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한국 축구의 부끄러운 민낯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팀 내분에 이어, 이번엔 ‘카드 게이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악재가 이어지며 대한축구협회는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을 앞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아랍에미리트(UAE) 전지훈련에서 돈을 걸고 카드 도박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카드 도박은 대표팀 선수 1명과 대표팀 지원을 맡은 협회 팀장 A씨 등 2명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출국 전 도박에 사용하는 칩을 챙겨 출국했고, 이들은 칩을 활용해 휴식 시간 때 즐겼다. 사용된 칩은 개당 1000~5000원 사이로 정해놓고 카드 도박을 했다. 

논란이 일자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3일 “소집 기간이 긴 대회(월드컵, 아시안컵 등)에 참가할 때 선수들이 자유롭게 숙소 내에서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휴게실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어 “해당 시설은 선수들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스태프가 휴게실에서 선수들과 카드놀이를 진행한 것은 조사 결과 사실인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직원은 지난달 20일 인사위원회에서 직위 해제 조치를 했다”며 “아시안컵 출정 소집 당시 전 스태프에게 선수들과 접촉을 최소화하고, 선수들이 최대한 대회에 집중할 수 있게 하라는 내용의 내부 지침을 전달했다”고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카드놀이를 할 수 있다. 유럽의 많은 축구팀 선수들이 휴식이나 이동 중에 카드놀이를 하는 모습은 심심치 않게 포착된다. 축구협회도 그런 점을 염두에 둔 듯 “도박성 행위와는 엄연히 다른 부분”이라며 “선수단이 훈련장에서 골대 맞추기 내기 등 소액의 내기성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다수가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행위가 아니다. 축구협회가 일련의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는커녕 깊숙이 개입돼 있다는 것이다. 대회 중 내부 지침까지 정해 선수단이 최대한 대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했으나 정작 협회 직원인 ‘팀장’이 이를 어겼다.

한국 축구는 아시안컵 종료 후 4강전을 앞두고 주장 손흥민과 이강인 사이에서 벌어진 ‘탁구 게이트’로 곤욕을 치렀다. 축구협회는 빠르게 사실을 인정하면서 오히려 사태를 증폭시켰다. 선수 보호에 앞장서야 할 축구협회가 방패막이로 선수들을 앞세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강인이 손흥민을 찾아가 사과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으나 축구협회가 그 과정에서 사태 수습의 행위를 한 것은 없었다. 축구협회의 공식 대응은 “소속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징계할 수 없다”가 전부였다. 논란만 키우고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카드 게이트’까지 터졌다. 대한축구협회에 강력한 쇄신이 필요한 이유다.

류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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