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병원 경영 피해 심각
마이너스 통장 규모 확대
무급휴가, 병동 통폐합 잇달아
서울의 한 대학병원의 풍경. /연합뉴스 제공
서울의 한 대학병원의 풍경. /연합뉴스 제공

[한스경제=이소영 기자] '빅5' 병원들이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으로 인해 하루 수십억씩 적자를 보고 있다. 심지어 서울대병원은 1000억원 대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병원은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어 정부에 저금리 융자 규모를 확대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전국 여러 병원들은 직원 무급휴가 뿐만 아니라 병동 통폐합에 나서며 적자를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들의 경우 규모에 따라 대형 병원은 지난해 매출 대비 하루 10억원 이상, 중간 규모 병원은 하루 7억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기존에도 공공의료에 투자를 많이하며 적자 운영을 감수하고 있었는데, 이번 의료공백 사태로 인해 예년보다 하루 10억원 이상 매출이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이미 900억원의 적자를 봤는데 지금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며 "이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심각한 경영 피해를 볼 수 있으며 새로운 장비와 시설 투자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서울대병원은 기존 500억원 규모였던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2배 늘린 1000억원 규모로 바꿨다. 

이런 상황은 서울아산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아산병원은 병상 가동률이 급감하며 하루 10억원을 웃도는 적자를 보고 있다.

지난달부터 전공의들의 이탈이 시작된 것을 미루어봤을 때 3월은 손해가 더욱 막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빅5' 병원 중 한 관계자는 "지난 19일부터 단체 행동이 시작됐고 3월까지 계속되고 있으니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며 "운영자금이 부족할 경우 우리 병원도 마이너스 통장 개설을 고려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다 못한 병원들은 정부에 손을 벌리고 나섰다.

사립대 병원을 대상으로 하는 저금리 융자 규모를 확대해달라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 사립대 병원들로부터 사립대 법인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한국사학진흥재단 융자사업 예산을 좀 더 늘려달라는 건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사학진흥재단은 사립학교나 학교법인을 대상으로 부석병원 시설 ·증축, 개·보수, 의료 기자재 확충 등을 위해 600억원 규모의 융자사업을 운영 중이다.

금리는 연 2.67%로 지난 1월 시중 은행 기업대출 금리(연 5.22%)와 비교했을 때 절반 정도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다만 교육부 관계자는 "예산 문제는 기획재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당장 늘릴 수 있다고 확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떄문에 상당수 병원은 직원 무급휴가 제도를 도입하거나 입원 병동을 통폐합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동아대병원, 대전을지대병원, 제주대병원을 비롯한 전국의 많은 병원들이 의사 직군을 제외한 간호사, 행정직, 기술직의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전남대병원, 대전성모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제주대병원 등은 병동을 통폐합하며 운영비를 줄이고 있다.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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